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초제조창에 대한 즐거운 상상과 관심 폭발

국립현대미술관 분원···국회 예결위통과 기대·9부 능선 넘어
세계적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와 뉴욕-청주 교류전 추진 중
옥상 하늘공원···녹색 입히고 꽃 심어 생태공원조성, 텃밭도 분양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이후 청주시민들에게는 즐거운 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바로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무엇으로 쓸 것인가 상상하는 것이다. 이제 그동안 공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문화예술을 이 곳에 펼쳐 놓을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청주는 문화도시로 훌쩍 뛰어오를 수도 있다. 그 대신 비어있는 그릇에 만족할 만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최근 연초제조창 활용방안에 대한 담론이 와글와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오랜시간 죽어있던 공간이 살아난 것이다. 외국의 아트팩토리 성공사례는 많다. 영국의 테이트모던 갤러리,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 일본 오타루와 요코하마 ‘뱅크아트 1929’, 독일 뒤스부르크 티센제철소와 에센광산, 중국의 다산쓰 798 예술특구 등. 그런데 국내 성공사례는 별로 없다. 사례는 서울 황학동·독산동·남산예술센터·대구·인천 등지에 있으나 인천 아트플랫폼 정도가 꼽힐 뿐이다. 이 곳은 1930~40년대 지은 일본식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도예·회화·조각 등의 작가들이 입주한 복합 문화예술단지로 탈바꿈 했다.

▲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옛 연초체조창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분원 유치가 가시화 됐을 뿐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설계비 23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고 예결위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놓고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이제 9부 능선을 넘었다. 다만 FTA문제 때문에 예결위가 차질을 빚고 있지만, 올해 안으로는 결정될 것이다. 문광위에서도 분원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미술관 측에서 볼 때 수장고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설계도가 나와봐야 알지만, 청주시에서는 현대미술관 분원이 오면 수장고+전시실의 기능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오면 지역으로서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본관은 과천에 있고, 분관으로는 덕수궁미술관이 유일하다. 덕수궁미술관은 지난 98년 개관했다. 그리고 오는 2013년 서울 종로구 소격동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부지에 서울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매년 국비로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는데다 건물의 격이 높아져 청주로서는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도 다녀가고 이 업무를 추진하던 배순훈 관장이 얼마전 사퇴해 혹시 차질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관장 대행을 맡고 있는 사람이 분원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있어 한 시장은 낙관하고 있다.

▲ 설치미술가 강익중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 역할 기대
또 하나 청주시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강익중 씨다. 연초제조창을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이 아니라 세계적인 공간으로 육성하자는 의미다. 청주출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강 씨는 연초제조창 건물을 여러차례 보고 갔고, 지난 6일에도 다녀갔다. 청주시는 강 씨와 뉴욕의 시립미술관인 퀸즈미술관과 작품 및 작가를 교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퀸즈미술관장이 비엔날레 기간 동안 연초제조창을 보고 ‘휼륭하다’고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 관계자는 “교류가 성사되면 청주시민들은 뉴욕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고, 지역 작가들은 뉴욕에서 전시할 수 있게 된다. 또 해외미술관 및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다리를 놓는 역할에 대해서도 강익중 씨 한테 제안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자이고 국제적인 작가인 강 씨를 통해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청주대팀이 제안한 하늘공원
한편 연초제조창 활용방안으로는 어린이비엔날레관, 옥상 하늘공원, 레지던시 아티스트 호텔, 국제 유리학교, 공예촌, 휘트니스센터 등의 이야기가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직지와 금속공예를 접목한 전시관, 공연장, 미술품 판매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늘공원은 넓은 건물 옥상에 녹색을 입히는 프로젝트. ‘2011 청주국제건축디자인캠프’에서 청주대팀은 연초제조창 옥상을 유채꽃밭으로 만들어 꽃을 감상하고 석유대체 유채바이오디젤까지 생산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한편 한 시장은 “연초제조창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쓴다, 문화예술을 테마로 한다, 경제적이어야 한다 세 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공예비엔날레 끝나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천천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연초제조창에 웬 북부터미널?
시민다수 반대여론 시끌시끌

지난 9일 홍재형 국회 부의장과 미래도시연구원은 ‘청주 북부터미널 건설,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욱 미래도시연구원 사무국장은 북부터미널 후보지중의 하나로 연초제조창을 들었다. 그는 “향후 통합 청주시 시대를 맞아 상당구 공동화 해소 차원에서 시티터미널을 건설해야 한다. 공예비엔날레 기간 동안 주차장으로 썼던 1층을 터미널, 2층에 아울렛, 3층에 면세점을 갖추면 좋겠다. 그러면 수익창출도 된다. 복합쇼핑시설로 청주국제공항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가경동 터미널 같은 개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토론회 이후 북부터미널 건설에 대한 찬반의견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욱이 연초제조창을 터미널 후보지로 쓰자는 데에 대해서는 반대여론이 많다. 이 국장은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제안했으나 시끌벅적한 터미널과 문화예술 공간이 공존하는 것은 ‘불편한 동거’라는 게 중론이다. 한범덕 시장도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홍 부의장은 지난 2008년 총선 때 북부터미널·복합문화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터미널 기능이 들어간 복합문화센터를 말하는 것이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 할 것인가 고민 중이다. 그러나 가경동처럼 큰 시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 북부정류소가 불편하니 이를 보완·확장하는 선에서 생각하고 있다. 장소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해 입장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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