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유역공동체, 하천 민주주의의 시작
대청호보전운동본부·대청호환경농민연대, 금강유역환경회의를 보다

옥천 보따리장수 권단의 풀뿌리 이야기

단절. 분절된 사고를 하라고 그것이 자유라고 이 놈의 사회는 획책을 하고 있습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슬그머니 김추며 덮고 있지요. 커다란 그물망안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더할나위 없이 혼자서도 살수 있는 것 마냥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요. 혼자서만 잘 하면 돼.

우뚝 서서 내려다보는 그 느낌이 얼마나 좋은 데하면서 우뚝 서라고 박수치고 추켜 세우고 있지요.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큰 생명의 그물망 안에 우리가 조그맣게 서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지요. 근원적으로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지요.

▲ 대청호 보전운동본부 식구들이 다 함께 모여 대청호를 살리고 금강을 살리자고 외치고 있다.

만약 물이 없다면 이마트에서 홈플러스에서 생수 사 먹으면 되지요.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이 혹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고 모든 생명의 뿌리라 할 수 있지요. 이 물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물에 대한 화두를 던져 봅니다. 물은 흐르지요. 우리가 먹는 물은 어디에서 발원해서 어디로 흘러갈까요?

큰 도시. 인구도 많아 세수도 많은 부자도시. 중심도시라며 자부심이 있는 대전광역시. 청주시. 천안시 등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옥천과 보은. 영동과 무주. 금산 등의 상류지역 농민들과 몸을 섞으며 이야기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행정구역도 각기 다르고 생활권도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숙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려운 시간 쪼개면서 기름값 낭비하면서도 열일 제쳐놓도 한달음에 달려온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바로 물 때문입니다. 지난 10월26일 청원군 문의면 청원군 청소년수련관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대청호 보전운동본부 비전수립 워크샵입니다.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모인 까닭은?

5개의 분임으로 나뉘어서 천안, 금산, 옥천, 영동, 보은, 대전, 청주, 무주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 농민 등이 한데 어우러져 열심히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 분임토의를 이끌고 회의 발제를 한 청주 KYC엄승용 대표, 대전 녹색연합 양홍모 사무처장, 대전 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 천안 KYC 공정해 사무국장, 금강환경감시센터 한중렬 센터장.(왼쪽부터)

1분임에는 청주 KYC엄승용 대표가 분임토론사회를 맡으며 대청호보전운동본부의 기획과 교육홍보 사업에 대해 2분임에는 대전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이 대청호 생활공동체 사업과 연대사업에 대해 3분임에는 대전 녹색연합의 양홍모 사무처장이 정책사업에 대해 4분임에는 금강하천감시센터 한중렬(옥천군 청산면) 센터장이 금강하천감시활동에 대해 5분임에는 천안KYC 공정해 사무국장이 회원마을사업과 공모사업에 대해 분임 사회를 맡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행정구역을 간단히 뛰어넘어 같은 물을 먹은 식구다라는 뜨거운 열기가 화끈하게 느껴졌습니다. 유역공동체라는 말이 이제는 겉돌지 않을 만큼 한 식구 같아 보였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자주 얼굴을 보고 익히니 이물 없고 반가울 수 밖에요.

이들이 이리 모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물은 곧 생명이고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유역공동체는 건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북 장수 뜸봉샘에서 발원한 금강 줄기가 대청댐이 그 허리를 끊어놓긴 했지만서도 충청권 식수원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댐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였을 테지만요. 어째튼 이들은 그 굽이치며 흘러흘러 마을 곳곳을 적시어 주는 그 물이 죽으면 모두가 죽는다는 것은 미리 안 것이지요. 우리는 같은 물을 먹는 식구이다 라고 자각을 시작한 것이지요.

▲ 지난 26일 청원군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대청호보전운동본부 회원워크샵 분임토의 회의장면.

상류지역 농민들의 아픔도 있었지요

그들은 한 때 상류지역 농민들을 오염원 취급했더랬습니다. 수많은 환경단체들도 이와같은 시각을 가졌더랬지요. 그래서 관과 마찬가지로 강에게서 사람을 자꾸 멀리 떨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그런 환경운동을 했더랬습니다. 사람들을 농민들을 믿지 못했던 것이지요. 상류지역 농민들은 답답하고 억울했지요.

하류에 사는 도시 사람들 놀러와서 쓰레기 다 버리고 가놓고 다 뒤집어 씌우니 속이 다 타버렸지요. 물론 상류지역 농민중에서도 못 된 사람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렇게 싸잡아 도매금으로 넘어갈만큼의 일은 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옥천에서 깃발을 들고 맨먼저 일어선 것이 대청호 주민연대였습니다.

주민들의 권익과 환경 보존과는 상반대 되는 게 아니다. 상류지역 농민들도 환경을 보존하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를 바란다. 당당히 물을 지키면서 우리의 권리를 말하며 하류지역과 연대하겠다는 취지로 주민연대는 2005년 4월 그렇게 시작이 됐던 것입니다.

그보다 앞서 민관협치 기구인 대청호보전운동본부가 2002년 4월 대청호 살리기 운동본부로 먼저 만들어졌고 상류지역 농민들이 만든 단체들이 네트워크란 이름으로 결합이 되었지요. 민에서는 바람이 불어 물결이 일었습니다. 같이 살자. 물을 지키며 들판과 산하를 지키면서 같이 살자고 말이에요.

교류의 물꼬를 트다.

