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21개 업체 중 19곳, 35원 더 주고 충전 … 기사들 “회사가 강제 지정” 분통

법인택시의 가스충전소 선택 방식이 수상하다. 택시사업의 운송원가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은 차지하는 것은 LPG대금이다. 경영난을 이유로 한 푼이라도 비용지출을 줄여야할 상황이라면 초등학생에게 경영을 맡겨도 가격이 저렴한 곳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청주시와 청원군내 택시회사 21곳 중 19곳이 값이 비싼 충전소를 지정해 택시기사에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LPG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휴업까지 했던 택시업계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 “LPG 요금 때문에 죽겠다”는 택시업계가 정작 가스요금이 가장 비싼 충전소와 지정거래를 하면서 기사들에게 가스를 충전하도록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많은 업체가 거래하는 S충전소.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주유소와 충전소의 유가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청주시에는 현재 LPG 충천소는 21곳이 영업 중이다. 이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은 LPG 1ℓ당 1014원에 판매하는 지동동의 D충전소와 1015원에 판매하는 향정동의 S충전소다. 반면 가장 비싸게 판매하는 곳은 1ℓ당 1052원에 판매하는 산남동의 B충전소이며, 1051원에 판매하는 B충전소등 2곳, 그리고 1050원에 판매하는 용암1동의 S충전소 등 10곳이다. LPG 1ℓ당 38원씩이나 차이가 난다.

택시기사 130명을 고용해 사천동에서 택시업을 운영하는 Y교통은 차고지와 멀리 떨어진 용암1동의 S충전소, 사창동에 있는 S충전소를 이용하고 있다. 이 두 충전소의 소유자는 같은 사람이며 1ℓ당 1050원에 판매하고 있다. 1일2교대제 방식으로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가 월 소모하는 부탄가스는 대략 900ℓ 정도다. 만약 Y교통이 35원이나 저렴한 다른 충전소를 이용한다면 매월 400여만원을 절감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업체는 기사들에게 특정인이 운영하는 두 곳의 충천소를 강제로 이용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정 충전소 아니면 가스도 안줘

Y교통을 포함한 청주, 청원지역 21개 택시회사 중 19곳이 이용하는 충전소의 가격은 1050원으로 동일하다. 청원군 내수읍에 위치한 S회사와 청주의 S 교통만이 1030원대의 충천소를 이용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P씨가 회장으로 있는 두 곳의 충전소는 법인택시회사 10곳, 그리고 신봉동의 D 충전소는 6곳 등 사실상 두 명의 사업주가 청주·청원지역 법인택시 가스충전을 80%를 가까이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LPG 충전시장의 최대고객이 택시인 것을 감안하면, 충전소와 법인택시회사 간 ‘박리다매’ 협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반대로 ‘비싸게 많이’ 팔고 있는 것이다.

청주에서 7년째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노동자 P씨는 가스충전을 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다른 회사는 많게는 35ℓ 정도를 회사가 공급하지만 P씨가 일하는 회사는 가스충전비 전액을 기사가 부담한다. 이것부터 P씨는 “심사가 뒤틀린다”고 한다. 차고지에서 차를 끌고 나오면 20분정도 떨어진 충전소를 이용해야 한다. 회사가 이 충천소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보다 비싼 가격도 불만이다. 엄연히 저렴한 충전소가 있는데도, 그곳을 지나쳐야 한다.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다. 택시 영업은 시간이 돈인데 2,30분을 그냥 허비해야 한다. 이에 Y교통의 노조위원장 L씨는 “동료들과 몇 번 회사의 방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즉, 다른 충전소를 이용하려고 시도를 했는데 모두 무산됐다. 이유는 지정충전소가 아니면 충전을 거부당했다. P씨와 동료들은 결국 포기하고 회사가 지정한 충천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한다”며 “충전소간 담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청원IC 인근에서, 충전소를 운영하는 A사장은 ‘업계의 관행’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개인택시는 친목모임 중심으로, 법인택시는 회사가 중심이 되어 일정한 할인폭을 정하고 충전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충전소별로 편차가 있지만 대략 50원에서 80원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법인택시회사가 지정충전소를 강제사용하게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했다.

A사장은 “우리 충전소의 위치상 가끔 장거리 운행을 하고 오는 법인택시 차량이 2000원어치를 충천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러겠는가. 지정 충전소에 갈 수 있을 정도만 주유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그분들의 처지를 아니까 귀찮아도 충전해준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가장 저렴한 충전소중 하나인 B충전소 관계자도 같은 말을 했다. “더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 검·경 수사 사례도

개인택시도 마찬가지다. 전주개인택시사업조합 6대 이사장 김성관 씨는 “충전소에서 지급되는 리베이트를 전 조합원의 신협출자금으로 입금토록 유도했다”는 것을 치적으로 밝힐 정도다. 이를 입증하듯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K씨는 “현재 ℓ당 80원을 할인받는다”고 했다. LPG 1ℓ당 1020원에 판매하는 L충전소 관계자는 “개인택시 차량은 1ℓ에 50원을 할인해준다”고 했다.

이를 보는 법인택시 기사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부정한 유착관계에 의한 리베이트”라는 것이다. Y교통 L위원장은 “도급택시는 기사가 100% 가스값을 부담한다. 사납금, 월급제를 하는 곳도 일정한 몫만 회사가 부담한다. 할인이라면 부담하는 사람한테 혜택이가야 하는데, 왜 그 돈을 회사가 가져가는가. 비싼 곳을 강제로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로 받아가는 나쁜돈”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수사기관의 수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2011년 대전지검은 수사팀을 꾸려 택시업계의 ‘리베이트의혹’을 수사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이런 방식으로 3년동안 4억5000만원을 빼돌린 택시회사 대표 등 두 명을 입건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버스·택시 유류구매 카드제 시행지침’을 통해 “법인택시회사가 기사들에게 충전소를 지정해 강제로 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는 예외는 것을 밝히고, 이를 어기면 ‘유가보조금 전액을 환수조치하고 형사 고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길 시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청주시와 청원군 21개 회사 중 두 곳을 제외한 19곳이 지정충전소에 대한 노사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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