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두 중심지를 가다
청춘에 떠나는 여행, 세계일주 ⑮ 이탈리아 피렌체 / 베니스
이명국/ 1986년생,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학군장교로 임관 후 중위 전역. 스펙으로 경쟁하며 아픈 청춘을 거부하고 군 복무간 모은 적금으로 세계일주 시작. 항상 길 위에 삶과 이야기를 보며 나의 ‘앎’을 위한 여행 중. 일년 반의 시간 동안 세계 6대륙, 총 40개국 여행 예정.
※블로그: 니오타니의 일년 반 세계일주 (http://freelmg.tistory.com)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관광 도시로는 로마를 시작으로 중부에 피렌체(플로렌스)와 북부에 위치한 베네치아(베니스)가 있다. 피렌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베네치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로 불리는 만큼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이 갖는 개성은 다채롭다. 두 도시 모두 과거의 상업 도시로 알려지기 시작 해, 15세기부터 무역과 금융업을 발판 삼아 예술을 꽃 피운 르네상스의 발상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피렌체와 베네치아를 차례로 들렸다. 피렌체 행 기차가 로마를 벗어나 소도시들 사이의 푸른 들판 달린다.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방의 포도밭을 지나며 평원한 농촌풍경이 이어진다. 하지만 기차는 타임머신처럼 시간여행을 하듯 ‘영원한 도시’ 로마를 떠났지만 다시 우리를 르네상스 시대로 데려다 놓는다.

메디치가문과 피렌체
가장 먼저 찾은 피렌체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주도로 지금은 이탈리아의 한 도시의 불과하지만 피렌체는 수 백년간 주권을 가진 공화국이었다. 특히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피렌체를 통치했던 메디치 가문의 역할은 지금까지도 돋보인다.
최근 ‘메디치 효과’나 ‘메디치 경영’으로도 잘 알려진 메디치 가문은 당시 금융업으로 성공했다. 이후 정계에 진출한 메디치가의 후손들은 개인 재산을 학문과 예술진흥에 적극 후원하기 시작한 것이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된 주요 이유다. 지금도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 시민들에게 남긴 막대한 문화유산 덕분에 관광산업만으로도 피렌체 시의 재정이 유지될 정도다.
피렌체 여행의 중심은 두오모 성당이다. 140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으로 ‘꽃의 성모 교회’라 의미다. 성당의 이름처럼 장미색, 흰색, 녹색의 대리석을 모자이크로 꾸민 외관이 매우 화려하고 독특하다.
특히 높이 120m에 이르는 아치형 붉은 돔은 두오모 성당의 상징과도 같다. 계단을 따라 돔으로 올라가면 피렌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피렌체의 또 다른 관광 명소는 우피치 궁전이다. 처음에는 메디치 가문의 집무실로 사용됐지만 메디치가가 수집, 소장한 미술품과 함께 시에 기증하면서 지금의 ‘우피치 미술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르네상스 회화 걸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자리 매김했다. 당시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다.
우치피 미술관 아래쪽에서는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 위에 세워진 폰테 베키오다리를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중 하나로 14세기에 건설돼 지금은 보석 상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녁에는 베키오다리에서 바라보는 아르노강의 노을 풍경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해 북적되는 곳이다.
이보다는 베키오다리 건너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서면 피렌체 시내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다. 두오모 성당의 높게 솟은 돔과 붉은 지붕이 가득한 시내 풍경 위에 노을이 붉게 물들면 당신은 피렌체에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을 목격하는 여행자가 될 것이다.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
피렌체를 지나 베네치아로 향했다. 르네상스가 처음 시작된 출발점은 피렌체였지만 후기 르네상스의 중심지는 베네치아로 옮겨가게 된다. 베네치아 역시 상업을 발판 삼아 르네상스 시대를 꽃 피웠지만 당시 다른 공화국과 달리 출판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용적 태도로 많은 예술가들을 불러 모울 수 있었다.
베네치아가 ‘운하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유는 118개의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170개의 운하와 400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항만도시기 때문이다. 특히 섬 사이의 수로가 가장 중요한 교통로로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만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모든 섬들을 하나로 묶어 베네치아로 불리지만 크게는 유명 관광지가 위치한 본섬 리알토를 비롯해 리도, 부라노, 무라노 섬으로 나뉜다.
베네치아 여행의 중심이자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은 본섬(리알토)이다. 그중 산 마르코 광장에는 산 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이 마주하고 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은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산 마르코의 유골이 안치된 성당으로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으로 동서양이 혼재된 건축 양식이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관저로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흰색과 분홍빛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외관이 산 마르코 광장의 기품을 더한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때는 베네치아 대운하를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다리였던 리알토 다리가 위치해 있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리알토 다리에서 바라보는 운하의 풍경은 모든 관광객이 반드시 들리는 필수 코스로 다리 양쪽으로 줄지어 선 상점 사이에 수많은 인파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관광객들로 북적되는 본섬을 벗어나 무라노와 부라노섬으로 발길을 돌리면 베네치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무라노섬은 오래전부터 유리공예로 알려져 선착장에는 유리공예품 상점들뿐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풍경이 이어진다.

무라노의 운하들 사이로 이어진 작은 섬을 오가며 미로같은 길을 헤맬수록 베네치아 주민들의 생활상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무라노를 경유해 부라노로 이동하자 운하를 따라 아기자기한 집들이 줄지어선 모습이 한편의 동화를 보듯 이채롭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작은 섬인만큼 집들의 규모도 매우 작아 귀여운 장난감으로 지어진 테마파크에 온 것 같다. 형형색색의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집들은 주민들이 조업을 끝내고 자신의 집을 쉽게 찾기 위해 색을 달리했던 것에서 시작됐으며 지금은 부라노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됐다.
최근 열린 베네치아(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개최지로 유명한 리도섬은 본섬 남쪽으로 길게 뻗은 18km의 사주다. 덕분에 베네치아의 섬 중 유일하게 차도가 있어 버스와 승용차 운행 가능하다. 여름에는 끝없이 펼쳐진 해변을 찾는 관광객들로 리조트와 카지노가 성황을 이루지만 본섬에 비하면 여유로운 편이다.


지금까지 베네치아에서 도보와 수상버스로만 여행을 했다면 리도섬에서는 자전거 여행을 추천한다.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제법 큰 규모라 선착장 주변 자전거 렌트샵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면 2-3시간 정도면 섬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자전거 렌트 비용도 저렴하고(2시간, 15유로) 차도에 비해 차량이 많지 않아 크게 위험하지 않다. 보트보다 차가 많기 때문일까 베네치아의 다른 섬들에 비하면 오히려 신도시 같은 느낌이다. 이처럼 베네치아는 여행객들에게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 다채로운 풍경과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과거에는 무역도시로 동서양 상인들의 거점이었다면 지금은 가면 카니발과 곤돌라 축제,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와 음악회 등 사계절 내내 축제가 열리는 관광도시로 동서양의 여행객들에 발길이 멈추지 않는다. 베네치아의 이름 때문일까. 라틴어로 ‘계속해서 오라’라는 의미가 얄궂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