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배 주산단지 흑성병 감염, 갈색여치·꽃매미 출몰
게다가 한낮 최고기온이 30도 가까이 육박하는 때 이른 무더위와 우박이 내리는 등 기상이변마저 발생해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배 생산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검은별무늬병(흑성병)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내 배 주산단지에 설치한 병해충 관찰포 5개 지점 2.5를 조사한 결과 0.25ha(전체면적의 10%)가 검은별무늬병에 감염됐다.
검은별무늬병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4~5월 중 강수일수가 24일로 평년 18일에 비해 6일이 많아 적기 방제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검은별무늬병은 곰팡이병이다. 비가 자주 오면 잎, 과실, 가지 등으로 급속히 감염돼 농가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농작물에 대한 해충 피해도 우려된다. 5~6년 전 충북 영동지역에서 농작물을 갉아먹어 큰 피해를 입혔던 갈색여치떼가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01년 충주에서 처음 발견된 후 2006~2007년 영동군 일대 복숭아 농장 20에 피해를 입힌 뒤 잠잠했던 갈색여치떼가 올해 들어 보은·옥천·청원 등지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2006년 이후 집중적인 공동방제가 이뤄진 이후 자취를 감춘듯 보였던 갈색여치떼는 최근 온난화 영향으로 부화율이 상승하고 방제가 소홀한 틈을 타 개체수를 급격히 불린 것으로 기술원은 분석하고 있다.
해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었던 꽃매미(중국매미)도 골칫거리다. 도 농업기술원이 최근 청주시와 청원·진천·영동군 포도재배단지 1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꽃매미가 60~80% 가량 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화율이 80%에 이른 시점에서 지난해보다 6~7일 정도 빠른 것이다.
부화한 꽃매미알이 성충이 되면 과일 표피나 나무줄기에 달라붙어 배설을 하게 된다. 이 배설물은 탄소동화작용을 방해해 과일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거나 '그을음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충북도내 꽃매미 피해지역은 1051로 상당했다. 이 중 옥천은 434으로 피해가 가장 컸다.
여기에 기상이변까지 발생해 농민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충북지역에 게릴라성 우박이 쏟아져 1200 가까운 농지가 쑥대밭처럼 변했다.
시·군의 피해상황 파악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과실수의 경우 올해 농사뿐만 아니라 앞으로 2~3년 동안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않을 가능성이 커 농작물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도 재난대책상황실에 따르면 28일 떨어진 우박으로 충주시·보은군·옥천군·영동군·음성군 등 5개 시·군 1169가 피해를 당했다. 심각한 것은 열매에 직접 우박을 맞았을 경우 상품성이 없기 때문에 올해 농사는 이것으로 사실상 끝이다.
이처럼 이른 무더위로 병해충이 기승을 부리고 우박 등 기상이변이 발생해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여기에 농약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농민들은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최근 날씨가 뜨겁고 건조한 날이 많아 병충해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과수 성장을 방해하는 흑성병(검은별무늬병)이나 꽃매미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