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여성민우회, 여성의 전화·청주생협 등 산파...지역활동가 다수 배출
80년대 후반 당시 사회 각계각층에는 민주화운동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청주지역에도 여성운동단체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몇 몇 여성들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람들을 모았다. 그 때 소위 관변단체 성격을 가진 여성단체는 몇 있었으나 여성운동단체는 없었다. 그렇다보니 이후 출범한 여성운동단체들에게 ‘맏언니’격 역할을 해왔다.

여성민우회는 그동안 몇 개의 조직을 키워 내보내기도 했다. 청주여성의 전화, icoop청주생협, 공동육아협동조합 ‘신나는 어린이집’ 등이 이 곳에서 탄생해 살림을 차려 나갔다. 이 중 icoop청주생협은 윤리적 소비로 나눔과 소통, 연대의 삶을 주장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나날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 당초 여성민우회는 식품안전교육과 바른 먹을거리운동을 추진하면서 생협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청주여성의 전화는 여성운동단체로 현재 활동중이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신나는 어린이집’은 충북지역 최초로 만든 대안적 어린이집 형태로 시장경제에 맡겼던 육아를 부모·교사·지역사회가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문을 닫았다. 그런가하면 내부에는 한부모지원센터, 고용평등상담실 등의 조직과 한우리주부연극단, 의정지기단 등의 소모임도 많았다.

그런 만큼 이 곳을 거쳐간 활동가들도 많다. 정진경 전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민경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민경자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최미애 충북도의원·강혜숙 전 민주당 국회의원·김수정 공인중개사·변지숙 icoop청주생협 이사장·우은정 icoop청주생협 사무국장·정숙정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주무관·박현순 청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등. 최근까지는 김미숙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대표를 맡아왔다.
민경자 원장은 “충북여성민우회는 충북여성운동의 중심이었다. 이번 사태는 개별단체의 불행을 넘어 충북여성운동계의 불행이다. 여성민우회는 창립 초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고, 이후에는 시민사회단체와 현안 해결에 노력했다. 특히 여성 노동, 여성폭력, 한부모 가정 등 여성문제 이슈를 제기하고 정책제안을 해서 충북지역 여성지위 향상과 성평등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최미애 의원은 “충북여성민우회는 내가 평범한 주부에서 여성운동가, 정치인으로 태어난 의미있는 곳이다. 운천동에서 살 때 근처인 성화원에서 아동 성폭력사건이 일어났다. 그 때 달려온 단체가 여성민우회였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했고 그 덕분에 가해자인 원장이 중형을 받았다. 이 인연으로 나는 활동가로 일했고, 여기서 교육과 학습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길렀다”면서 “쓰레기에서 통일까지 라는 구호에 걸맞게 지역의 많은 일에 관여하고 해결했다. 충북여성운동의 씨를 뿌리고 밑거름이 돼준 단체가 여성민우회”라고 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