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도급택시 성행, 살인·사망사건 잇따라
청주시는 도급택시 “있다, 없다” 한심한 논쟁

범죄특급, 공포의 도급택시
믿었던 택시기사가 범죄자였다

“한 대도 없다”(청주시청)vs “절반이 도급택시다”(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2010년 무자격 불법도급택시기사의 살인사건과 최근 고3학생 운전기사의 사망사고 사건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청주시와 택시노조가 때 아닌 ‘있다, 없다’ 논쟁을 벌이고 있다.

도급택시란 한마디로 무자격자에게 법인 택시를 내주는 것이다. 도급의 형태도 진화해왔는데 일반적으로 7만원에서 7만 3000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가져다주면 법인 택시를 내 맘대로 몰 수 있다. 유류비, 차량관리, 운행경비는 기사의 몫이다.

4대 보험의 경우 회사가 형식적으로 들어준 후 나중에 돌려받기도 하고, 아예 4대 보험을 회사가 들어주는 등 형태는 다양하다. 단순히 몇 가지 관련 장부만 봐서는 형식적인 근로계약 즉, 도급을 잡아내기 어렵다. 관리감독 기관인 청주시와 실제 택시기사들 사이에 도급을 놓고 ‘있다, 없다’ 진실게임을 벌이는 이유는 그것이다.

청주권에는 21개의 법인택시회사가 있고, 1481대가 운행 중이다. 도급택시 기사로 4년 동안 일했던 A씨는 자신의 존재를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도급택시 기사는 ‘유령’이 될 수 있다. 도급기사가 성범죄 이력이 있어도 신분조회가 되지 않고, 또한 도급기사가 미성년자에게 택시를 내주고 시간당 얼마를 받는 재도급을 해도 알 수가 없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이삼형 택시 지부장은 “현재 청주권 불법도급택시 비율은 전국 최고인 50%이상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청주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8월 1일 고3 남학생이 아는 동네 선배에게 차키를 받아 택시를 몰다가 사고를 내 여고생 한명이 사망했다. 지난 2010년에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모두 ‘도급택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편집자

▲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청주시청 터를 잡고 ‘도급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다음날 도급택시 사망사고가 났다. 택시노조측은 “청주시내 버스 절반이상이 도급택시인데 청주시가 눈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연쇄살인도 불법도급으로 시작

안 모씨는 2009년 9월과 2010년 3월 청주지역에서 자신의 택시에 탄 승객 A(여·당시41)씨와 B(여·당시 24)씨를 잇따라 납치, 성폭행 한 뒤 살해했다. 안씨는 살해한 B씨의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실은 채 택시영업을 계속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경찰조사에서 2004년에 충남 연기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해사건의 여죄까지 밝혀지자, 그에게는 ‘희대의 살인마’라는 호칭이 붙었다.

그의 범죄대상이였던 청주 시민들은 경악과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안씨는 법정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2011년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이 확정됨으로써 그의 ‘살인드라마’는 멈추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살인마가 저지른 범죄의 수단은 택시였다. 그것도 이른바 ‘도급택시’였다.

2000년 안씨는 택시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그는 택시면허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택시를 운행하는데 단속을 하거나 제동을 거는 곳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고용자체가 불법인데 회사와 사회는 ‘아르바이트 택시’란 이름으로 그를 불렀다. 안남기의 성범죄는 그때 시작되었다.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 앞에서 자신이 몰던 택시에 탑승한 19세 여성을 납치,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 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한 뒤 2004년 택시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다시 2009년 7월부터 ‘사납금제’로 불리우는 도급택시를 시작했다. 이때 당시에도 이력서를 허위 작성했지만 무사통과였다. 범죄경력을 조회하는 절차도 없었다. ‘사납금’만 입금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도급택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안씨에게 ‘도급택시’는 ‘성폭력 살인사건’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을 이어주는 특급열차가 된 셈이다.

철부지 고3, 면허 없이 광란의 질주

지난 8월 1일에 여학생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치게 한 사고를 일으킨 P군은 택시 면허가 없다. P군은 사고 다음날 차량이 보관된 D공업사에 들러 본인이 사비로 부착한 소음기를 찾으러 왔다고 한다. 택시면허도 없지만, 직업윤리도 없었다. 한마디로 철부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P군은 어떻게 택시를 몰았을까. 이와 관련해 사고차량이 소속된 공민교통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발뺌하고 나섰다. 즉, 사고차량의 원 운전기사가 회사도 모르게 대리운전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P군이 사고가 나기 이전, 또 다른 C택시에서도 운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P군을 아는 지인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나눈 대화 속에는 ‘P군이 C회사 택시 차량을 운행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내용’과 ‘C택시는 단속이 있을 땐 운행을 못하고, 없을 때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무자격자의 ‘불법도급택시’가 여전히 성행한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는 대목이다. 2010년 택시면허를 가질 수 없는 성폭력 전과자가 택시를 운행하며 벌인 성폭력사망과 P군의 과속사망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도급택시는 ‘택시 면허가 없는 사람도, 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통로’라는 게 명백하다.

“수익에만 혈안이 된 택시회사가 사납금만 받고 임대형식으로 차량을 방치하고, 방치된 도급택시는 또 다시 재도급으로 가는 과정에서 성폭력 전과자, 무자격자등이 마구잡이로 유입된다”는 영진교통노조 이진규 위원장의 주장을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시민들, “지자체 단속 강화해야”

시민들은 지금 불안에 떨고 있다. 택시도 대중교통의 영역에 들어온 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공공서비스 관점에서 보지 않고, 이번 사건도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주시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가경동에 거주하는 시민 신모씨(여·40세)는 “청주시가 제정신인가. 불안해서 택시를 탈수가 없다. 2010년 택시면허를 가질 수 없는 도급택시기사의 승객살인사건이나 고3 남학생이 운전하는 택시는 유령이냐”며 청주시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 J씨(남·45세·산남동 거주) “살인사건과 사망사건이 뻥뻥 터지는데, 참 한가한 사람들이다.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청주시의 행정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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