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2000원 ‘나누리장터’…행안부 ‘착한가격업소’ 선정

사진/육성준 기자
언제부터인지 ‘마음씨가 곱고 어질다’는 의미인 ‘착하다’라는 형용사가 ‘좋다’ ‘아름답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의 자영업소를 대상으로 ‘착한가격업소’를 선정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착한’은 ‘싸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고 모두 착한업소일까. 가격을 낮추는 대신 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시장을 흐리고 본인만 먹고 살겠다면 ‘착하다’의 본연의 의미를 위반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전국 ‘착한가격업소’ 7132개 업소 가운데 진정으로 착한 업소는 없을까? 다행히도 착한 업소가 있었다. 그것도 충북에…. 복대동 세원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나누리장터’가 그곳이다.

배고픈 노인, 가출청소년은 ‘공짜’

나누리장터의 대표 음식은 칼국수다. 누구나 쉽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대표 서민음식이기는 하지만 나누리장터의 칼국수 가격은 정말 놀랍다. 한 그릇에 2000원이다. 공기밥도 원하면 얼마든지 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식당 벽면에 크게 적혀 있는 글귀를 보니 더욱 놀랍다. ‘돈 없고 배고프신 분, 가출청소년에게는 공짜’란다. ‘무료식권을 가지고 오시는 분’도 공짜다. 단 취객에게는 공짜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고도 남는 게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주인 유한교(56) 씨는 “이득이 적더라도 취지를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 씨가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은 금천동에서 나누리장터를 시작한 정택일 씨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정 씨로부터 “저렴하게 판매하고, 맛있게 먹고, 이익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간단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를 듣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직장인이었던 남편의 전근으로 청주와 인연을 맺은 유 씨는 한때 경북 고령군청에 근무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는 그곳에서 사회복지시설 담당자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그는 청주에 와서도 교회에서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역할을 해왔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왔던 것이다.

나누리장터를 운영해보겠다는 유 씨의 결심에 가족들도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유 씨는 “가족들의 동의가 없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편이 가게를 얻을 돈도 내주고, 아들들도 좋은 일이니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 씨는 가게를 연 이후로 지금까지 매월 500명이상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다달이 동사무소 등 지역 내 기관을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유 씨는 “아직은 수익금이 많지 않아 큰 도움이 돼드리지는 못한다”며 주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수익금은 전액 사회 환원

아직은 매출이 적어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기관에 전달하는 후원금도 아직은 주머닛돈을 빌려야 한다. 당연히 식당 운영을 통해 유 씨가 가져가는 돈은 전혀 없다. 유 씨는 “이익금을 가져갈 마음이었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행복을 느끼며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누리장터는 점심식사 전에 문을 열어 새벽 4시까지 영업을 한다. 돈독(?)이 올라서가 아니다. 유 씨는 “새벽에 일하시거나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분들은 대부분 서민들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는 어디 한 곳 저렴하게 식사 할 곳이 없다. 덩달아 우리도 일자리를 하나 늘릴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며 늦게까지 문을 여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쯤에서, 칼국수 한 그릇에 2000원이라고 하니 맛을 의심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맛과 가격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나누리장터의 칼국수는 좋은 재료로 오랫동안 우려낸 육수에 부드러운 면발까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비결은 뭘까. 유 씨는 “원가 절감을 위해 밑반찬이며 칼국수도 모두 손수 가져다 드셔야 한다. 또 재래시장에서 직접 식자재를 구입해 원가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웃들도 유 씨의 취지를 알고 바쁠 때면 일손을 돕기도 한다.

유 씨는 지금보다 손님이 몇 배 이상 늘어나길 소망한다. 그는 “일반 손님이 많아야 하는데, 가격이 너무 싸니 ‘우리가 먹어도 되냐’며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야 더 많은 분들에게 행복을 나눠 드릴 수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유 씨는 “손님이 많아져 일자리도 늘리고, 더 많은 분들에게 나눠줄 수 있길 바란다”며 “이곳이 잘 운영되면 한곳 두곳 늘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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