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 고교 A교사가 전하는 청소년 노동현실 “10년전과 똑같아”
자신이 일한 대가 못 받고 노동가치 폄하하기도 … 노동교육 필요

청소년들이 심야노동과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등 기본적인 노동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스스로를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내 한 특성화고교에서 근무 중인 A교사는 “아이들이 처한 노동환경이 교사와 교육청의 무관심으로 10년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최근 서산 편의점 사건과 몇 년 전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실습학생이 과로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사회적 인식과 학생들 관심이 제자리걸음이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학교에서 학칙 상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를 허용하는 학교는 없다. 하지만 많은 수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있으며 경험자까지 포함하면 상당수의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자하는 학생들은 학교 측의 허락을 맡도록 하곤 했으나 어느 순간 유명무실해 졌다는 게 A교사의 증언이다.

▲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거나 임금체불을 겪는 등 피해를 겪지만 이에대해 어떠한 대처를 해야하는지 대응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주말 일해도 최저임금 못 받아

지난 해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고교생 10명 가운데 7명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절반가량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전국 고교생 1천681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625명(37.4%)으로 대부분 식당(54.2%)이나 패스트푸드점(10.2%) 등에서 일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고교생 중 76.4%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 18세 미만 학생 가운데 63.6%는 동의서를 내지 않고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 최저임금을 알고 있는 학생은 64.9%였다.

평일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았던 학생은 46.8%였고 휴일과 야간수당이 추가되는 주말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한 학생은 절반 수준인 50.6%였다. 최근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를 당한 학생은 11.9%였으며 이들 중 59.1%는 ‘내 돈이나 부모님 돈으로 치료비를 해결했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부당한 대우와 피해사례도 적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받은 부당 대우로는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한 경우가 56.7%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이나 신체적 폭력을 포함한 인격모독’(30.9%), ‘임금 체불 및 삭감’(26%) 등을 당한 겨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와 부당한 사례에도 학생들은 누군가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속병만 썩고 있었다. 학생들 중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경우는 7.7%에 지나지 않았으며 교사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0.2%에 불과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지난 겨울방학 기간 동안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편의점 등 청소년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 918개소를 대상으로 노동관계법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점검 사업장의 91.2%인 837개소에서 3,520건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지시한 사례에서도 청소년들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심야노동 다음날 수업에 지장

A교사의 증언도 지난 해 전교조사 실시한 설문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A교사는 “과거 10년 전에는 주유소 아르바이트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고기집을 위시한 식당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노동연령이 낮아져 중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주로 밤에 이뤄지는 택배분류작업도 많이 하는데 이 경우 다음날 수업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것이다. 또한 심야노동의 문제점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생계형도 있어 교사들이 묵인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A교사는 말했다.

A교사는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근로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나마 요즘에는 최저임금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는 정도”라고 귀뜸했다. 이어 A교사는 “아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어찌해야할지 잘 모른다. 과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나서서 받아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근로감독관에게 전화하는 법을 알려준다.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노동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A교사는 “노동3권과 노동법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한다”고 주장했다. A교사는 “이러한 주장한 10여전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관철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나마 특성화 고교에서 배우는 공업입문과 인문계열에서 선택과목으로 배우는 법과 사회 등에 기본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미비한 수준”이라며 “교내 사회과목 교사들도 이러한 문제에 무지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그럴 것”이라며 “교사들의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일단 나가라… 취업 내몰려

아이들이 제대로 된 노동교육을 받지 못해 생기는 손해는 학교를 졸업 후 취직한 이후에도 계속된다. 병역의무가 있는 남학생들은 고교 졸업 후 취직을 하게 되면 군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취업한 학생의 경우 회사와의 상의를 거쳐 휴직계를 내면 제대 후 복직할 수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게 A교사의 한탄이다. 또한 ‘노가다’라고 자신이 하는 일을 천시하고 노동의 가치를 터부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A교사는 전했다.

또한 MB정부 들어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졸업생의 취업률이 중요해지며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2006년 현장실습정상화방안으로 없어진 무분별한 현장실습은 지난 2008년 부활됐다. 과거 2/3 수업이수와 취업 전제 현장실습만 허용됐지만 교과부의 무리한 특성화고 취업률 요구로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3 수업이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11월 중순이나 현장실습이 가능하지만 9월초인 지금도 적지 않은 수가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설명하며 그 중에는 퇴사 후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A교사는 전했다.

한편 교과부에서 요구하는 취업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해 일반고 전환이나 학교 통폐합 등 체제 개편과 장학금 차등 지급 등의 방법으로 압박을 주고 있다. 이러한 교과부와 고용노동부, 도교육청의 실적위주 행정이 현장실습 학생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현장실습을 나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한 노동, 인권, 산업 안전 교육이 없거나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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