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화장실 사용 이유로 학생 뺨 때려…"훈육 차원 체벌일 뿐"
전교조 "학교폭력상담관이 교칙 어기고 학생 폭행… 엄단해야"

▲ 학생 폭행 논란에 휩싸인 청원의 한 고교장이 '훈육차원의 체벌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원 모고교장 학생 폭행 논란>청원의 한 고등학교장이 교직원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재학생 뺨을 때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학교폭력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달 청원의 한 고등학교장은 평소 장이 좋지 않아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이 1층 교직원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망을 보던 학생과 함께 뺨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장은 훈육차원에서 벌어진 일로 학교폭력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학생들은 이 일로 충격을 받아 학생부장을 찾아 상담을 한 뒤 교장실에서 학교장으로부터 사과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학교폭력예방활동에 나서야 할 교장이 교칙(학교생활규정)을 무시하고 손찌검을 한 사실을 쉬쉬하고 도교육청에 즉시보고 원칙도 저버렸다는 것이다.

이 학교 학칙 제8장 27조(징계)를 살펴보면 교원이 학생을 지도할 때에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직접적인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학생 훈육을 위한 체벌이라고 치더라도 생활지도를 위한 징계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즉 학교장이 학칙을 어긴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학교 학생부장은 "학생들이 사과 받기를 원했고 잘 마무리 됐던 일이다"며 "보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교장은 "학생 사이에 벌어진 일만 학교폭력이라고 교장 연수에서 배웠던 기억이 있다"며 "훈육차원에서 뺨을 때린 것을 학교폭력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 교직원이 화장실 사용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있는지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뒤늦게 학생들이었음을 확인하고 감정이 격해 발생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건은 학교측이 쉬쉬하다가 할생들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졌다.

"교칙, 학생징계절차 따랐어야"

▲ 학교장은 학교폭력상담관이다
사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도구나 신체를 이용한 직접적인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간접체벌도 학칙 등을 만들어 최소한으로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학교장의 주장대로 민원인 사용을 위해 학생들이 교직원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를 어겼다면 감정에 치우쳐 손찌검을 하기보다 학생이 징계 또는 징계 받아야 할 내용을 사전에 분명히 고지한 다음에 학생 동의를 거쳐 생활지도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학생 복지보다 외관 공사에만 치우친 학교운영전반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학교 정문 앞에 보여주기 위한 대형 간판을 세우기보다 그 예산으로 학생 화장실 수리에 나섰다면 이번 같은 일도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에 교장실 앞 교직원 화장실을 사용했던 학생도 평소 장이 좋지 않은데다 예민한 체질로 화장실을 가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이 너무 열악하다 보니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교직원 화장실을 이용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학교장은 학교성폭력상담관으로 문턱을 낮춰야 할 상황에서 행정실을 경유하지 않으면 교장실을 찾기 힘들게 해 놓은 상황도 도마위에 올랐다. 실제 지난 20일 논란이 된 해당학교를 찾았을 때에 교장실 앞에는 학교성폭력상담실이란 문패와 행정실을 경유할 것을 알리는 인쇄물이 문에 붙여져 있었다. 이를 두고 "성폭력 관련 사안은 피해자의 비밀 및 사생활 보호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누가 창피하게 행정실을 경유해 상담을 받으러 갈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학교 행정실장은 "교직원 화장실에 비해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낙후된 것은 사실이다"며 "올해 추경에 반영해 리모델링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장은 "훈육을 한다는 차원이었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생활지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학교폭력으로 보아선 안 된다. 이를 학교폭력으로 본다면 갈수록 학교생활지도에 어려움이 클 것이다"고 말했다.

"교육청, 교육적 체벌로 봐 줘야"

▲ 성폭력상담관이기도 한 학교장을 만나기 위해선 수침심에도 불구하고 행정실을 경유해야 한다. 학교측은 잡상인 출입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충북도교육청 교원학생지원과 최동하 장학사는 "학생 간 폭력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으로 학교폭력의 범위가 넓어져 넓은 의미의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는 있다"며 "다만 이번 같은 사안은 훈육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여 학교폭력이라기 보다 체벌에 가깝다. 학교폭력의 범주에 속하지 않아 즉시보고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정확한 파악을 하지 못했다. 학교 학생 생활지도 절차를 어긴 것을 두고 민감한 사안이라 개인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조종현 정책실장은 "학교폭력예방에관한 법을 살펴보면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폭력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보고 있다"며 "교사의 손찌검을 훈육을 위한 체벌로 미화시킨다면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봐도 명백한 폭력행위로 초록은 동색이라고 폭력교사를 관대하게 처리한다면 학교폭력을 일벌백계한다는 도교육감의 의지와도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장 역시 포괄적으로 학생의 교육적 지도를 할 수 있으나 이번 사건은 교육적 체벌을 넘어 폭행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어 정 실장은 "현재 교과부는 가르침대 등을 활용한 직접체벌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간접체벌 역시 학칙 등에 엄정한 규정을 만들어 그에 준해서 교육적, 한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학생이 징계 또는 지도 받아야 할 내용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하고 학생의 동의를 받은 후 생활지도가 가능한 것이 현재의 규정이다. 학교장이 정당하고 교육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체를 이용한 폭행을 했다는 것은 스스로 학교폭력예방활동을 포기하고 학교 내 구조적 폭력을 재생산하는데 일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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