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보다는 ‘마을 기획자’로 인식전환 필요해
글 싣는 순서
1. 주민자치와 주민자치센터의 현주소
2. 주민자치위원회의 대표성 논란
3. 타 지역 사례 ①옥천군 안남면
4. 타 지역 사례 ②인천 연수구와 가좌 2동
5. 공청회 지상중계와 조례 개정
6. 주민자치 대안은?
주민자치위원회의 10년 역사를 돌아보니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사실상 준 정치인이지만 적절한 권한과 의무를 부여받지 못했고, 시의원들에게는 ‘잠재적인 경쟁자’로 집행부에게는 ‘얼굴 마담’으로 여겨지면서 그저 정해진 임기를 조용히 채우는 것을 바랐다.
그들은 ‘봉사자’로 불렸다. 하지만 지역축제나 마을축제가 열릴 때는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했다. 단체 표를 구입하거나 명절 때 물건을 판매해 최소한의 운영경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늘 숙제였다. 왜 이러한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지 궁금했지만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주민자치위원장들이 모여 만든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또한 처지는 비슷해 1년에 한번 주민자치박람회를 통해 프로그램 경연대회를 여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주민자치위원이라는 타이틀만 있을 뿐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주민자치센터 시설 관리 및 프로그램 구성 또한 동 직원이 하고 있다.
그러니까 주민조직,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들의 할 수 있는 일은 한 달에 한번 정기회의를 통해 시정 업무를 보고 받거나 스스로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를 비롯한 일부 시의원들이 이러한 주민자치 조직을 다시 되돌아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4월부터 청주시의회 희망의원 연구모임이 만들어져 주민자치활성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용상(민주당), 이대성(한나라당), 김창수(민주당), 서지한(민주당), 이관우(한나라당), 서명희(한나라당), 김성중(민주당) 등 당파를 초월해 논의에 참여하고 있고 여러 차례 토론회를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또 11월 임시회에서 이용상 의원이 청주시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타 지역 사례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지금까지 나온 대안을 정리해본다.
1. 주민자치조직, 권한을 회복하자
이부종 인천시 가좌 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동에서 기획할 지라도 실제 수행하는 것은 주민에게 맡기면 된다. 공무원들은 주민이 일을 하지 못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주민들은 작은 일이라도 수행했을 때 만족감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가좌 2동의 주민자치위원회가 활력을 찾게 된 것은 2005년 주민자치센터 3층에 ‘푸른샘 어린이 도서관’을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건립하면서부터다.
가좌 2동 주민자치센터는 2004년부터 마을소식지인 ‘가좌동사람들’을 발행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이주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운동을 전개해 10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 할 마을의제 7개를 선정, 실천하고 있다. 가좌 2동은 올해 참여자치시민연대가 주는 지방자치 20년 ‘좋은 변화상’을 수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활동가를 비롯한 마을의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좌 2동의 경우 시민단체 활동가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고, 그로 인해 푸른샘 어린이 도서관뿐만 아니라 동네에 인문학 청소년 도서관까지 열게 됐다.
주교종 안남면 마을발전위원장은 “의식 있는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조직 내에서 변화를 꾀해야 한다. 작은 단위부터 자치를 활성화한 후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주민자치 조직 활성화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먼저 실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가칭 마실커뮤니티 지원센터를 운영해 주민자치 조직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2. 프로그램 유료화 통해 재정 독립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될 때부터 의식 있는 사람들의 참여도 중요하겠지만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재정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현재는 시간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주민자치위원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청주시의 경우 주민자치위원들은 회비 2만원을 내고, 한 달에 한번 모일 때 식대로 7000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으로서 자질구레 들어갈 돈이 많다보니 주부나 20~30대의 진입이 어렵다.
하지만 인천시 서구의 경우 주민자치위원들은 회의비 3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여기에 자체 회비 2만원을 내 총 5만원을 운영경비로 모으고 있다. 이외에 자치센터 프로그램 유료화를 통한 수익금을 운영경비로 쓴다. 최소한의 경비를 주는 실무자를 따로 두고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연간 8000만원이 센터기금으로 모인다. 재정적인 독립을 통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청주시의 경우 조례상 프로그램 수강비 ‘무료’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남상우 전 시장의 경우 ‘무료’를 고집했고 한 시장은 경우에 따라 ‘유료’화를 추진하라는 방침이다.
3. 지역회의 기능을 담당하자
마을을 기획할 수 있는 예산은 전혀 없을 까. 그렇지 않다. 현재 시의원 재량사업비는 1년에 7000만원, 도의원은 3억원이다. 동장의 경우 지난해까지 재량사업비 3000만원이 있었지만 올해는 전면삭감됐다. 하지만 이러한 마을 관련 예산이 쓰이는 과정은 불투명하다.
이용상 의원은 “재량사업비를 다 모으면 한 개동에 1~2억원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마을을 바꿀 수 있는 예산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부터 주민참여예산제가 본격 시행됐지만 주민이 예산 편성과정에 참여하기보다 의견만 내는 반쪽자리 제도에 그치고 있다. 청주시는 2006년 청주시민참여예산조례가 만들어져 시행됐고, 청주시청 홈페이지에 ‘시민참여예산방’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해 1년에 4~5번의 회의가 열리지만 형식적이다. 아이디어만 참고하는 수준이지,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지역회의, 민관협의회, 연구회 등의 구조가 생략돼 있다.
시민의원회인 시민참여예산위원회만 구성돼 있어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가장 기초단위에서 의견을 듣는 지역회의 가능을 주민자치위원회가 감당해 환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