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아닌 ‘흡수’로 한지붕 ··· 자민련 전철 재연 ‘씁쓸’
합의사항 조율·당무회의 인준 등 효력 발생까지 첩첩산중

▲ 이승철 선진통일당 사무처장(왼쪽)과 최현호 18대 총선 청주 흥덕갑 선진통일당 후보.
선진통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지난 24일 새누리당과 합당에 대해 공식화하면서 충청발 보수연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의석수 148석에서 선진통일당 5석을 보태 153석을 확보함으로써 과반 이상의 의석으로 의정활동 법안 처리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가까이는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을 앞두고 이번 합당으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민심을 차지할 수 있다는 낙관을 양 당 내에서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블랙홀이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통일당을 흡수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과의 합당 논의를 하면서 당 대 당 합당이 아닌 흡수 합당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지난 김종필 전 총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과 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철을 그대로 재연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새누리당과 양 대 당의 연대를 강력히 시사했지만 조직에서나 지지도 등에서 밀려 결국 합당의 수순을 밝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프레임에서 이념 프레임으로

합당을 선언했다고는 하지만 해결해야 할 일은 아직 첩첩산중이다. 먼저 합당 선언으로 수임기구가 발족되면서 수임기구에서 양당의 합의사항을 조율하고 그 다음 당무회의에서 인준을 받아야 비로소 합당에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그간의 지리한 절차들이 남아 있다.

또 양당 내에서의 중앙당 및 시·도당 당직자 문제, 당협위원장 당직자 문제, 충청권 등 공천 문제 등 세세하게 합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양보할 수 없는 파워게임 마찰도 예상된다.

이승철 선진통일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은 “협의라는 것이 당 대 당 통합이라면 대등하게 이뤄질 수 있지만 흡수합당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본다”면서 “법상으로 본다면 흡수 합당이면 선진당은 없어지는 것이다. 각 시·도당 사무처 당직자들에 대해 배려하며 협상하리라고 보는데 아직까지는 난망하게만 보인다”고 말했다.

선진당 내부에서도 분열 증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 해결하기 힘든 숙제로 남아 있다. 합당을 지지하는 부류와 합당보다는 연대 쪽으로 가야하거나 합당에는 절대 반대라며 선을 긋는 부류로 나뉘어 있다. 이미 이회창 전 대표와 류근찬 전 의원, 이시우 보령시장, 당원협의회 상당수 당원들이 지역 정당을 자임하거나 군사정권의 잔재인 새누리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하는 등 각자의 이유를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처장은 “기본적으로 많은 당원들이 이인제 대표께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나중에 연대하는 것을 바랐다”면서 “이번 합당으로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당이 없어진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합당하면 선진당 출신 의원 및 당원들이 영남정당인 새누리당에 가서 얼마나 입지가 강해지겠는가. 이번 대선에서 오히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합당하면 선진당의 존재했던 이유가 아예 없어지고 충청권의 발전 또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당 내분 해결 숙제

지난 18대 총선에서 청주 흥덕갑에 출마했던 최현호 선진통일당(당시 자유선진당) 후보는 합당에 대한 당내 부정적인 시각과 약간 다른 입장차를 보였다.

최 후보는 “선진당 입장에서는 합당이 최선은 아니다. 하지만 정권 창출을 위해 당선 될 만한 동력을 현재 끌어 낼 수가 없다”면서 “차선이나마 이념을 같이 하는 당으로 보수를 지향하는 새누리당과 합당해서 정권 창출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굳이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선진당이 충청권 정당임을 자임한 것과 관련해선  “그동안 늘 충청권의 정당임을 자임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도민들이 호응을 하지 않았다. 정당 최고 목표가 정권 창출인데 이번 총선에서 냉혹한 결과를 보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점점 줄어 들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종시 처리에서 서로 다른 온도차를 보였던 새누리당과 합당한다는 비판해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세종시를 두고 단절되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개발 집중논리로 세종시 건립에 반대했지만 박 후보는 이 대통령과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래서 그나마 반토막이라도 세종시 수정안이 이뤄진 것”이라고 답했다.

최 후보는 또 양 당이 합당을 하면 대전·충남·충북 그리고 선진당을 지지하는 전국구 마니아들이 있어 대선에서 70~100 만 표를 선진당에서 끌어 올 표라고 분석했다. 최근 15·16대 대선에서는 표 차이가 60만표를 넘지 않았다. 17대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으나 충청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했다. 이번 대선에서 양당이 합당하면서 그만큼 선진당이 대선 승리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정치라는 것이 49대 51의 싸움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누구에게 영광이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합당과 동시에 내게 주어지는 소임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내에서 통일선진당의 또 다른 대표 후보였던 박현하(청원) 후보의 입장도 들어보고자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마감 시간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번 양당의 합당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동안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토대가 아닌 지역이라는 변수로 많은 혼란만 줬다며 양당의 합당이나 연대는 이미 예상했던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충청지역의 정치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통일선진당의 합당이 새로운 대선 핵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역 정당 프레임은 당분간 소멸되고 이념 프레임이 새롭게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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