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이후 보상금 지급, 손액도 낮게 평가
지역농협 직원 “일만 는다” 보험 홍보 기피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도내지역에도 적지않은 상처를 입혔다. 특히 과수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자연재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피해규모가 커지자 농산물재해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재해복구를 위해 목돈이 필요한 농가의 현실과 달리 보상금 지급시기가 수확기 이후인데다 보상액도 피해규모보다 낮아 농가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도록 농산물재해보험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도내 과수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연재해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농산물재해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가입률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도록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농협손해보험 충북총국에 따르면 8월 31일 현재 태풍피해가 접수건은 모두 473건이며 피해면적은 39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선 29일 충북도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 피해농가 가운데 재해보험 가입률은 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의 경우 이번 태풍피해로 입은 손액(손액평가 기준)의 70~80%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보험료의 75%(국비 50%, 도비 10%, 시군비 15%)를 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원하고 농가는 25%만 부담하면 된다.

자연재해 늘지만 가입률 ‘미미’
농협손해보험 충북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청주지역의 한 과수농가는 본인부담금 14만원을 냈다. 이 농가는 지난해 여름 수해를 입었고, 보험사로부터 21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피해규모는 이보다 컸지만 보험을 통해 금전적 손실을 줄였다. 자연재해를 입었을 경우 농산물재해보험이 농민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험가입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2010년 과수농가들이 동해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입농가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이번 태풍으로 농산물재해보험 가입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가입률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농협손해보험 충북총국에 따르면 8월 31일 기준, 도내 농가의 8%만이 재해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률이 저조한 것은 충북이 다른 시도와 비교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과 보험에 대한 인식 부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또 한편으로는 농산물재해보험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농가의 가장 큰 불만은 보상가다. 2000㎡의 과수원에 사과를 재배하는 충주의 한 농가는 한 해 수확을 하면 1500만원의 수익이 난다고 주장하지만 농협손해보험이 산정한 최대 보상액은 700만원이다. 농협손해보험은 재해보험 가입시 농가의 기준수확량을 근거로 가입금액을 산출하는데 실제 수확량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농가 측의 주장이다.

손액평가 직원 전문성 결여
피해산출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가입농가 관할 지역농협 직원이 현장을 조사하고 피해금액을 산출한다. 배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농사도 안 지어본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배만 세보고 피해규모를 파악한다. 바람에 나무가 심하게 흔들리면 뿌리도 다쳐 떨어지지 않은 사과도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고, 상품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다. 또 내년 농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런 것까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시기도 논란거리다. 재해를 입은 농가에서는 하루빨리 복구작업을 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만 농산물재해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료는 수확기 이후에나 지급한다. 농협손해보험 충북총국 관계자는 “보상액은 수확기에 확정된다. 수확량에 따라 보상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재해보험 가입률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데는 일선 농협 직원들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청원군 한 지역농협에서 보험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보험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본 업무는 따로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농가를 방문해 피해상황을 파악해야하고 규정에 따라 손액도 평가해야 한다. 관할지역에 가입농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업무가 늘어나는데, 반길 직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액평가 과정에서 은행 고객인 농민과 마찰을 빚게 되고, 평상시 업무로까지 갈등이 이어져 꺼리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담직원이 없는 한 이러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경우 많게는 자기부담률이 30%까지 증가한다는 점과 보험금을 지급받을 경우 정부에서 제공하는 재해복구비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보험가입률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농협손해보험 충북총국 관계자는 “정부가 50%의 보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재해복구비의 이중적 지원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특정 보험 대상작물 외에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도 한계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현재는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단감, 떫은 감, 자두, 매실, 감자, 양파, 마늘, 고구마, 옥수수, 벼, 콩, 밤, 참다래, 감귤이 대상작물이다. 기후변화로 재배면적이 늘고 있는 아열대과일 등 변화하는 재배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오옥균  기자

 

 태풍피해, 보험 보상 제대로 받는 법

최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사고보상지원센터는 재해사고 피해 소비자들이 본인이 가입돼 있는 보험을 잘 살펴 보상 가능여부를 확인한 후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며, 자연재해사고 피해를 보험으로 보상받는 방법에 대해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도로 상에서 간판 등 낙하물에 의한 피해를 입었을 때는 시설물 배상책임보험·교통재해보험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이 가입한 재해·상해 보험의 재해나 상해사고 보험금을 받을 수도 있다. 생명보험, 손해보험 모두 피보험자로 가입돼 있다면 사망·상해·입원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도로상에서 일어난 재해이기 때문에 교통재해로 분류돼, 보험금이 많은 교통재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차량이 침수나 산사태로 파손된 경우에는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이 통제하는 지역 등 침수피해가 예상되는 구역에서 차를 운행하거나 주차해 두었다면 보상 받지 못할 수 있다.

태풍에 아파트 창문이 깨졌다면 화재보험의 풍수해특약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도내에는 많지 않지만 16층 이상의 건물은 특수건물로 ‘화재로 인한 화재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의해 풍수해담보특약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 밖의 주택이나 15층 이하의 아파트는 화재보험에 가입한 경우 풍수해담보특약을 별도로 부가한 경우에만 보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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