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미협선거 계기로 ‘상·지원금·조형물 제작 쏠림현상’ 불만토로···회원들 해결요구
청주미협 지부장선거 관련 뒷얘기가 여전히 문화예술계 관심거리다. 청주미협 역대 임원진들은 지난
1월 28일 치러진 선거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있자 진화에 나섰다. 이돈희·강병완·김정희 씨
등 미술인들은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을 부른 자리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고 회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후보 양측 관계자들이 자세하게 선거과정을 살펴봤거나 제3의 기관에서 조사한 게 아니어서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미술인 모 씨는 “이 날 참석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당선자인 장백순 씨 측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끄러운 것을 피해 무조건 덮고 넘어가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술인들은 선거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선거를 계기로 터져나온 불만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만의 핵심은 일부 회원들이 청주미협과 충북미협 양쪽에서 중복적으로 간부를 맡고 있고 자리를 이용해 조형물과 미술상, 지원금 등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백순 청주미협 지부장은 충북미협 부회장, 강석범 청주미협 부지부장은 충북미협 정책국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또 박문현 청주미협 부지부장은 충북미협 서예분과위원장, 정상수 청주미협 홍보출판분과위원장은 충북미협 한국화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외 몇 명도 양쪽에서 간부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과 지원금 간부들이 독차지”
미술관련상이나 충북도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을 보더라도 몇 몇 간부들의 이름이 중복적으로 나온다. 청주예총에서 선정하는 청주신인예술상 중 미술인 수상자는 2001년 장백순, 2004년 강완규, 2006년 박문현, 2008년 정상수, 2010년 김기영 씨 였다. 상금은 200만원. 그리고 HCN충북방송이 주최하는 충북현대미술상 2010년 수상자는 장백순, 2011년 수상자는 강호생 씨였다. 강 씨는 현재 충북미협 회장이다. 이 상은 상금이 각각 1000만원이나 돼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받고 싶어한다. 또 충북도가 주는 지역문화예술활동 지원금도 역시 이들과 중복된다. 2010년에 김복수·정상수 등, 2011년에는 장백순·강호생 씨 등이 받았다. 지원금은 역시 1000만원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중앙문예진흥기금과 충북도 지원금 각각 500만원씩 합쳐 한 작가에게 1000만원씩 주고 있다. 대상자는 공모해서 심사위원들이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이 일부 사람들에게 편중돼 있는 현상에 대해 모 미술인은 “기관이나 단체 같은데서 수상자를 선정할 때 대부분 협회를 통해 추천을 받는다. 또는 사람을 뽑기 위해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협회 추천을 받는 게 관행처럼 돼있다. 이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이럴 때 협회는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게 공정하게 추천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상과 지원금 부분만 보더라도 대부분 간부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실력으로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문화예술활동 지원금이 생긴 취지는 작가들의 안정적인 창작지원인데 수혜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작가들에 비해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다. 월 100만원 수입도 안되는 작가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이들이 또 혜택을 받게 되니 말이 나오는 것.
또 한 미술인은 “상과 지원금에 관한 소식이 있을 때 집행부에서 회원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는다. 몇 몇 사람들만 알고 공모에 응하고, 추천일 경우에는 집행부와 가까운 사람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물론 실력으로 조형물을 의뢰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회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 조형물에 관한 것은 돈과 직결된 것으로 매우 말이 많다. 정부는 지난 95년 연면적 1만제곱미터 이상 건물을 지을 때는 의무적으로 조형물을 세우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인 경우는 건축비용의 2/1000, 일반건물일 때는 7/1000을 조형물 설치비용으로 써야 한다.
‘변화와 혁신 필요하다’ 여론 비등
청주시로부터 ‘설치비 1억원 이상의 청주시내 미술장식품 현황’ 자료를 받아 확인한 결과 지역작가 중 정창훈·김태수·장백순 씨가 그동안 가장 많은 작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비는 1억원대부터 3억원대까지 다양하나 많게는 40%까지 순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미술인들의 말이다. 이 중 김씨는 특정 건설업체 작품을 많이 했고, 장 씨는 청원군 쪽 조형물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모 씨는 다른 작가 이름으로 신청하게 하고 뒤에서 작품비를 나눠갖는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해 한 미술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 아니냐”고 반문했으나 그러기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너무 심각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모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 대해 “그동안 충북대 미대 출신들이 세를 형성하고 임원을 많이 맡았
는데 이번에는 홍익대 출신이 됐다. 이것은 하나의 변화이다. 홍익대 미대 출신들이 지역에서 목소리
를 낼 것으로 본다”고 전제하고 “미술인들이 원하는 것은 변화다. 너무 오랫동안 협회를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하고 집행부 핵심들과 그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이익을 나눠먹는 식으로 해왔다. 차제에
이런 불만들을 쓸어내고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미술인들은 또 총회자료 인쇄비가
1000만원이 넘은 것은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주미협 등 대부분의 문화예술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받는다. 그런 만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하고, 회원관리를 공정하게 해서 선거 때 불공정 시비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집행부 관계자는 “정관과 선관위 규정간에 입장차가 있었고, 진행과정에서 행정적 실수가 있었다”고 했으나 아직도 납득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선거에 문제를 제기한 유승조 씨 등은 청주미협 지부장 당선무효 가처분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