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충청리뷰 대표

MB의 멘토라고 불리는 정권실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도 청주에서 고교, 대학까지 졸업한 충북인이다. 결국 벼랑끝에 몰린 최위원장은 전격 사퇴 발표를 했지만 그의 ‘양아들’로 보도된 김 이사장의 ‘사람 낚기’ 솜씨는 가히 놀라운 경지다.
CN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 중에는 청주 출신의 조중표 전 국무총리 실장도 개입됐다. 조 전 실장은 CNK 인터내셔널 고문으로 재직하며 비리 배후로 지목된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건의 내용은 접어두고 문제의 두 기업인을 주목해 보고자 한다. 청주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마치면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두 사람이 어떻게 중앙 권력의 상층까지 손을 뻗칠 수 있었을까. 살펴보니, 남다를 것은 없었다. 사업기반을 닦아 돈을 만지게 됐고 그 돈으로 정치권력에 접근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2억원의 돈으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최측근 보좌관 코를 꿰었고 오 대표는 ‘노다지 사업’을 미끼로 장관급 전직 관료를 영입해 정치권에 줄을 댔다. 사업은 영업이고 영업은 인맥이라고 하면 달리 할 말은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사회는 능력 보다 학연 지연 혈연이 경쟁력이라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 ‘머니게임’에 빠진 기업인들이 기를 쓰고 인맥 찾기, 권력 줄대기에 나서는 모습은 인지상정일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의 꾐에 빠진 힘있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동향이라서, 아들처럼 맘에 들어서 후견인을 맡기로 했다면 넌센스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비슷한 조건이 전제된다면 고향도 사감도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값이 다르고 품질이 의심스러운 대상과 손잡는 것이 문제다.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을 챙긴 오 대표나 수백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김 이사장이 정작 고향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인가. 취재진에 의하면 오 대표가 고교동문회에 1천만원을 기부한 것이 전부였다. 김 이사장은 2004년 17대 총선 출마를 위해 청주에 바람처럼 나타나 1.4%의 최소 득표를 기록한 채 다시 서울로 떠났다. 이번 사건이후 두 기업인에 대한 지역 여론이 싸늘하기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충북 출신의 고위공직자나 힘있는 권력자는 도세와 비례할 수밖에 없다. 2~3%에 불과한 충북 인맥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보호해야 한다. 그들 또한 지역과 출향인사를 돕는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옥석에 따라 ‘같은 값’의 수준에 올랐을 때 자신의 힘을 보태야 한다. 그것이 충북과 자기 자신을 위한 최선의 처신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