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예 청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우리의 이동이 자유로워야 장애인 편의시설도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동권이 보장돼야 하겠죠”
지난 달 30일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얻어 일반버스를 탔다. 이들은 청원군에게 저상버스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다는 캠페인행사를 가진 것이다. 총 62명이 참가해 청원군 내수읍에서 청주시청까지 다시 청주시청에서 청원군 오창읍까지 버스를 탔다.

이를 두고 강종예(42) 청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 말했다. 사실 이 땅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의 권리는 존중받지 못해왔다. 장애인의 교육권과 이동권을 요구하는 숱한 집회현장 가운데 서있던 강소장은 그것을 몸으로 느껴왔던 것일까. 자신들의 요구가 누군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또 소리가 나지 않는 그저 아우성일 뿐이라는 것을.
강소장의 고향은 전라남도 목포시. 13살 때 고향을 떠나 경기도 부천시에서 살다가 지난 2007년 청원군 북이면 신대리로 이사왔다. 강소장은 29살 때부터 근육이 약해지는 병을 얻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밥상을 나르고 자녀 넷을 키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던 일상생활들이 하기 어려워졌다. 집에 누워만 있는 시간들이 길어졌다. 나중에는 접시도 들지 못했고 호흡곤란까지 겪게 됐다. 요양을 위해 공기 좋은 곳을 찾다가 내려온 것이 신대리였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힘이 돼 준 것 역시 가족들이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엄마에게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대여해주고 내용을 요약해달라고 하는 등 자꾸 일을 맡겼다. 당시 우울증과 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강소장에게는 아이들이 다시 문 밖으로 나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됐다.


2007년 한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진행한 상담사 양성교육을 받은 강소장은 같은 해 10월부터 지역 장애인사회에 나서게 됐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진행한 삼보일배 시위에 나섰고, 2008년부터는 장애인이동권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청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문을 연 것도 그때다.
신대리 집 옆 빈집을 개조해 사무실과 교육장을 만들었다. 외진 곳이라 많은 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 찾기 힘들다.시내로 나가 사무실을 열고 싶지만 비싼 임대료는 발길을 자꾸 잡아 두게 한다.
강소장은 “청주시내에는 저상버스가 많이 보급돼 있는 편이지만 청원군과 청주시내를 오가는 저상버스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교통약자를 위해 도입한 해피콜 역시 청원군의 보유대수가 적어 예약이 힘들다고 했다. 강소장은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바우처사업을 진행해도 장애인들은 공연을 볼 수가 없어요. 책 한권을 사려해도 청주시까지 나가야하는데 이동을 못 하잖아요”라고 지적했다.
저상버스가 보급된 청주시에도 장애인들은 이동의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정거장의 장애인을 보고도 지나가는 저상버스 운전자들이 있다는 것. 또 겨울에는 리프트가 고장이 났다며 승차거부를 하기도 한다고.
강소장은 청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외에도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과 근육장애인협회 이사 등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여럿 있지만 강소장은 밝히길 꺼려했다. 이름만 걸어놨을 뿐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외에도 하나 더 가진 ‘직책’있다면 수험생이다.
강소장은 늦깎이 대학생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는 8월 6일 치러지는 고졸 검정고시 합격이 우선이다. 강소장은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대학을 졸업한 딸과 고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지닌 엄마이기도 한 강소장은 자녀들에게 더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하다.
“엄마이길 포기한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하죠. 그래도 누워만 있는 엄마보다는 활동적인 엄마를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고마워요. 아이들이 저녁 도시락까지 싸주니까요”
몸이 불편하지만 도와주는 이가 있어 강소장은 운이 좋은 편이라 말한다. 펼쳐질 앞 날 역시 굴곡이 있어도 원하는 곳까지 도달할 것이다. 강소장의 소리 없는 아우성 뒤,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펼 것’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