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오창읍 구룡리·양청리 주민들 주거환경·재산 피해등 주장
"주민공청회·도시계획 심의 없었다"…행정절차상 하자 손배소 제기

▲ 지난 19일 오후 청원군청 앞에서는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와 양청리 주민들이 전원주택단지에 다가구주택을 허가한 청원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원군이 지난해 말부터 오창과학산업단지내 전원주택용지에 다가구주택 건립을 허가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와 양청리 일원의 전원주택과 다가구주택 입주민들은 주거환경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에는 청원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는가 하면 지방정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청원군이 별도의 주민공청회나 건축·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없이 전원주택용지를 다가구주택 건립이 가능한 단독주택용지로 변경하면서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1년 말 한국토지공사(LH공사)의 지구단위계획결정조서에서 전원주택용지로 정하여진 토지에 대해 2010년 4월(청원군 고시 제2010-28호)까지는 전원주택지용지의 단독주택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같은 해 11월(청원군 고시 제2010-123)부터는 단독주택 단일 항목으로만 명시해 사실상 다가구주택 건립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와 양청리 전원주택 사수 주민대책위원회와 다가구주택 비상대책위원회는 청원군이 주민공청회나 건축심의위원회, 도시계획심의위원회 한번 열지 않고 도시계획을 변경한 행위로 행정 절차상의 하자로 지역주민들의 주거환경을 훼손하고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원군 오창읍 양청리 전원주택 사수 대책위원회 이용근(45) 위원장은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자고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녹지가 많이 확보된 전원주택 용지를 분양받은 상황인데 지난해 말부터 1∼2채씩 들어서기 시작한 다가구주택이 현재는 수도 없이 많이 들어 선 상태다"며 "전원주택은 2층 이하로 짓고 도로의 폭은 6m, 전원주택지는 각 구간에서 20m이상 떨어지게 지어 차량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지구단위 계획이 세워졌는데 이 같은 지침이 무시된 채 바로 집 앞에 사실상 3층 이상의 다가구 주택이 들어선 상황이다. 심지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지상 1층을 반 지하 집으로 묻어 준공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 양청리 전원주택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이용근 위원장과 마을주민이 전원주택단지 내에 한창 건립중이 다가구주택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

"분양가 3배차…청원군의 특혜"

사실 이들이 재산권 피해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내 주거용지를 분양 받으면서 전원주택용지는 3.3㎡(1평)당 100만원, 다가구 단독주택용지는 300만원까지 주고 분양을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청원군이 전원주택용지 내에 사실상 다가구주택 건립을 허용하면서 3.3㎡당 100만원에 다가구주택 건립이 가능해지면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사실상 특혜를 주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 다가구 주택은 그렇지 않아도 공실률(비어있는 집)이 높았는데 신규업자들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기획부동산 업자의 개입여부에 대한 강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전원주택용지내 다가구주택 건립허가 소식을 가장 먼저 알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규 건립된 다가구 주택의 경우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이사비용까지 제공해 방이 다 차면 새로운 주인에게 매매한 뒤 준공검사를 받는 상황도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후대비를 위해 기존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을 해왔던 건물주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 다가구주택 비상대책위원회 박갑식 총무는 "우린 3.3㎡당 300여만 원이란 비교적 높은 가격에 택지분양을 받아 건물을 올렸는데 누구는 100여만 원에 분양받아 다세대 주택을 짓는다면 이는 분명 특혜다"며 "처음 허가된 5채 이외에는 허가를 내 주지 않겠다던 청원군이 말을 바꿔 수십 채 허가를 내주고 있다. 어떻게 전원주택 용지에 대해 주민공청회나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 절차 없이 도시계획이 변경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원주택용지를 분양받아 실제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주민들도 피해를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 전원주택에 사는 이정옥(58)씨는 "전원주택용지는 단독주택에 비해 녹지도 많고 자연경관도 고려해야 하는 곳이다. 한평생 고생하고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자고 마련한 전원주택 인근에 다세대주택이 들어선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며 "전원주택용지는 1필지 당 1세대를 짓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당초 도시기반 시설도 전원주택에 맞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시기반 시설 과부하 우려"
이어 이 씨는 "오폐수 처리 시설도 다세대 주택에 비해 직경이 작은 관이 묻혔을 것이고 광통신이나 전기 케이블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며 "이는 도로 폭이 6m로 편도 1차선에 불과하게 아주 좁게 설계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만일 다세대 주택을 허가해 건물을 지을 경우 주차난이나 기반 시설 과부하로 인한 불편함이 예상된다.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황폐하게 보내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청원군 신문수 도시계획 담당은 "토공의 지구단위계획부터 단독주택으로 명시해 다가구주택 건립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허가 난 곳은 원형지나 특별계획단지로 분할이나 1세대 당 여러 필지를 사서 다가구주택을 건립한 경우다. 도시기반 시설도 LH공사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온 상황이다. 다만 전원주택 특별계획단지내에 2채 정도가 잘못 지어진 곳이 있어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시정조치 할 예정이다. 행정소송, 수사의뢰에 손해배상 청구까지 주민들의 잇단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도 기업유치과 임헌동 사무관은 "전원주택은 상식적으로 안락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조성·분양하는 곳이다. 특별계획단지는 공공시설이나 쇼핑센터, 전원주택 등 용도가 정해진 건물 이외에는 올릴 수 없다. 청원군의 요청으로 일부 정정고시 된 곳이 있을지 몰라도 전원주택용지를 다가구주택 건립이 가능한 단독주택용지로 변경하는 안건은 반드시 주민공청회나 건축 및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변경승인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원군은 3월말 현재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와 양청리 일원에 44채의 다가구주택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원군은 지구단위계획상 문제 될 것이 없어 신청서가 들어오면 지속적으로 허가할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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