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정치자금 확보·勢 과시 '일석이조'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게 출판기념회는 자금을 확보하고 세(勢)를 과시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사가 되고 있다.

내년 4·11 총선을 앞두고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수단인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금지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0일 이후에는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다.

먼저 출판기념회에서 모금한 돈은 정치자금법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역 의원은 물론 예비주자들로서는 큰 매력이다. 금액 한도와 모금 액수, 출판기념회 횟수에도 제한이 없으며 모금 금액에 대한 영수증 처리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 이후 후원금 모금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도 올해 출판기념회가 급증한 이유로 꼽힌다. 한 정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늘어나야 할 후원금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후원회 사무실 직원들에게 월급도 못 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렇다 보니 요즘이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는 적기다.

우선 노영민 의원(청주 흥덕 을)이 지난 10월 19일 국회에서 '현대사의 비극들'이란 제목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자리에 어울리게 1500명이 넘는 인사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의원은 오는 12월 16일에는 지역구인 청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중부 4군 정범구 국회의원도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의 세 번째 저서 '이 땅에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또 12월 13일에는 음성에서 같은 출판기념회를 연다.

홍재형 국회부의장(청주 상당)도 자서전 형식으로 책을 내기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다. 연말이나 연초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으로 있다. 홍 부의장은 3선 의원으로 그동안 출판기념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괴산 출신으로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도 오는 14일 출판기념회를 의원회관에서 연다.

국회의원, 치과의사, 시인, 전기기술자 등 인생 굽이굽이 마주친 크고 작은 고난과 실패, 고통과 절망의 두레박에서 끌어올린 희망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오는 28일에는 남부 3군 출마예정자인 박덕흠 전문건설협회장이 영동실내체육관에서 '늘푸른 소나무 박덕흠의 희망에세이'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며, 중부 4군의 경대수 한나라당 당협위원장도 원고정리를 내고 출판기념회 개최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청원지역 출마예정인 이승훈 전 충북도정무부지사가 지난 8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자서전 '특명, 청원경제를 살려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했고, 중부 4군 출마를 밝힌 김영호 음성 한일중학교 이사장(전 청주의료원장)의 '서울약국 큰아들' 출판기념회가 지난 9월에 열리기도 했다.

이처럼 출판기념회가 러시를 이루면서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 속에 다른 모금 행사를 허용하자는 법도 발의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여야 의원 15명은 서화전과 바자회도 출판기념회처럼 금품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물품도 책처럼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내년 총선 출마예정자인 A씨는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지지자들을 대거 참석시키는 등의 세 과시를 통해 정당공천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어 출마 예정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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