전국 서점수 1700여개, 청주시내 순수서점 16개뿐
성안길에는 서점 1개, 헌책방도 3개밖에 남지 않아

동네서점이 사라진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서울 강남 영풍문고가 얼마전 10년만에 폐점을 선언하고, 53년 역사의 서울 신촌 홍익문고가 재개발로 헐릴 위기에 처했다. 청주에서도 성안길을 지키던 성안길문고와 일선문고가 잇달아 문을 닫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1년 말 국내 순수서점수는 1752개로 2003년 2247개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8년 동안 무려 서점의 30% 가량이 문을 닫았다.

▲ 가경동 메가폴리스 1층에 위치한 ‘영풍문고 청주점’.

청주시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청주서점조합에 가입한 서점 수는 89개였으나 올 12월에는 75개로 줄었다. 그런데 올 서점 숫자 중 순수서점은 1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59개는 문구·슈퍼와 병행하고 있다. 학교앞에서 참고서 등을 주로 취급하는 서점이 이런 곳이다.

지난해 2월만 해도 순수서점은 23개였으나 1년 10개월만에 7개가 사라졌다. 인구 67만 도시에 순수서점이 16개에 불과하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다. 내용적으로 봐도 청주는 상당히 빈약한 도시다. 영풍문고를 비롯한 대형서점들이 전국적으로 100곳 이상 되는데 청주는 495제곱미터(150평) 이상 되는 서점이 영풍문고 청주점·우리문고·일선문고 가경점 등 3개 밖에 안된다.

서점이 줄어드는 이유는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을 고르고, 주문은 온라인 인터넷 쇼핑몰에서 하는 게 대세다. 더욱이 서점은 면적을 많이 차지하면서 이익은 별로 남지 않는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임준순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청주시조합 조합장(가경동 열린문고 대표)은 “앞으로 서점이 줄면 줄지 늘지는 않을 것이다. 책보는 시간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만지는 시간이 더 많으니 되겠는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불황과 온라인 서점의 활성화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은 점점 힘들다. 더욱이 대형할인마트에도 서적코너가 생겨 경쟁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급한 것은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돼야 오프라인 서점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 성안길은 2200여개의 점포가 밀집돼 있어 전국에서도 유명한 쇼핑거리다. 그런데 이 거리에 서점은 딱 한 군데다. 그 많던 헌책방들도 다 사라지고 청소년광장 부근에 보문·대성·중앙서점 3개만 남았다. 문화예술의 도시 청주는 ‘책읽는 청주’ 행사뿐 아니라 서점살리기운동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서쪽에는 ‘영풍문고’, 중심에는 ‘우리문고’가 있다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공연장·갤러리·세미나실 마련

청주시내에는 두 개의 큰 서점이 있다. ‘영풍문고 청주점’과 ‘우리문고’다. ‘영풍문고’가 서쪽의 지식창고라면 ‘우리문고’는 중심가 성안길의 지식창고다. 대형서점이라는 의미보다 두 서점 모두 이익내기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시민들의 종합 문화공간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는데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풍문고 청주점은 가경동 고속터미널 근처 서부지역 상권 중심에 있다. 서점이 속해있는 메가폴리스는 유니클로·호아빈·사보텐·파스쿠치·본정·봉추찜닭 등 젊은층들이 좋아하는 매장 집합상가로 올 1월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1월 1일 개점한 영풍문고는 2300 제곱미터로 청주에서 가장 넓다. 영풍문고 중에서는 전국 24번째 지점이다. 이 서점이 보유하고 있는 장서수는 20만권.

영풍문고는 서적외에 아트박스 팬시·선물코너·음반코너 등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내부에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숲 모양의 공간도 있다. 심두진 회장은 “우리 서점의 규모는 중급 정도이나 인테리어는 최고급이라고 자부한다. ‘문화와 예술, 가족행복이 있는 곳’을 내걸고 다양한 행사를 해오고 있다”면서 “서점을 개점할 때 지역 중·소규모 서점주들과 6개월 동안 참고서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올 1년 동안 판매하지 않았다. 손익을 따지면 서점은 백 퍼센트 손해나는 장사이나 사명감을 갖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심 회장은 메가폴리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서점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다소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 터미널 근처라 평일은 1000명, 주말은 2000~3000명의 유동인구가 있고 메가폴리스내 다른 매장에 왔다가 서점을 거쳐가는 사람들이 있어 다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메가폴리스에는 180석짜리 좌석을 갖춘 아트센터 2개가 있다. 주말에는 소규모 음악공연, 어린이집 재롱잔치, 음악학원 작품발표회 등으로 인기를 끌고 평일에는 음악 동호회들의 연습실로 쓴다. 공연팀 에게는 약간의 사용료를 받지만 평일 연습팀에게는 무료 개방한다. 이는 영풍문고가 이익만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 회장은 “우리쪽에서 먼저 동호회에 연락해 연습실 무료개방을 알렸다. 현재 20개팀이 평균 주1회 사용하고 있다. 뭔가 지역 문화발전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성안길 ‘일선문고’ 자리에 개점한 ‘우리문고’. / 사진=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일선문고’ 자리 ‘우리문고’ 개점
시민들은 성안길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해온 일선문고가 지난 10월 갑자기 문을 닫아 서운해 했으나 ‘우리문고’가 뒤를 이어 개점하자 반기고 있다. ‘우리문고’는 지난 15일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대표는 이병길 씨로 건물주이다. 이 곳에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문화가 있는 서점’이다.

건물구성은 1층 엔제리너스 커피숍, 2층 서적·아토팬시·아로마용품점, 3층 서적·갤러리 겸 세미나실, 옥상은 야외정원으로 돼있다. 갤러리 겸 세미나실에서는 미술전시회나 작가와의 대화 등을 한다는 것. 그리고 옥상 야외정원에서는 70~80명이 앉아 작은음악회나 시낭송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재복 마케팅팀장은 “서점이 책만 파는 시대가 아니고, 또한 손님을 앉아서 기다리는 시대도 아니다. 우리 서점은 문화의 광장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오면 책뿐 아니라 음악, 그림, 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다각도의 일을 시도해 볼 것이다. 3층 갤러리는 초대전을 하거나 대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곳을 서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의식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갤러리 에서는 신용일 작가 개인전이 열리고 있고, 오는 29일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있다. 주인공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다.

▲ ‘우리문고’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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