천안에서 그 먼 옥천까지 농촌체험과 교육을 오는 이유도 단연 물이었지요. 실제로 천안 KYC는 가까운 농촌을 놓아두고 먼길을 거쳐 옥천군 안남면 덕실마을로 해마다 농촌체험을 옵니다.
그들은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대청댐은 상류지역 농촌과 고향의 수몰을 딛고서 만들어진 아픈 댐이지. 그 댐 위의 주민들은 아픔을 딛고 친환경농업을 하며 물을 비롯한 자연과 우리를 살리는 소중한 일을 하고 계시는 거란다. 우리가 먹는 물이 우리가 먹는 농산물이 바로 이들이 자연과 협업하며 만들어낸 소중한 것들이지. 귀하게 감사하며 먹어야 하는 것이지.”

그들은 이제 그 물의 그 농사의 귀함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리 모인 것입니다.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합니다. 물과 자연. 농업. 농촌을 살리려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같이 논의합니다.ㅍ원탁의 테이블에서 즐거운 소통의 소리가 들립니다. 가슴 속 응어리 다 꺼내 놓고 드디어 상하류가 소통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윗마을 물 아랫마을 이렇게 만나 어우러지니 마치 강강수월래라도 하는 것 같이 흥겹습니다.

이렇게 토론하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실제로 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상류지역 농민들이 맑은 물을 보전하며 농사지은 친환경농산물이 물길 따라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었지요. 그 정점에는 2008년 1월11일 상류지역 친환경농업하는 농부들이 모여 만든 대청호환경농민연대가 있습니다. 지난 25일 대전시 동구 인동에 있는 대청호 환경농민연대 사무실에는 무주, 금산, 옥천, 보은, 영동 등 상류지역 친환경 농민들이 농사지은 농산물들이 속속들이 도착합니다.

바로 대청호 보따리 때문입니다. 대청호 보따리는 한달에 두번 목요일마다 대전을 중심으로 한 하류지역 주민들에게 상류지역 친환경농산물이 배달이 되는 꾸러미 사업의 하나이지요. 이 날 꾸러미에는 금산 고구마, 청원 생표고버섯, 보은 감, 옥천 상추와 쌈채, 유정란 등 여덟가지 품목이 들어갔습니다.

한 보따리에 삼만원 가량, 배송은 무료입니다. 이날 대청호 환경농민연대 이성숙 국장과 대전환경운동연합 장수민씨는 마흔개의 대청호 보따리를 꾸려 직접 배송에 나섰습니다. 또 올해 초 만들어진 대전 주민들로 만들어진 품앗이생협에서도 대청호 환경농민연대와 교류하며 이쪽 농산물을 주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물이 점차로 농산물을 싣고 흘러가고 있는 셈이지요.

▲ 대청호 환경농민연대에서 이성숙 국장이 대청호 보따리를 포장하는 모습.
관에 대항해 민의 영역을 구축하다

대청호보전운동본부가 창립한 것은 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의 행정에 대항하기 위한 개념도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대청호보전운동본부는 민에 무게 중심을 두고 바지런히 민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민관협치의 고삐를 민이 먼저 쥐고 각 정책 사업이나 예산의 쓰임새의 방향을 제대로 틀었던 것이지요.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대청호라는 인공호수를 이제 우리가 먹는 식수원으로 사유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실천의 수단으로 고민했지요. 그래서 그나마 민이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틀거리는 마련됐다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걸림돌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환경부 소관 금강유역환경청입니다.

이 환경청의 운영위원들은 전부 시도지사와 환경부 차관들로 구성되어 있어 민이 낄 틈과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문위원으로 몇몇 시민단체 대표가 들어가있긴 하지만 일년에 몇번 열리지도 않고 반영되지도 않지요.

그래서 금강유역환경청의 폐쇄된 행정에 맞서고 제대로 민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금강유역 환경회의입니다. 금강유역환경회의는 대전, 충남, 충북, 전북 등 금강이 지나가는 4개 광역 지자체의 43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2007년 11월29일 모여 만든 가장 큰 유역회의이지요. 대청호보전운동본부보다 덩어리가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6월5일 제17회 환경의 날을 맞이해 금강유역환경청은 금강유역환경회의와 금강유역환경포럼을 하겠다는 협약식을 갖기도 했습니다. 단단한 벽에 조그만 구멍을 낸 것이지요. 금강유역환경회의 유진수 사무처장은 말합니다.

“앞으로 금강유역센터를 만들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강 유역을 관리하고 생태, 환경, 농업 등과 연계하여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더불어 만들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첫 시작이고 금강유역환경회의가 그 곳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겠다”

전국이 4대강 사업이다 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고 지난 17일에는 금강 백제보와 부여대교 일대에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하면서 장안이 떠들썩 했더랬지요. 생명을 살리는 강을 사람들이 마구 유린하고 있습니다. 그런 지금 전북에서 발원하여 충청도 전역을 거쳐 흐르는 금강 유역의 주민들은 하나둘씩 모여서 물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곳곳에 물이 닿는 곳마다 촉촉히 적시어 하천민주주의가 살아날 것입니다. 밟아도 밟아도 다시 살아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곳곳에서 뿌리내릴 일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뿌리들은 서로 엉겨 지축을 흔들겁니다. 물이 그 생명들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꽃이 피도록 그래서 열매를 맺고 다시 거름이 되도록 지켜줄 것입니다. 물은 이미 우리들 마음 속에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물길 따라 가시지요. 어여 가시지요. 같이 손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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