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건 수감중 이모씨, "구속된 허모씨 자료받아 올렸다"

 미궁에 빠졌던 새누리당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의 성 추문 의혹 유포 사건이 실마리를 찾고 있다.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1일 공갈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는 이모(43)씨로부터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블로그에 정 의원의 '제주도 성 상납 의혹'의 글을 게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자신이 개설한 '크라임 투 길티(crime2guilty)'라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수법으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을 수차례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이미 구속된 인물이다.

자신이 정 의원의 성 추문 글을 게재했다는 이씨의 자백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경찰 수사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4·11 총선 판도를 뒤흔들고 지역 정가에 큰 갈등까지 불러온 정 의원의 성 추문 의혹 유포 사건의 경찰 수사를 되짚어 봤다.

◇성추문 의혹 유포에 지역사회 '시끌'

19대 총선 직전인 지난 3월15일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정우택 후보가 충북지사 재직 시절인 2007년 제주도에서 경제 관련 단체 회원들로부터 골프 접대와 성 상납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충북은 물론 전국에서도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선거구에서 한쪽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글이 삽시간에 유포되면서 각종 고소·고발이 잇따르는 등 지역 정가에 큰 파문이 일었다.

사흘 뒤인 3월18일부터 정 의원 측과 정 의원 측이 유포자로 지목한 정관계 인사들의 고소·고발이 10여 건에 달했다.

성 추문 의혹 유포자 실체를 확인하려는 지역 정가의 기자회견이 이어졌고 여기에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해 진실 공방을 벌였다.

◇사건 해결의 '키(?)' 김병일 홍콩서 사망

지역 정가에 큰 파문이 일면서 경찰도 수사에 나서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등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성 추문 글이 김병일(55) 전 서원학원 이사장의 페이스북과 연동된 사실을 확인해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경찰 수사는 큰 변수를 만나면서 사건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 의원 성 추문 유포에 연루된 혐의 확인을 위해 경찰에 한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던 김 전 이사장이 홍콩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홍콩으로 출국하기 전 경찰에 소환됐던 김씨는 '해킹당했다'고 주장했다. 돌연 출국한 그는 홍콩에 체류하다가 자신이 머물던 호텔에서 지난 6월24일 숨졌다.

당시 김씨의 유족들은 '김씨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밝혔다. 유서 등 자살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는 없었으나 현지 경찰은 자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다.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직전 경찰은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씨 측과 귀국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었다.

◇성추문 유포 경찰 수사 조만간 마무리될 듯

김씨의 사망으로 또다시 수사에 난항은 겪던 경찰은 성 추문 글이 올라왔던 블로그(크라임 투 길티) 개설자 추적에 수사력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미래저축은행 김 회장에게 회사 명의를 빌려주고 160억 원을 대출받게 해 준 뒤 이를 빌미로 3억8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된 이씨에게 주목한다.

경찰은 이씨가 정 의원의 성 추문 글이 게재된 블로그와 같은 블로그에 글을 올려 김 회장을 협박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수감 중인 이씨를 4~5차례 접견해 추궁했다.

지난 8월 초 이씨가 지난해 10월 블로그를 개설했고, 올해 3월 자신과 함께 구속된 허모(58)씨에게 받은 텍스트 형식의 정 의원 성 추문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이에 따라 허씨를 수차례 접견해 이씨의 진술 내용을 확인했지만, 허씨는 이씨의 진술과 달리 이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강 수사가 마무리되는 내달 중순 이씨와 허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와 허씨의 진술이 너무 달라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이씨 진술을 입증할 자료 확보를 위해 광범위한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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