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장양리 주민 생존권 걸고 ‘올인’
주민들 “주민 무시한 허가 인정할 수 없다”

사업자 “정부승인사업 양보 못한다”청원군이 폐기물소각장과 관련해 주민들과 시행업체간 싸움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청원군에서 민간자본에 의해 설치가 추진되는 폐기물소각시설은 장양리와 여천리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소위 ‘기피시설’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소각장을 둘러싸고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다, 소각처리시설을 추진하는 민간업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지고 있는 사업에 대해 대책없이 발목을 잡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목소리를 높이는 등 갈등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원군은 양자간 소모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등 소각장을 둘러싸고 ‘내연(內燃)’하고 있다.
 
주민들  농작물 피해 우려

장양리 소각장 입구에는 주민 20여 명이 진을 치고 있다. 벌써 3년째다. 2002년 5월 착공한  건설업체 ‘대한환경’은 2개월이 넘게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양리 Y모씨는 “소각장이 가동되면 우리는 살 터전을 잃는다. 채소를 재배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소각장이 들어서면 누가 우리 채소를 사 먹겠느냐?”, “이사를 가려고 해도 땅값도 떨어져 매매도 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장양리는 주로 밭농사를 짓는데 소각장이 생기면 유독가스가 배출돼 농산물에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다.

장양리 주민들이 분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폐기물소각장이 처음 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주민들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H씨는 “처음엔 무슨 공사인지 몰라 물어봤더니 금속물탱크를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했다. 그런줄만 알고 놔뒀는데 알고 보니 소각장시설이었다”고 분개했다. 또한 “지금은 반납했지만, 이장이라는 사람들이 300만원, 500만원씩 업체로부터 받고 주민들 도장을 임의로 도용해 동의서를 써줬다. 엄연히 문서위조가 아니냐?”고 물었다.

여천리의 폐기물소각장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천리 폐기물 소각장사업을 따낸 ‘신라환경’은 현재 4월말 준공예정에 맞춰 공사를 진행중이며, 시험가동을 거쳐 5월중 정상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여천리는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청원생명쌀’의 주생산지다. 주민들이 문제삼는 것은 소각장의 위치다. 여천리를 비롯 주변지역의 논에 공급하는 물인 농업용수수로 바로 옆이 소각장이 있는 위치다. H씨는 “신라환경은 농작물에 아무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농업용수에 분진이나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유입되면 어떻게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쌀 판매는 둘째 치더라도 쌀을 먹은 사람들에게 병이 생기면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라고 업체측에 묻는다.

현행법 사업자에게 ‘유리’

폐기물은 일반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는데, 일반폐기물은 광역매립장에 매립되고, 사업장폐기물은 위탁업체에 맡겨진다. 위탁업체 선정방법은 폐기물관리법 26조에 의거,  사업장폐기물처리업을 신청하고 계획서를 제출하면 집행기관의 협의가 있은 후, 불허사유가 없으면 관계부서에서 적정통보를 취함으로써 허가가 이루어진다. 위탁업체가 폐기물을 처리함으로써 정부는 폐기물처리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게 되고, 업체는 폐기물처리에 따른 비용을 받아 이윤을 발생시킨다. 서로에게 득이 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주변 주민들의 피해에 관한 논의는 결여되어 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매립장의 경우 주민들의 피해를 다른 정부사업으로 보상해준다. 일종의 위자료인 셈이다. 하지만 사기업이 시행하는 사업장폐기물소각장은 법적으로 주민에 대한 보상책임이 없으며, 도의적 책임을 느껴 보상을 한다고 해도 민심을 잡기에는 부족하다.

현행법상 장양리폐기물소각장이나 여천리폐기물소각장의 건설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장양리폐기물소각장은 폐기물 소각을 이용해 열을 발생시켜 온수로 전환시키는 폐자원재활용시설로 ‘허가제’도 아닌 ‘신고제’다. 또한 이미 청원군으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주민의 입장에서 환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민 A씨는 “민원처리에 관한법률 23조에 따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현지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면 시행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이렇게 주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는가. 북이면 면장도 우리와 뜻이 같아 군청에 우리의 입장을 밝혀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청원군청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없다”며 청원군을 원망했다.

