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협동조합기본법 본격 시행, 비정규직과 감원 없는 민간경제 실현
협동조합기본법의 실천와 과제 ‘사람이 조직을 바꾸고 조직이 사회를 바꾼다’

이인영/ 청주협동조합친구들(준) 사무국장

협동조합은 영어로는 cooperative 이다. 간단히 줄여서 coop 또는 쿱이라고도 한다. 이를 우리말로 번역한 ‘협동조합’은 사실 일본에서 온 단어, 즉 일본식 한자어다. 김기섭씨는 <깨어나라 협동조합>(들녘)에서 협동조합을 ‘협동하는 조합’이라고 정의한다. 즉 협동조합은 ‘힘을 하나로 모아 함께 일하는 모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 10월 11일 청주제일교회에서 청주협동조합친구들(준) 발족.

협동조합은 우리에게 익숙한 조직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여러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운동이 그 기반이 되었다. 농업협동조합은 관주도로 형성되긴 했어도 농촌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향상에 기여하였고, 신용협동조합은 농촌 및 도시 서민들의 경제향상과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90년대부터 전개된 생활협동조합은 유기농산물을 매개로 하여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고 자연생태계를 살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은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도시인이 함께 참여하여 운영하는 세계적 사례를 만들었다. 또한 노동자협동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최근에 전개된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영농조합법인 등의 역할과 경험이 오늘의 협동조합기본법의 토대가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조직은 모두 특별법(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 9월 7일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린 ‘전국 사회적경제 한마당 in 충남 행사.

환영과 우려의 협동조합기본법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연대회의>는 지난해 12월 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당일 발표한 환영 성명에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의의를 크게 세 가지로 밝혔다.

첫째, 협동조합 설립 분야가 대폭 늘어났다. 지금까지는 1차산업 및 금융·소비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 및 보헙업 이외의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둘째, 협동조합 설립 기준이 대폭 낮춰졌다. 기존에 설립 가능했던 협동조합도 조합원이나 출자금 등의 설립기준이 높아 자유로운 설립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또한 주무부처의 인가 없이 신고만으로도설립이 가능하게 했다.

셋째,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세계 협동조합의 역사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편익보다 사회적 목적 실현을 우선시하고, 생산자·노동자·소비자·후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의 공헌활동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밖에도 협동조합기본법에는, 기존 개별법에 담아내기 힘들었던 내용들이 담겼다.
첫째, 기획재정부를 협동조합 주무부처로 정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동조합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고, 협동조합의 자율적인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3년마다 협동조합의 활동현황ㆍ자금ㆍ인력 및 경영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공표하여야 한다.

둘째, 다른 협동조합 등과의 협력을 위한 근거가 마련됐다. 협동조합 등 및 사회적협동조합 등은 다른 협동조합, 다른 법률에 따른 협동조합, 외국의 협동조합 및 관련 국제기구 등과의 상호협력, 이해증진 및 공동사업 개발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른 협동조합, 다른 법률에 따른 협동조합 등과 협의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셋째,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하며, 협동조합의 날 이전 1주간을 협동조합 주간으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협동조합의 날의 취지에 적합한 행사 등 사업을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은 법이 청원된지 2개월만에 전격 통과됨으로써 졸속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는 앞으로 협동조합기본법이 풀어야 할 숙제다.

▲ 9월 8일 협동조합 선진지 충남 홍동 일원 견학. 홍동 마을활력소 박상우 사무처장으로부터 홍동마을 설명을 듣고 있는 청주협동조합친구들.

자립과 자치의 협동조합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7대 강령으로 협동조합의 원칙을 정하고 있으며,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7대 강령이 지켜지지 않을 때 협동조합은 실패한다고 단언할 정도로 협동조합은 스스로 일어난(자립) 조직이고, 돈-자본에 의존하지 않는(자치) 조직이다.

이러한 자립, 자치의 협도조합이 관심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것은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다. 금융위기는 협동조합에 더욱 주목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전 세계가 감원을 단행하면서 고용을 줄일 때 협동조합들은 흔들림 없이, 오히려 고용을 늘리면서 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유엔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게 된다.

2011년 4월 KBS를 통해서 방영된 <몬드라곤의 기적>이라는 프로그램은 자립과 자치의 조직인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잘 보여주어 주목을 받았다. 비정규 계약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청년일자리가 절대부족하여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한국사회에선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몬드라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몬드라곤은 스페인에 있는 작은 도시다. 이 곳에서 70여년 전에 한 신부가 시작한 한 협동조합이 지금 스페인 가전시장의 30%를 넘게 점유하고 있는 ‘파고’라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파고를 중심으로 몬드라곤 협동조합 그룹에는 모두 150여개의 협동조합이 소속되어 있다.

