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이상기후 과수도 일찍 꽃피워 농민 곤혹

목련꽃이 채 떨어지지 않았는데 라일락이 꽃을 피우고 있다.

벚꽃 역시 청주 무심천이 꽃대궐을 이루고 있는 것과 동시에 상당산성에서도 앞다퉈 꽃을 피우는 등 봄꽃의 개화가 동시다발로 이루어지고 있다.

봄꽃은 통상 매화와 개나리, 목련에 이어 벚꽃, 사과꽃, 라일락의 순으로 시차를 두고 개화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이상기후가 거듭되면서 이같은 봄꽃의 개화 시차가 없어지는 등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일주일 가량의 시차를 두고 꽃을 피우면서 상춘객들에게 무심천 벚꽃 구경 이후 또 다시 상당산성 벚꽃 구경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은 올봄에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심지어 청주 무심천 신봉동 부근의 벚꽃들 가운데 상당수가 꽃과 잎이 동시에 피어나는 기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벚꽃잎이 눈처럼 떨어지는 장관을 이룬 뒤 파릇한 잎새를 돋우던 정상적 생육 환경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년 같으면 5월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꽃망울을 터트리던 라일락의 경우 청주 도심에서 벌써부터 꽃을 피우면서 시간을 무시하고 있다.

자연의 질서를 무너트리며 동시다발로 봄꽃이 피는 바람에 올 농사 역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역시 며칠간의 시차를 두고 순서대로 꽃을 피웠던 사과, 복숭아 등의 과수들이 앞다퉈 꽃을 피우는 바람에 농민들이 제때 수정작업을 하지 못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농민들은 특히 지난해 양봉농가에 큰 피해를 끼친 낭충봉아부패병의 여파로 자연수정의 매개 역할을 하는 벌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더 큰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꽃송이마다 일일이 사람 손을 빌리는 인공 수정에 나설 수밖에 없으나 이마저도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봄꽃이 동시다발로 피면서 개화시기가 짧아지는 까닭은 저온 현상이 계속되던 기상상태가 최근 며칠새 급격히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탓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청주대 환경공학과 김태근 교수는 "일찍 피는 개나리와 목련 등은 때맞춰 이상저온으로 인해 개화가 더뎌졌으며 그후 급격하게 기온이 상승하면서 벚꽃과 사과꽃을 비롯해 심지어 5월은 돼야 꽃을 피우는 라일락마저도 꽃을 피우는 이상 생육 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자연 환경 질서가 파괴되는 것은 그동안 지나친 화석연료의 사용과 자연훼손 등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한 이상기후에서 비롯된 일종의 경고"라고 말했다.

농민 김모씨(61·청주시 강서1동)는 "평생 농사를 지어왔지만 올봄처럼 과수 꽃들이 한꺼번에 피고 볍씨의 발아 역시 빨라지는 등의 이상현상은 좀처럼 없었다"면서 "올 가을 수확에 큰 차질이 빚어질까 벌써부터 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환경부는 오는 22일 지구의 날 앞 뒤 1주일인 18일부터 오는 25일까지를 기후변화, 보호 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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