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충북도당 준비모임의 ‘연락책’ 최시영 씨
신장병 앓아 건강은‘적색당’인 그가 꿈꾸는‘녹색당’
“투석 경고를 얼마 전 의사로부터 받았어요. 버티고 있는 중이에요. 투석 직전의 환자를 세상이 가만 놔두지 않네요.” 녹색당 충북도당 준비모임에서 활동하는 최시영(45)씨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그가 환자라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는 여전히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현재 (사)식생활교육충북네트워크와 충북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서 각각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0년 초반 ‘푸른청주 21’을 거쳐 청주시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활동한 그는 친환경 농업인 단체인 흙살림을 거처 잠시 ‘휴식기간’을 가졌다. 그러나 “투석 직전의 환자도 뛸 수밖에 없는 나라”라고 농담을 건네는 그가 이번에는 ‘녹색당’ 팸플릿을 들고 왔다.
녹색당은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소수정당으로서 뿌리를 내리고자 한다. 지난 2003~2004년 녹색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전체 당원 5000명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우리나라에서 정식 정당이 되려면 당원 5000명과 함께 올해 4월 총선에서 국민지지율 2%를 받아야 한다. 녹색당은 3월 4일 5000명 당원을 채워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당은 이미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 명성을 떨치는 전통을 자랑하는 정당이다. 하승수 변호사, 김종철 녹색평론 편집인, 서형원 과천시의회의장 등이 주축이 돼 녹색당을 건설하고 있고, 충북에서는 최시영씨와 2000년 초 수돗물 불소화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류일렬씨가 합류했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을 ‘연락책’ 이라고 표현했다.
또 사무실도 없는 이들은 잠시나마 충청리뷰를 ‘제 집’처럼 편하게 사용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인쇄를 하고. ‘움직이는 사무실’이라더니 정말 익숙한 모습이었다.
녹색당은 한마디로 ‘녹색가치’를 말하는 정당이다. ‘꿈꾸면서 살지 말고 살면서 꿈을 꾸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내놓은 녹색정책이란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틀을 확 깬다.
공공건물 남성 수유실 설치, 0교시 폐지, 대안학교 등 모든 교육의 국가 인정과 지원, 동물의 날 제정, 유전자 조작 농산물 수출입금지, 도보 중 흡연금지, 주 3일 노동제로 정규직 일자리 나누기, 결혼에 준하는 동반자 제도 도입, 주민등록번호 폐지, 2030년까지 탈핵 등등.
이렇게 녹색당은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먹고사니즘과 개발지상주의, 반생태주의 때문에 도무지 먹고 살기가 힘들다”며 삶의 방식을 전환하자고 외친다. 경쟁보다 서로 돌보는 삶을, 양극화 대신 공정한 분배와 정의를, 소수자에 대한 차별 대신 동등한 권리를, 자연과 동물에 대한 착취 대신 공존을 이야기한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도 낼 계획이다. 또 당원들은 탈핵, 농업, 노동, 동물권, 여성주의, 채식, 협동조합 등 다양한 의제별·지역별 모임을 통해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충북지역 당원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모여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또 얼마 전부터는 탈핵, 4대강 복원, 한미 FTA폐기를 외치며 성안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시영씨는 “가급적이면 즐겁게 당 활동을 하고 싶다. ‘1인시위’라는 말도 과격하게 느껴져서 ‘녹색당 알리기 릴레이 1인 행동’으로 이름을 정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활동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3월 11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이다. 이 때 녹색당원들은 평화적인 캠페인을 통해 탈핵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흰 천에 버려지는 물감을 이용해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퍼포먼스로 보여 줄 계획이에요. 형광글씨로 ‘에너지를 아껴요’라고 쓴 녹색풍선도 나눠 주고요.
녹색당은 아이들과 시민들이 함께 생활문화를 바꿔나가는 게 목표에요. 선거 때 반짝하는 정당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서서히 바꿔나가야죠.”
녹색당 충북도당은 아직 준비모임에 머무르고 있다. 당원이 적어도 1000명은 돼야 창당이 가능한데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사는 안 써도 좋으니까 당원 가입 좀 받아주시면 안돼요?”그들의 목소리가 애절하다. 녹색당 충북도당 준비모임의 활동사항은 SNS와 다음카페(http://cafe.daum.net/cbgreenparty)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후원계좌도 있다. 농협 302-0515-1360-61(예금주 류일렬)
녹색당에는 절반이 여성 당원이라고 한다. 또 청년백수와 고양이 발바닥에 대한 사랑은 있지만 대권 후보, 돈봉투, 여의도 당사, 모피, 가스통 할배들, 종이컵 등은 없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