몬드라곤은 감원, 비정규직이 없다

몬드라곤에 전세계가 주목한 것은 첫째, 몬드라곤에는 해고가 없다. 한번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조합원 연대조직, 협동조합그룹 몬드라곤 내 다른 조합에서 고용을 승계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망해도 조합원들은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는다. 둘째, 몬드라곤에서는 일정정도 근무를 하여 일에 대한 숙련도가 생기면 정규직으로 근무할 것을 오히려 권장한다. 어떻게서든 정규직 사원을 늘리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매우 반대되는 일이 몬드라곤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이태리의 볼로냐라는 도시는 협동조합을 통해서 모든 일상이 이뤄지는 도시다. 이곳에서는 레가쵸프(협동조합의 연맹조직)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손쏩히는 잘사는 도시다. 볼로냐 사람들은 시장에 가는 것을 쿱에 간다고 할 정도로 협동조합은 일상과 밀접하다. 주택조합으로 집을 짓고, 자동차 생산업체도 협동조합이다. 연극이나 디자인 기획사 등도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사람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해고 등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입증되어 대안의 경제, 민생을 살리는 결사체로 주목을 받는 것이다.

공감 확산되면 다양한 협동조합 출현 가능

협동조합은 그 목적과 역할에 따라서 크게 4가지로 구분이 된다. 생산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금융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앞의 4개 협동조합과는 달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배당을 하지 않는 협동조합이다. 즉, 목적에 맞게 한번 출자하면 그 출자한 조합비로 이뤄지는 사업의 혜택을 받는 조합이 바로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따라서 사회적 협동조합은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한다.

오는 12월 1일 이 법이 발효되면 한국에는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즉 협동조합이라는 전혀 새로운 법인이 등장하게 된다.

한겨레신문 김현대 기자는 저서 『협동조합 참 좋다』에서 협동조합으로 적합한 유형을 상상으로 그려냈다. 빵집과 커피전문점, 치킨전문점 등은 협동조합에 잘 어울리는 사업이다. 빵집협동조합은 대기업이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진출하여 동네 빵집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버거킹, 맥도날드, 케이에프시, 던킨도너츠 모두 구매를 전담하는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에도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아파트 주민과 함께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아파트 관리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단지내 장터나 재활용수거 등을 공정하고 주민들에게 유익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목받는 아이디어로 이동통신 소비자 협동조합이 있다.

이동통신 소비자가 협동조합을 구성하면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이 지나치게 비싼 현실에서 소비자가 거대 기업과 1대1로 계약하는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운영이 어려운 영세 출판인들이 모여 출판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일대엔 생활협동조합은 물론 어린이집, 목공소 등이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작은 동네에서 수지가 맞지 않아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은 호프집을 협동조합이 인수해 동네 마실방으로 꾸민 사례도 있다.

또 청주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우진교통은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다. 우진교통은 사실상 노동자협동조합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우진교통 지희구 자주관리실 실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직원들과 함께 하는 직장을 만들다보니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다”며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강연이나 교육요청이 많이 들어와 되려 놀란다”고 설명했다.

아카데미 초청 강사, 그들이 궁금하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 23일 특별 강연

‘청주협동조합친구들 준비모임’이 서원대학교와 공동주최하는 ‘제1기 협동조합 아카데미’는 오는 16일부터 8주간 매주 1회의 강연 및 행사로 진행된다. 장소는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 세미나실이며 준비된 강좌는 모두 6개이다. 이밖에 협동조합 선진지로 꼽히는 원주를 견학하는 일정과 아카데미 뒷풀이 행사인 ‘협동의 밤’이 12월 6일 마지막 일정으로 잡혀있다. 이번 아카데미 참가비는 3만원이며 이인영 사무국장(010-5061-5068)이 접수를 받고있다. 초청 강사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박승옥 / 10월 16일(화) - 재생가능에너지 시민기업인 ‘시민발전’ 대표를 맡아, 농업 및 에너지의 자립·자치와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풀뿌리 운동에 헌신하고 있다.

△정태인 / 10월 23일(화) - 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진보진영의 경제정책 싱크탱크를 지향하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정책 연구에 힘쓰고 있다.

△박범용 / 11월 1일(목) -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적인 경제를 만들어가는 협동조합 시스템 전문가, 협동조합기본법 산파역할을 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협동조합형 기업지원팀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형미 / 11월 15일(목) - 아이쿱생협연합회 국제팀장으로 활동하였고 메이지대학교 정치경제학연구과 박사후기과정에서 협동조합론을 연구하고 있다.

△박진도 / 11월 22일(목) - 지역발전 및 농어업 분야 전문가이며 현재 충남발전연구원 원장으로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을 만들기 위한 정책개발과 연구지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순명 / 11월 29일(목) - 생태 교육 및 평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40여년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 재직했으며 풀뿌리 대안대학인 풀무환경농업 전공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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