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실시 요구도…‘지역방송 사수, 미디어렙 법 쟁취’ 결의 다져


“미디어 생태계 파괴하는 한나라당 해체하라.” “종편 사업권 회수.” “총선심판 종편 청문회 실시.” 국회 앞에서 여의도공원에 이르는 곧은 직선 도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니 멀리서부터 언론노동자들의 함성이 다가왔다. 집회에 빠질 수 없는 경찰 역시 대열을 이루고 무표정한 얼굴도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좁은 골목길 한나라당사 앞은 경찰버스가 촘촘히 배열돼 있었다. 사람하나 들어갈 공간 없는 틈 사이로 당사 정문을 지키는 경력들도 보였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 조합원 800여명이 모였다. 예정된 집회는 오후 3시였지만 그 전부터 모인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은 긴 대오를 짠 채 사전 행사를 진행했다. 날은 흐렸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두꺼운 외투차림이었다. 사회자의 진행 아래 통일된 구호를 외치는 언론노동자의 모습은 결의에 찼다.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하기 전인 지난 달 30일 부산일보가 발행되지 않는 등 부산일보 노조의 정수장학회에 대한 편집권독집요구와 편집국장과 노조위원장에 대한 징계소식이 알려진 터라 분위기는 더 장엄했다.

오후 3시, 뜨거운 함성과 함께 집회는 시작됐다. 12월 1일 TV조선과 Jtbc, 채널A, mbn 등 조중동매 종편이 출범한 날, 언론노동자들은 펜과 카메라를 내려놓고 파업을 결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등지고 집회를 시작하며 종편사업권회수와 청문회 실시를 외쳤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무거운 마음과 부끄러움으로 집회를 시작한다. 종편이라는 괴물의 출범을 끝내 막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미디어법 개정에 동참한 정치인 중 제대로 된 정치인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종편출범에 앞장선 사람들을 보면 이들 정치인과 최시중방송통신위원장, 악덕 언론사주, 재벌들 사회악들이 종합돼 있다. 오늘로써 이 땅의 건강한 언론의 끝을 고했다. 이들이 언론을 주무르고 인위적으로 구조를 개편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은 연대사에서 “역사왜곡과 미래를 팔고 독재부활에 앞장서는 조중동이 언론이냐”고 일갈하며 “MB가 한미FTA를 두고 일부의 반대가 있어도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하는데 그 일부가 누구냐. MB와 한나라당이 일부가 아닌가. 앞으로 조중동과 재벌을 향한 장엄한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문성근 국민의 명령대표는 “총선을 통해 저들을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이어서 언론노동자 지위포기 집단사표를 한나라당에 제출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3시에 시작된 집회는 3시 40분 마무리됐으며 언론노조는 종편들의 개국행사를 갖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으로 개별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계속된 집회는 마감을 일찍 끝낸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합류했으며 시민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한미FTA 비준 철회 집회도 한편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실시한 지난 1일, 미디어렙 법의 조속한 입법과 조중동매의 광고 직접 영업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저널리즘을 수호하기 위해 경향신문과 한겨레, 부산의 국제신문, 경남도민일보가 1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냈다. 지역에서는 옥천신문이 이에 동참했다. 한국일보는 2면에 백지광고를 냈다. 미디어렙의 설치와 법률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미디어렙법은 방송사의 위탁을 광고업무를 대행하고 판매 수수료를 받는 회사에 대한 법이다.

종전에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으로 일을 맡아왔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2008년 위헌결정을 내리고 대체입법을 권고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사실상 국회가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렙 법이 제정된 후 광고업무를 대행할 곳이 생겨야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거나 광고를 미끼로 광고주가 방송국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일부 방지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 모인 언론노동자들은 각기 흩어져 이동했다. 이에 따른 경찰과의 충돌 또한 없었으나 경찰은 이후 집회를 불허한 상태였다. 세종문화회관에는 이미 많은 경찰병력이 상주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에 다가 갈수록 통제 또한 심해졌다. 언론노조 각 지회장으로 전파되는 이동방법도 수시로 바뀌었다.

5시부터 모이기 시작한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 자리 잡았다. 경찰들의 해산명령도 시작됐다.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종편의 개국행사가 시작되면서 경찰들의 움직임도 더 바빠졌다. 이미 도로와 인도 경계에는 경찰 차벽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계속된 언론노조의 집회에는 노영민 민주당 국회의원도 자리했다. 노 의원은 미디어렙 법안처리를 위한 여야 6인소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노의원은 “종편 개국으로 언론시장이 공익성과 공공성이 무시된 약육강식의 정글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종편 개국 전 미디어렙법을 처리하려했지만 한나라당이 이를 지연시켰고 나중에는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민주당 의원을 문제 삼으며 처리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 정당연설회가 시작됐다. 한미FTA 비준 철회를 위한 집회도 시작됐다.

하지만 각 지역에서 올라온 언론 노동자들이 속속 돌아가면서 대오는 줄어들었다.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오가 줄어든 만큼 이후 경찰병력도 줄어들었다. 한편 조중동매의 개국행사는 1부 세종문화회관행사와 2부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으로 이어졌다. 첫날부터 방송사고를 냈다. 시청률은 한 채널 한 프로그램에서만 1%만을 넘기며 다른 케이블채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공중파방송의 70%에 이르는 광고단가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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