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서 모녀 3명 숨진채 발견 "채무·사채 힘들다" 유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사실상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값을 수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제천지역에서 일가족 3명이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 오후 1시쯤 제천시 청풍면 단리 도로변에 주차된 아반떼 승용차에서 어머니 A씨(58·여)와 30대의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승용차 뒷좌석에서는 연탄재가 남은 화덕이 발견됐다. 경찰은 승용차 안에서 “아파트 채무와 사채 때문에 힘들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찾아냈다.

이들은 서울 등에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경기 침체로 가격이 하락해 대출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해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 쓰면서 빚더미에 오르자 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지금 사는) 아파트를 정리해도 1000만∼2000만원 밖에 안 남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가족은 지난 9일 경찰에 이들이 가출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 모녀가 시세 차익을 위해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들였으나 부동산 침체로 값이 하락하면서 빚더미에 오르자 비관해 동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예고된바 있다.

스페인에서는 최근 ‘깡통주택 소유자 2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들이 앞으로 2년 동안 오갈 데 없는 채무자들의 주택은 압류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가격이 1990년대 초반 일본처럼 36% 급락할 경우 ‘깡통주택’ 비중이 8배 가량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최성호 코리아크레딧뷰로 연구위원은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우리나라 가계부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1991년에서 1995년까지 일본처럼 전국 맨션 가격이 36.1% 하락하면서 만기 도래 계좌 가운데 일부가 정상적인 차환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44.7% 가구 가운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낙찰가율보다 높은 고위험가구는 7.02%에 달한다. 이른바 ‘깡통주택’을 말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주택가격 하락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을 경우 가계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금융회사의 손실률도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서 “향후 주택시장 여건을 감안해 금융회사들이 만기 상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경우 장기적으로 금융회사 수익 및 가계대출 건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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