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잘 나가는 그들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기존언론이 할 수 없던 일들을 이들이 해내고 있어

어떤 남자들이 이보다 더 ‘수다’를 잘 떨 수 있을까. 여자 세명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구시시대적인 말을 굳이 차용한다면 이들 남자 네명은 세상을 깨려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상상 이상이다.
반말과 고성, 욕설이 난무하지만 이 방송은 감히 ‘가카’ 헌정 방송을 자부한다.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라며 감싼다. 그저 꼼꼼한 것일 뿐.

애달픈 ‘가카’에 대한 외사랑, 이토록 ‘가카’를 그리는데 ‘님’은 이 방송을 들었을까. 확인할 수 없지만 나는 꼼수다의 인기만큼은 진짜다. 재미는 TV 예능프로그램보다 낫다. 오히려 그들 예능에서 꺼리는 소재인 정치와 시사적 요소를 가지고 청취자들을 ‘빵’ 터지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 시사 in

뉴미디어 시대의 라디오 스타 나꼼수
길에서 마주친 이들 중 이유 없이 웃음을 짓는 이들이 있다면 열에 아홉은 귀에는 이어폰이, 주머니에는 ‘사과회사의 핸드폰’이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과 월계동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는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절대 전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누나전문기자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나꼼수의 PD격인 ‘목사아들 돼지’ 교수직도 짤리고 PD직도 짤린 김용민 교수가 만들어나가는 ‘나는 꼼수다’의 인기가 가히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도 월간지 '노동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밝혔다. 정 전 국회의원은 “지금은 비주류가 주류를 잡아먹는 형국 아니냐?”며 “이 정도로 언론이 망가졌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나꼼수는 팟캐스트 조회수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오디오파일 형태로 PC에 다운로드 받아 듣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정확한 집계도 쉽지 않다. 기존의 미디어에 비해 듣는 방식이 번거롭지만 유통은 자유로운 편이다. 무엇보다 공짜라는 메리트가 있다. 외신에도 수차례 보도됐으며 전국을 무대로 시작한 콘서트 역시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5분 이내에 매진된 공연도 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연장 바닥에 앉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도 이 공연의 특징이다. 걸그룹 소녀시대가 전국투어를 하면 이만한 반응이 나타날까. 감히 소녀시대도 장담하지 못할 매진행렬을 이들 네명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방송 초창기부터 심상치 않던 ‘나꼼수’의 인기는 이명박대통령 사저 논란과 에리카김 육성 공개 등 이후로 더 높아졌다. 다녀간 유력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선 민주당 의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심상정 전의원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정희 민노당 대표, 박지원 민주당 대표도 출연했다. 도올 김용옥도 나왔다. 게스트만 놓고 본다면 백분토론 못지않다.

그렇다고 나꼼수가 제대로 된 방송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서버비용을 걱정해야 할 만큼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청취자들도 방송녹화 후 하루는 지나야 다운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청취자들은 언제 업로드가 되는 지도 관심사다. 1분이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다운로드 받으려고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통에 김용민 교수가 친절히 트위터를 통해 언제쯤 업로드가 될지를 알려준다.

방송 후에는 관련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인터넷뉴스도 장악해버린다. 출판계에서도 이들이 출간한 책(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정봉주의 ‘달려라 정봉주’, 김용민의 ‘보수를 팝니다’ 등)도 화제다. 나꼼수에서 촉발된 바람이 책과 개인들에게 옮아가는 양상이다. 시사인 기자들이 주진우기자의 매니저가 됐다는 불만(?)도 트위터에 오르내린다.

무엇이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게 만들까. 애청자들이 나꼼수를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픽팍(fojesus)은 자신의 블로그의 쓸 글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신문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스마트폰이나 다른 기기들이 발전하면서 신문을 안 보는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됩니다. … 우리는 그 동안 목말라 있었지만 제대로 우리의 삶을 반영해 주는 언론을 만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나꼼수는 외향만 봐도 뭔가 조잡스럽고 기형적입니다. 하지만 그 속 안에는 국민들이 동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이라는 조중동이 주지 못 한 오아시스가 있습니다”라고 자신이 나꼼수를 듣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 아이디 사피루스 (lunaticjoy)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나꼼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개인의 행복과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보편적인 행위가 양립할 수 있다고 속삭이기 때문이다. 나꼼수는 사람들로 하여금 '쫄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치적인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게끔 만든다”라고 적었다.

'도아의 세상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도아는 나꼼수에 대한 장문의 포스팅을 올렸다. 도아는 “'나는 꼼수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며 “3명의 전직과 1명이 현직이 만들어 내는 수다가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매주 목요일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퇴근까지 미뤄가며 ‘나꼼수’가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또 여기 저기 ‘나는 꼼수다’에 대한 패러디가 등장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국 유명 팟캐스트에도 ‘나는 꼼수다’가 등장했다. 이만 하면 ‘하나의 현상’이라고 부를만 하다. 그런데 '나꼼수'의 이런 인기는 재미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에 기인한다”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기존언론에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좋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록 주류언론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대안언론으로의 가능성을 나꼼수가 증명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나꼼수 현상’이 얼마나 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매체로 형태로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했던 팟캐스트와 SNS 등에도 정부가 심심치 않게 ‘딴지’를 걸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라면 아마 “쫄지 마”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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