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문과‧컴교과 폐과 확정… 연극영화‧미술학과 등 통합
정부, 취업률 평가지표 빌미 대학 돈줄‧목숨줄 움켜쥐어

서원대가 지난 1일 독어독문학과와 컴퓨터교육학과의 폐과를 최종 결정했다. 또한 독문과‧컴교과와 함께 폐과 대상으로 거론됐던 예술학부 내 음악학과와 연극영화과는 공연영상예술학과로 통합됐다. 또한 미술학과는 융합아트학과(회화전공, 뷰티아트전공)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였다. 화예디자인학과 역시 디자인학부로 통합하여 화예디자인전공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서원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학과 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서원대는 제약공학과와 화장품과학과, 항공운항서비스학과 등 3개학과를 신설했다. 이들 신설학과의 정원은 모두 120명이며 향후 취업률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명칭이 변경되는 학과도 있다. 차(茶)학과를 식품공학과로, 생활복지학과를 사회복지학과로, 멀티미디어공학과를 멀티미디어학과로, 국어국문학과는 한국어문학과(국어국문학전공, 한국어교육전공)로, 환경건설정보학과는 환경공학과로, 레저운동관리학과는 레저스포츠학과로 학과 명칭이 변경했다.

▲ 지난 달 30일 서원대 재학생들이 학교 측의 6개학과 폐지방침에 맞서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서원대의 학과 구조개편은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 신입생 지원율, 재정기여도를 지표로 삼아 결정됐다. 사범대의 경우 임용고시 합격률도 포함됐다. 폐과가 확정된 컴퓨터교육과의 경우 최근 3년간 전국적으로 채용인원이 한명도 없던 영향이 컸다.

서원대는 지난 달 6개 학과를 폐과하는 구조개편안을 추진하다가 학생들과 동문회, 지역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서원대 관계자는 지난 4월 새 재단과 함께 취임한 손석민 총장과의 연관성은 강하게 선을 긋고 “지난해 9월 정부재정지원 제한 선정 이후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을 위해 지난 해 11월부터 ‘학과구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하고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해 9월5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학자금대출제도심의위원화 자문과 심의를 거쳐 ‘2012학년도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결과 및 학자금 대출제한대학 선정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교과부는 2012학년도 학자금 대출제한을 받는 17개 사립대를 포함한 43개 사립대를 평가순위 하위 15% 대학 중에서 선정했는데 서원대의 경우 평가순위 하위 15%안에 들었다.

제약공학과 등 3개 학과 신설

지난 해 화두 중 하나는 반값등록금이었다.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대학등록금 상승률은 전국대학생들의 분노를 샀다. 대학생들은 여론을 등에 업고 거리로 나왔다. 청년실업문제와 함께 중요 사회문제로 대두된 반값등록금 싸움은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학등록금 인하를 천명하는 등 정치권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초 상당수의 학교가 소폭이나마 등록금을 인하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대학교 현실상 교과부는 이들 대학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했다. 재정지원이 그것이다. 이전부터 대학들의 구조조정을 천명한바 있는 정부는 본격적으로 재정지원을 무기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재정지원이 오히려 부실비리사학을 도와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제기 이후 나온 조치였다. 재단전입금 확보 노력 없이 나아가 등록금을 빼돌리기까지 하는 일부 사학들을 유지시키는 ‘종잣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붙었다.

정부재정지원제한 대상선정은 부정비리가 있는 대학과 신입생 자연감소분 등 장기적 관점의 자연스러운 대학구조조정이 아닌,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시작이었다. 이를 위한 평가지표도 만들어졌다. 이러한 평가는 매년 해오던 대학평가와는 달랐다. 피해가 직접적이었다. 정해진 기준점수를 넘으면 되는 절대평가도 아닌 어느 대학은 걸리는 상대평가였다.

그 칼을 오랜 학내분규를 겪어오던 서원대가 지난 9월 맞았다. 수시모집을 앞둔 시기였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컸다. 올해 입학한 서원대 신입생의 경우 올해 국가장학금 혜택도 받지 못했다. 서원대를 비롯해 하위 15%대학에는 올해부터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등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원대가 당초 6개 학과의 폐과를 고려했던 것은 “한번 더 하위 15%안에 들 경우 대학이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위기인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방대 불리한 정부 평가지표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평가지표를 보면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재학생충원율이 30%로 가장 높으며 이어 취업률이 20%로 그 다음 순이다. 이어 전임교원확보율이 5%, 교육비 환원율은 10%,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5%, 장학금 지급률 10%, 등록금 상환율 상환율 10%, 등록금 부담완화 10% 순이었다.

이러한 평가지표는 전적으로 지방에 위치한 대학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학사관리 및 과육과정 등과는 달리 평가에서 반영비율이 가장 높은 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은 대학의 위치한 지리적 또는 ‘사회적 위치’에 따라 그 편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서원대 관계자는 “대학평가에 있어 예술대가 중심인 곳은 평가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혜택이 있지만 지방에 위치한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 개설한 학과도 아무리 취업률을 고려했다지만 최소 4년내지는 6년 뒤를 내다보아야 하는 학과로 당장 지표상승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어려움을 표했다.

한편 서원대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대학들의 학과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원광대도 서원대와 비슷한 시기에 학과조정을 시작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는 지난 해 9월 서원대와 함께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에 들고 동시에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에 포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광대는 지난 달 23일 한국문화학과 등 6개 학과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원광대는 당초 11개 학과를 폐지키로 했지만 해당 학과와 교수협의회 등의 반발로 6개 학과를 폐지 대상을 줄였다. 폐지가 확정된 학과는 한국문화학과와 독일문학 언어전공, 프랑스문화 언어전공, 정치외교학, 인문사회자율전공학부, 자연과학자율전공학부 등 주로 인문·사회 계열이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 인문사회에서 예술·사범계열 등의 학과 학생들의 피해를 주는 이 같은 아이러니는 올해도 계속된다. 2013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선정발표가 오는 9월에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원대 관계자는 “직장 건보 데이터베이스를 대상으로 한 취업률 조사가 지난 1일부로 시작됐다. 재학생충원률의 경우 지난 4월 1일이 기준이었다. 결과가 나오는 9월까지 숨죽여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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