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산림공원 숲해설가 강미옥 씨의 숲 예찬
“자연에서 답을 찾는 시대라 바빠졌어요”

애벌레를 보고 아이나 어른이나 깜짝 놀란다. 꿈틀꿈틀 거리는 게 퍽이나 징그럽게 느껴진다. 정작 더 놀란 건 애벌레인 것을 사람들은 종종 잊는다. 그렇다면 헝겊 자루를 뒤집어쓰고 애벌레처럼 기어보고 굴러보면 어떨까. 애벌레의 고충을 느낀 후에는 애벌레가 다시 보일 것이다. 그 다음 애벌레에서 성충이 돼 나비옷을 입고 훨훨 날아가 보자. 인간도 곤충도 때때로 고행이 필요하다.


강미옥(51)씨는 용정산림공원에서 숲해설가로 일한다. 매일 매일 산에 올라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숲에 대해 가르친다. 4계절을 24개 프로그램으로 나눠 교육한다. 용정산림공원은 산림청 보은 국유림 관리소가 관리하고 있다. 김수녕 양궁장 옆에 위치해있어 도시민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생태 길이다.

정작 숲에 있으면 알레르기가 있어서 팔을 긁적인다는 그가 숲에서 보낸 10년. 그에게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그는 10년 전만 해도, ‘밥순이’였다고 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은 후 여유가 생기자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일찍 결혼해 아이들 뒷바라지만 했지 사회적인 경험도 없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지도 막막했다.

그 때 우연히 본 게 청주 YWCA에서 주최하는 현장체험학습강사 과정이었다. 현장체험학습강사 공부를 하면서 식물도감도 펴보고 외우는 게 재미가 났다. 책상에서 이론공부만 한 게 아니라 매일 현장으로 나갔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그 다음 충북생명의숲에서 마련한 숲해설가 과정을 수료하게 됐다. 그 후 숲과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인생 후반전을 활기차게 열었다.

강씨는 “10년 동안 못 해본 일들을 다 해본 것 같아요. 운전면허를 땄고, 숲해설가가 됐고요. 지난해에는 전국숲해설가대회에서 숲 관련 프로그램으로 상도 받았어요”라고 자랑했다.

그가 용정산림공원에 온 것은 2008년 3월이다. 그 해 12월에 공원이 개장했다. 용정산림공원은 전국에서 유아숲체험원 7군데를 지정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다. 올해에는 모래사장, 네이처스포츠시설 설치 및 등산로 정비를 통해 더 가까이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2009년 용정산림공원이 개장됐을 때만 해도 10개팀이 유아 숲 체험을 했다. 그런데 인기가 높아져 올해는 32개팀이 수업을 받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 1시간씩 2팀이 체험을 한다. 한번 수업을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달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반복학습효과가 크다.

보통 1년에 1만 3000명이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5~7세 유아 대상으로 선착순 프로그램 접수를 받을 때면 유치원 원장들이 아침에 일렬로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방학 중에는 프로그램을 따로 기획한다. 강씨는 “올해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숲 치료를 통해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졌어요. 숲이 결국 모든 것의 근원이자 해답을 주는 것 같아요. 덕분에 할 일이 많아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생생문화사랑 카페(cafe.daum.net/ ylivingculture)를 운영하며 모든 생태관련 자료들을 업데이트해놓고 있다.

현재 숲해설가를 관련단체에서 양성하고 있지만 직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개인의 열정도 문제지만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00명이 숲해설가 교육을 받으면 10명 정도만 남는 것 같아요. 30대는 육아 때문에 전념하기 어렵지만 40대는 열정을 낼 수 있어요. 40대 초반만 해도 총기가 있고요.”

가족들도 그의 직업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숲에 매일 오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많은 것을 배웠어요. 나이가 많다고 숲이 가까운 건 아니에요. 누구나 학습이 필요해요.” 그는 매일 등산복만 입어도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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