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강익중/ 청원 옥산 출생으로 세계적 작가 명성
순천만정원박람회에 ‘꿈의 다리’ 예정...청주에는 작품 왜 없나

▲ 설치미술가 강익중. (사진=송봉화)

작가 강익중을 수식하는 단어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다. 그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함께 세계무대에 ‘대한민국’과 ‘한글’을 알렸다. 그의 작품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숨쉬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의 메인홀 벽화, 뉴욕지하철역의 환경조형물, 프린스턴대학 도서관 로비 벽화 ‘해피월드’, 중국 상하이엑스포 ‘내가 아는 것’ 그리고 서울 광화문의 ‘광화문에 뜬 달: 산, 바람’, 경기도미술관 ‘희망의 벽’, 국립현대미술관의 ‘삼라만상: 멀티플 다이얼로그’ 등이 그의 작품. 소소한 것까지 치면 상당히 많다.

작가 강익중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청원군 옥산면 출생으로 무심천·우암산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유명한 만큼 찾는 사람이 많아 오랜시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무심천·연초제조창·오송·옥산·속리산 등을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다보니 역시 고향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84년 1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프랫아트인스티튜트를 졸업했다. 인생의 반 이상을 미국에서 살았으니 이젠 미국사람이 다 된거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일로 한국에 올 때가 많다. 지난해는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다녀갔다. 올해는 내년에 전남 순천시에서 열리는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또 한 번 관객들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가 설계한 설치작품 ‘꿈의 다리’ 외벽에는 한글작품이, 그리고 내벽에는 어린이들의 그림 16만점이 들어간다. 이를 위해 순천시는 10월 말까지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집했다. 캐나다에 있는 다리 다음으로 긴 게 이 다리라고 해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 '멀티플 다이얼로그'(국립현대미술관)
강익중이라는 이름이 세계무대에 알려진 것은 미국의 젊은 기대주들을 선발해 전시하는 ‘라우더’전에 초대됐고 이어 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백남준과 함께 한 전시 ‘백남준·강익중 2인전 멀티플 다이얼로그’ 때부터였다. 이 때 화단에서는 ‘강익중이 누구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 다음 그는 97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특별상을 수상한다. 이 때 그의 존재가 확실하게 부각됐다. 현재까지 여기서 특별상을 수상한 한국인은 전수찬·강익중·이불 씨 밖에 없다. 이 때 많은 언론들이 강 씨의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현재는 백남준 이후 한국을 빛내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청주시민들도 작품 보고 싶다
이런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그는 “유학 초기에는 채소가게, 벼룩시장, 옷가게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러다 전시를 맡게 돼 열심히 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이 때 비로소 작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 다닐 때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많아 주눅들어 있었으나 미국에서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강익중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일하고 공부하는 바쁜 생활 속에서 작은 캔버스에 지하철안의 군상들, 일상의 단편, 영어단어 암기와 하루를 문자와 기호로 기록했다. 거기에는 동양문화와 서양문화, 선함과 악함이 융합돼 하나의 세계가 형성됐다. 훗날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3인치 그림’은 이렇게 탄생했다.

▲ '희망의 벽'(서울아산어린이병원)
이 그림들은 그의 작품에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아울러 그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은다. 고아원과 어린이단체 등에 3인치 캔버스를 보내고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받는다. 이런 작품이 50만장 된다고 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는 어떤 그림들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지난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백남준·강익중 2인전’에 등장한 ‘삼라만상’에는 3인치 그림 6만점이 선보였다. 관객들은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을 감싸는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새소리, 풍경소리를 듣는다.

또 하나 그가 즐겨 사용하는 것은 한글이다.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한다. 파리 유네스코본부 건물에는 민태원의 ‘청춘예찬’, 이라크 자이툰도서관에는 ‘친구, 희망, 사랑, 평화’라는 단어가, 그리고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삼라만상‘이라는 작품에는 백범 김구선생의 ’나의 소원‘이 들어있다.

▲ '내가 아는 것'(상하이엑스포)
그는 “뉴욕에 살면서 두 사람을 만난 게 큰 행운이었다. 백남준 선생님과 김향안 여사다. 백 선생님은 나의 방향을 정해준 분이고, 김 여사님은 민족·역사·세계에 옳은지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말했다. 김향안 여사는 소설가 이상과 결혼했다 사별한 후 화가 김환기와 결혼했던 사람. 서울에 환기미술관을 세워 작품을 보전하고 후배작가들을 키웠다고 한다.

“40대에는 한반도에 집중했으나 50대에는 세계에 귀 기울이고 싶다”는 작가 강익중은 일관되게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작품은 전세계에 퍼져있으나 아쉽게도 고향 청주에는 아무 것도 없다. 연초제조창 광장 같은데 작품 하나쯤 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또한 “청주에서 전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러 올 것이다. 아마 이 작품만으로도 연초제조창은 화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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