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편집위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고 신뢰와 우호의 새로운 한일관계를 열어갑시다’. 지난 14일 낮 청주시내 철당간 광장에서는 색다른 행사가 있었다.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충북지부 회원들이 연 행사였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선 40명의 일본 여성들은 사과의 표시로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한국인과 결혼해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라고 밝혔다. 과거 일본제국주의 시대 일본이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역사적 진실을 분명하게 알게 됐다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끌려간 분 들에게 같은 여성으로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번 행사는 충북뿐 아니라 전국 여러 군데서 동시에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경색된 터에 이뤄진 일이라 배경에 궁금증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미야자키 사요코 충북지부장은 광복절에 즈음해 사죄의사를 밝히는 것이지 이런 분위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독도에 대해서도 어느 나라 땅이라고 명백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답을 피했다.

그는 “한국에 살면서 평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일본에서는 이런 역사를 배우지 않기 때문에 전혀 몰랐다. 이 문제를 알고 부터는 ‘일본이 반드시 사죄해야 할 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계획에 지원하는 중국에 맞서 한국과 일본이 힘을 모아 세계 평화의 초석을 구축해야 한다. 한반도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하나된 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매년 8월 15일 광복절이면 대부분의 언론들은 한·일관계를 조명하는 특집기사를 싣는다. 올해는 때맞춰 이명박 대통령이 많은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작은 독도문제였다.

대통령은 독도방문에 이어 14일에는 한국교원대에서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데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할거면 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두루뭉술하게 사과할거면 올 필요도 없다는 등 가시돋친 단어들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날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는 학교폭력책임교사 워크숍 이었으나 때가 때인지라 한·일관계 얘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들의 특집기사는 해마다 하는 연례행사에 불과하다. 별 감동을 주지 못한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도 일회성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MB는 독도를 방문한 첫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과연 국민들의 울분을 얼마나 풀어줄까. 때문에 이런 이벤트가 임기말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인들의 위안부 사죄 행사도 지나가고 마는 행사가 아닐런지. 그러지 않길 기대할 뿐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없이 과거사 정리는 이뤄질 수 없다. 당시 아무 것도 모른 채 끌려가 위안부 노릇을 했던 할머니들 중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다.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우리는 올해 또 광복절을 맞이했다.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지만, 지금 한·일관계는 꽉 막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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