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지사 재임시절 경제시찰 명목 방문 시 성접대 정황
타이완 청년단체 간부 “마담과 흥정 뒤 호텔 룸넘버 알려줘”

타이완 현지 취재 | 정우택 원정 성접대 의혹

10월 28일 아침 기자는 캐세이퍼시픽 항공에 몸을 싣고 2시간여의 비행 끝에 타이완에 도착했다. 사흘 동안의 현지취재는 2006년 당시 충북지사였던 정우택(청주 상당)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타이완 성접대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4·11 총선 예비후보(청주 흥덕갑·새누리당) 후보로 활동하면서 자원봉사자 등에게 수당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손인석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은 구속 하루 전 기자들(충청리뷰·모 전국지)과 만나 정 최고위원과 관련한 각종 커넥션을 털어놓았고 이 내용은 충청리뷰 745호(9월 28일자)에 <한 맺힌 고백 “나는 정우택의 스폰서였다”>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된다.

▲ 2006년 성접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는 부씽따루의 징디엔 룸살롱.

대만 성접대 의혹도 그 폭로 가운데 하나다. 손 전 위원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타이완 룸살롱에서 2명의 여종업원을 자리에 앉혔다. 우리를 접대했던 타이완 회장이 정 지사에게 2명을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1명이 생리 중이라고 해서 1명만 데리고 나갔다”고 증언한 바 있다. 손 전 위원장의 녹취된 육성은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봉주21회)’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이 지사 재임시절, 친위조직인 충북청년경제포럼의 일부 회원들과 2008~2010년까지 해마다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다녀왔고, 이 과정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총선을 앞둔 3월15일 홍콩에 IP를 둔 익명의 야후블로그 ‘Crime to guilty’를 통해 폭로됐다. 충청리뷰는 이후 포럼의 내부문건과 제주도 현지 룸살롱 관계자 증언 등을 토대로 ‘Crime to guilty’에 게재된 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해 추적해 왔다.

10월28일 저녁 타이완의 한 식당에서 타이완 청년단체 간부를 지낸 A씨 등을 만났다. A씨는 2006년 11월26일~28일 당시 충북지사였던 정 최고위원과 손 전 위원장 일행이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 공항영접을 수행하고 룸살롱에서 벌어진 술자리에도 동석했던 인물이다. A씨는 지난 6월22일 부인과 함께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총선에서 낙천한 손 전 위원장을 만나 위로했을 정도로 손 전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다.

A씨는 먼저 “손 전 위원장이 낙천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구속된 것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A씨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룸살롱에 동석했던 또 다른 타이완 친구와 통화해서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고 밝혔고 이튿날 오후 3시 기자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왔다.

A씨는 먼저 사진 속의 정 최고위원을 보며 “그때 본 사람이 맞다. 미국의 주지사와 같은 성장(省長)이라고 소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공항에 도착한 정 최고위원 일행을 벤츠로 영접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맞다. 신죽(新竹)에 사는 친구가 벤츠를 동원했고, 정 최고위원과 손 전 위원장이 동승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고 답변했다.

A씨는 또 “이날 정 최고위원 등이 ‘타이완 경제를 시찰하러 왔다’고 들었으며, 다시 만난 것은 28일 밤 하얏트그랜드호텔 로비에서 였다”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 101타워 옆에 있는 하얏트그랜드호텔은 대만의 최고급 호텔로 쥔예따판디엔(君悅大飯店·그랜드호텔이라는 의미)이라고도 부르며, 하루 숙박비가 최소 한화 50만원 이상이다.

A씨는 “20명 정도의 일행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체크인을 하는 것 같았다. 로비에서 기다렸더니 손 전 위원장과 정 최고위원이 내려왔다”고 회고했다. 2006년 11월26일~28일까지 이뤄진 타이완 시찰에는 손 전 위원장 외에도 경제계 원로들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지역경제인들이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전 위원장은 구속 전 “첫날은 내가 접대를 했고, 이튿날은 원로들이 술을 샀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룸살롱은 ‘金典’… 기억나”

▲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충북지사 재임시절 제주 및 타이완 등지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손인석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2006년 당시 정 최고위원이 투숙했던 타이완 하얏트호텔.
A씨는 “그날 갔던 술집이 어딘지는 기억이 난다. 부씽따루(復興大路)에 있는 징디엔(金典)이었다. 그 이후로는 거의 들르지 않아 그 술집이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친분이 있는 경리(남자 영업부장)가 업소를 옮길 때마다 그 업소를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역은 “부씽따루는 타이완의 고급 룸살롱 중에서도 주로 회원제로 운영하는 술집들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뒤 부씽따루에서 징디엔이라는 룸살롱을 확인할 수 있었다. 金典의 발음은 베이징 발음으로 진디엔이다. 그러나 타이완식으로는 징디엔으로 읽기도 하며 간판의 영문표기 역시 징디엔이었다. 통역은 귀국 후 전화통화에서 “유흥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을 통해 알아본 결과 징디엔은 종업원들이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최고급 룸살롱인 이른바 이푸디엔(儀服店)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A씨는 그러나 술자리의 대화나 분위기에 대해서는 “솔직히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이드는 “노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오히려 더 퇴폐적일 수도 있다. 다른 점은 종업원을 처음부터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로테이션이 되는데 손님이 돈을 주기로 하고 특정인을 지목하면 자리에 고정적으로 앉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손 전 위원장의 주장대로 2명을 앉혔다면 시차를 두고 2명을 지목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술자리 이후 성매매가 이뤄졌는지 여부다. A씨는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이 마담과 아가씨에게 호텔 방 번호를 알려주며 ‘호텔로 오라’고 말하는 광경을 분명히 목격했다”고 단언했다. A씨는 다만 화대를 누가 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이드는 타이완의 매춘문화에 대해 “한국과 달리 룸살롱 종업원들이 성매매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돈이 급한 경우나 파격적인 제안이 있지 않다면 2차를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화대도 천차만별인데 타이완 돈으로 2만원, 즉 한화 8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최고위원 측에서는 타이완 성매매 등 손 전 위원장의 폭로내용에 대해 이메일과 전화로 반론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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