청원군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다. 지난해 주민들의 잇달은 항의와 자체검토에 의해 주민들의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폐기물소각장사업자측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청원군의 처사가 부당하다며 반발한 사업자측은 ‘충청북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청구를 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현행법에 의해 사업자측의 손을 들어주고, 배신감을 느낀 주민들은 더욱 심하게 반발했다.

군청 담당자는 “현실과 법적용에 괴리가 있다. 주민들이 아직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고, 현행법에는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폐기물유입량 규제와 같은 세심함이 결여되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현행법의 문제점을 직시한 청원군은 지난해 환경부에 법개정을 건의한 바 있다. 청원군은 기존 폐기물관리법의 부당한 부분의 개정을 요구했다. 그 중 하나가 구역제한이다. ‘구역제한’은 말 그대로 한정된 구역(소각장이 위치한 지역권)내의 폐기물만 유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폐기물소각장은 많은 양의 폐기물을 소각할수록 소각비용으로 인한 많은 이익이 발생한다.

환경부 정책, ‘요지부동’

청원군에서 우려하는 것은 다른 지역의 폐기물마저 자사의 이익을 얻기 위한 사업자의 영업방침으로 인해 청원군으로 유입되는 사태다. 둘째로는 주민의 동의를 전제로 폐기물소각장시설을 허가해야 한다고 환경부에 법개정을 건의했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분쟁의 요소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 청원군의 생각이다.

“현행법은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민들은 시설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현행법에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요지부동이다. 환경부는 폐기물소각시설이 주민에게 피해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폐기물소각장은 허가기준이 엄격해 기준을 통과한 업체의 시설은 믿을 수 있다. 폐기물소각장으로 인한 주변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지금이 폐기물처리에 관련해 과도기적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폐기물처리업체 시설이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며, 일반인들은 그 때의 판단기준으로 현재의 시설을 평가한다. 안전하다고 해도 막연한 불신이 남아 있어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폐기물처리에 관해 기준이 엄중해지고, 설비가 우수해진 것만은 것만은 사실이다”라고 청원군 관계자는 말한다.

주민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천리의 한 주민은 “언제는 나쁘다고 한 적이 있는가. 살아가면서 어떤 시설이 들어오고 세월이 지난 후에 주민들에게 병이 나타나고, 그때서야 그것 때문이라며 난리법석을 떠는 것을 언론을 통해 지금껏 봐왔다. 어떻게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가 있느냐?”고 묻는다.

또 “설령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생산하는 농산물을 시민들이 곱게 봐주겠는가. 지난번 ‘조류독감사태’에서 보듯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무해하다고 홍보했지만, 정상화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새 도산하는 업체가 무더기로 나왔다. 지금도 완전해졌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우리는 매일 먹는 쌀을 생산하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어떻겠는가. 생계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한 ‘청원생명쌀’브랜드에도 엄청난 타격일 것이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서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도 무리가 있다. 여천리 폐기물소각장 시행업체 ‘신라환경’ 관계자는 “총사업비 80억을 책정하고 현재 투입된 자금만 43억이 넘는다. 법적으로 우리가 물러설 이유도 없지만, 투자비용때문이라도 그럴 수는 없다”고 업체측의 입장을 밝혔다. 안될 사업이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그들의 편이다.
주민와 업체간의 첨예한 입장차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준공이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싸움은 더욱 거세지고 주민들의 반발은 심해질 전망이다.

장양리 주민들은 공사현장을 막고 공사인력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도덕적 양심에 호소하며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장양리 윤모씨는 “앞장서 막던 이들은 손해배상책임을 물어 고소당했다. 업체는 우리에게 보상은커녕 재산압류를 한다고 협박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인지 사진촬영 요청에 모두들 고개를 돌린다. 생존권을 위해 투쟁은 하지만 밉보여 불이익을 당하기는 싫은 눈치다. 그도 그럴것이 법은 주민의 힘이 되어주질 못하고, 시위주민 또한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시골 노인들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여천리는 농업기반공사와 청원군청을 상대로 시위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미 공사현장은 마무리단계에 있어 공사자체를 막는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민심을 고려하는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중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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