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남서 한병호·김동섭 형사 사금융 단속 사례 주목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 전쟁을 선포한지 한 달.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경찰 등 각 기관이 서민의 고혈을 짜내는 악덕 대부업자들을 잇따라 적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되레 서민의 돈줄만 더 조이거나 대부업자 검거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주청남경찰서 금융범죄수사팀(한병호·김동섭 형사)이 악덕 대부업자 검거에 이어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채무자들의 사채빚 탕감을 도와 눈길을 끌고 있다.
청주청남경찰서의 금융범죄수사팀은 지난 달 "시장 상인들에게 사채 놀이를 하는 스님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청주 육거리 시장에서 직접 확인에 나섰다.
며칠 간의 탐문 끝에 한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고, 그에게 들은 내용은 적잖이 충격적 이었다.
청원군 가덕면 병암리 한 절의 주지스님인 유모씨(51)는 채무자들에게 수시로 찾아와 "씨X, 늙은 인간이 돈도 안갚고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협박을 일삼고 "돈 안 갚으면 딸자식 팔아버린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길이 30에 달하는 흉기로 80대 노인을 위협하기도 했다.
돈을 빌렸던 김모씨(83·여)는 서슬 퍼런 유씨의 행각에 겁을 먹고 "사장님 봐주세요"라며 연신 눈물을 흘리고 허리를 굽힐 수 밖에 없었다.
남편과 두 자식을 일찍 여읜 김씨는 직접 가게를 차릴 형편도 안돼 노점상에서 야채를 팔아 근근히 먹고 사는 처지였다. 그러다 벌이가 좋지 않아 한 두번 빌린 일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났고, 손이 닳을 정도로 야채를 팔아도 원금은 커녕 이자를 갚기도 벅찼다.
김씨 말고도 다른 채무자들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경찰은 유씨를 구속한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유씨에게 "원금과 정해진 이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아내지 않았냐"며 설득에 나섰고 이를 수긍한 유씨로부터 채권포기각서를 받아냈다.
3명의 피해자가 탕감받은 이자는 5400만원. 모두 법정 이자율을 크게 초과한 살인적 고리였다.
불법사채의 그늘에서 벗어난 뒤에도 피해자들은 "내가 돈 빌린 죄인인데 어떻게 안갚냐"고 불안해 했다. 경찰의 계속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정말 고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이 사채 피해자의 빚 탕감을 도운 일은 전국적으로도 찾기 힘든 사례. 청남경찰서 내부에서도 '드림팀'으로 통하는 한병호·김동섭 형사의 노력과 고민이 만들어 낸 성과였다.
한병호 형사는 "유씨의 죄질이 워낙 안좋았고 피해자들이 평생 벌어도 못 갚을 정도로 딱한 사정을 지나칠 수 없었다"며 "악덕 대부업자 검거는 물론 피해자의 입장까지 고려해 진정한 불법 사금융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