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판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은 첫째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고, 둘째 ‘한나라-민주 양당구도’가 형성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P&C정책개발원(대표 황인상)이 16~18대 총선과 6·2지방선거 결과 등을 놓고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에 따르면 야권 단일후보가 154곳에서 승리하고 한나라당은 131석, 선진당은 14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은 8개 선거구 가운데 3곳에서 한나라당이 이기는 것으로 예측됐다. 여야의 분석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한국정치에서 양당구도는 사실상 영·호남 지역구도를 의미한다. 자민련이 선전했던 15,16대에는 김종필이라는 노(老)정객을 중심으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을 뿐 지역구도는 여전했다. 자민련은 8명을 뽑는 15대 충북총선에서 5명을 당선시켜 1당이 됐으며, 16대에서도 송광호(제천·단양), 정우택(진천·괴산·음성) 등을 당선시켜 체면치레는 했다.

그러나 17대부터 충북의 총선구도는 민주당 우세 속에 민주-한나라 양당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이용희 의원이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당선이 됐지만 민주당 공천 탈락 이후 당적이동에 따른 결과였다. 양당구도가 고착화됐다는 것은 당선여부를 떠나 양당에 속하지 않은 후보들의 저조한 득표율에서 드러난다.

18대에 출마한 선진당 후보 중 43.78%를 얻어 당선된 이용희 의원 외에는 청원의 오효진(15.63%), 청주 흥덕갑의 최현호(11.48%) 제천·단양의 정우택(15.96%·정우택 전 지사와는 동명이인), 증평·진천·괴산·음성의 송석우(10.31%) 후보만이 가까스로 10%선을 넘겼다. 제천·단양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한 자릿수 득표나 다름이 없다.

이대로라면 4.11총선에서도 충북의 양당구도 고착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불과 60여일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판을 뒤흔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가 아니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고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라 민주당이 청주권에서 최소 1석을 양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청주시에서 출마를 결정한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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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일부가 통합한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과의 후보전술을 통한 지역구 진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17,18대 총선에서 사실상 충북을 석권했던 민주통합당이 ‘반타작’도 어렵다는 판단이 설 때 가능하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충주, 제천·단양, 보은·옥천·영동 등 3개 선거구에서 열세, 청주 상당에서 박빙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절반의 승리에 만족해야한다.

신장호 진보당 충북도당위원장은 “민주당이 전당대회 이후 여론조사에서 40% 이상의 지지율로 독주체제를 보이고 있지만 한나라당에 이은 돈봉투 전대로 거품이 빠질 것이다. 국민경선을 통해 새 단장을 한 것 같지만 문성근 최고위원 말고는 새로운 인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 오만해져서 야권연대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신 위원장은 특히 “충북의 경우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비대위원장 효과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1대1 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5~10%에 이르는 진보당에 대한 지지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민주당과 진보당의 후보단일화 방법이다. 민주당도 후보전술을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1대 1 여론조사에 따른 당선가능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당은 들러리다. 신장호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라 독일식정당명부제를 도입해야한다. 정당지지율에 따라 안배를 하면 1,2곳 정도는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할 수 있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이 아니라면 정당에 관계없이 야권단일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진보당에서는 현재 청주 상당에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 흥덕갑에 신장호 도당위원장, 흥덕을에 정남득 청주시당위원장, 제천·단양에 박광호 6.2지방선거출마자, 증평·진천·괴산·음성에 박기수 전 전농 충북도연맹 부의장 등 5명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진보당은 이밖에도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부 교수, 최용현 변호사 등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남 교수는 이에 대해 “여기저기서 얘기는 있지만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에 출마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도 “출마보다는 진보당의 선거운동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구천서 전 의원이 입당한다면, 한나라당 현역인 송광호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다면…. 선진당 충북도당은 조순형 의원마저 청주 상당 출마를 결심한다면 해볼만 하단다.

선진당-드림팀 구성되면 자민련 영화 회복

구천서 입당하고 송광호 이삭 줍기… 꿈같은 시나리오

이용희 의원마저 떠나버린 충북의 자유선진당은 이대로라면 난파직전이다. 청주 흥덕갑의 최현호 위원장만 4전5기의 투혼으로 씩씩하다. 이밖에 청주 상당에 김종천 도당부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반전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진당은 흥덕을에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구천서 전 의원을 영입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구 전 의원 1명이 온다고 선진당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입당조건으로 제시한 이른바 드림팀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에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구 전 의원은 자신의 흥덕을 출마를 결심하면서 이회창 전 총재나 이인제 의원의 청주 상당 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충주, 제천·단양 등에서 한나라당 공천탈락자를 이삭줍기할 경우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현하 자유선진당 충북도당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회창 전 총재는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고 번복하기 어렵다. 비례대표인 조순형 의원이 상당으로 내려오더라도 역량이나 중량감에 있어서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이 역시 조 의원이 담대한 결정을 내려줘야 가능하다. 아직 공식 논의는 없었지만 당 차원의 정중한 요청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벌써부터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제천·단양의 송광호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우리가 모시고 싶다. 아직도 의정활동에서 역량을 발휘할 에너지가 충분하고 과거의 자민련 동지라는 점에서 참다운 보수고 동질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나 “아무나 이삭줍기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옥석을 가릴 것이다. 충북의 이용희, 대전의 이상민 의원 등이 명분도 없이 민주당으로 돌아간 전철을 되밟지 않겠다.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오는 것은 철새가 아니다. 그 반대가 철새일 뿐”이라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다. 일단 구 전 의원이 한나라당과 선진당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구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이회창이나 이인제 의원의 살신성인이 아니면 선진당은 힘들다. 흥덕을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공을 들인 곳이다. 내려오자마자 자체 여론조사를 돌렸는데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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