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김상윤 씨 “주민배제하니 우리는 허수아비···수암골지키기 운동 할 것”
청주시 수암골 주민 김상윤 씨(35)는 요즘 날이갈수록 화장을 하는 수암골의 모습에 격하게 화를 냈다. 밤이면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네온사인이 원주민촌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어 마치 강남과 강북처럼 확연하게 구별되는 게 속상하다는 것이다. 그는 불빛 찬란한 음식점 앞을 지나다보면 외제차는 물론 인터넷으로나 보던 고급 스포츠카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동네가 수암골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지난 9일 일요일 저녁 7시경, 수암골 팔봉빵집 앞으로 가자 인근 커피숍과 식당에서 나오는 네온사인은 도시 못지않게 화려했다. 젊은 남녀, 친구, 가족 등 관광객들은 분주히 오가며 커피숍과 식당으로 들어갔다. 관광지라고 해서 꼭 현대적인 커피숍과 식당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 곳에는 대형 커피숍 4개가 있고, 또 한 개가 건축 중이다. 9세 때부터 이 곳에서 살았고, 지금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김 씨는 기회있을 때마다 이런 수암골의 변화를 비판한다. 그렇다고 이런 비판이 본인만의 의견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침묵하고 있으나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대표해 자신이 나섰음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동물원 원숭이 노릇”
설혹 마을을 개발하더라도 주민들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무엇을 하든 주민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더욱이 수암골은 그 곳에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좁은 골목, 낮은 대문, 정감있는 풍경 등 고층아파트 동네와 구별되는 것들이 있어 관광객들이 찾는 것 아닌가. 드라마 몇 편으로 유명해졌다고 해도 이런 기본적인 삶의 모습이 없었다면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8월 31일 녹색청주협의회가 주최한 녹색청주포럼 ‘녹색수도 청주, 마을공동체 만들기’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하나같이 주민참여를 강조했다. 이 날 토론자로 나섰던 김 씨도 주민과 과거 수암골의 모습을 부정하고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주장해 동의를 이끌어냈다.
김 씨는 “수암골 주민들은 동물원 원숭이 노릇하면서 산다. 관광객들이 시도 때도 없이 문을 벌컥 벌컥 여는 통에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다. 이들은 문을 열고 ‘아이구, 이런 데서도 사람들이 사네’ 라고 말한다. 주민들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는 거다. 일일이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점에서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설사 관광지가 되더라도 주민들의 삶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암골내 모 커피숍 주인 오 모 씨가 ‘수암골’이라는 이름을 특허청에 특허낸 것과 관련해 “개인이 동네 이름을 독점할 수 있는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도 아니고 영업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일부 동네 사람들도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어 “수암골에 오래된 배지공장이 있었다. 청주시내 웬만한 학교 배지는 여기서 다 만들었다. 이제는 배지 만드는 기계가 쓸모 없게 돼서 고물상에 팔아넘겼다. 그런데 이 기계를 보존하고 배지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하자고 청주시에 얘기했으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주인 할아버지는 기다리다 결국 기계를 팔았다”면서 청주시는 개발보다 보존에 힘써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김 씨는 최근 ‘수암골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만희 씨에게 모욕죄로 고소당했다고 밝혔다. 정 씨가 글과 함께 수암골 모델을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리자 김 씨는 이에 항의하는 댓글을 블로그에 여러 차례 게재했다. 처음에는 ID를 ‘나무아래’라는 익명으로 올렸으나 나중에 스스로 신분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정씨를 모욕한 적이 없다. 주민으로서 할 수 있는 얘기를 사이버상에서 했을 뿐이다. 이제부터는 수암골 지키는 운동을 할 것이다. 주민들이 그저 보고만 있다가는 수암골의 실체는 간데없고 상업화된 동네만 남을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상윤 씨는 현재 한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에서 편집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예술촌.. 그렇다면 예술이 가치의 중심에 서야 하지 않을까?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밥 벌어 먹고 사는걸 우선적으로 걱정하던데..
그게 진정 수암골 발전 명목의 예술촌을 위한 것일까?
기존의 '수암골'이라는 이름과 명성에 예술을 덧칠해서 빌붙어 살려는 것은 아닐지..
수암골 고유의 색채를 잃는다면 더 이상 수암골은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