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동 농협사거리 지하도 공공미술 프로젝트 호평
예술가들 “프리마켓+공연 이벤트 벌이자”제안도

올해 7월 청주시 용암동 농협사거리 지하도는 ‘새옷’을 입었다. 청주시립도서관 지역 공동체 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권준호 씨(34·화가)가 지하도에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림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 근로자들과 예술가가 함께 작업을 완성해 의미를 더했다.

꼬박 4개월이 걸렸다. 지하도 내부 10여개의 기둥이 플라타너스로 변신했다. 이러한 나무 기둥마다 나비, 풍뎅이, 매미, 다람쥐 등을 그려 넣었다. 또한 지하도 내 스피커에서는 맑은 새소리가 울려 퍼지며 지하공간을 도심 숲으로 바꿔 놓았다. 이번 사업은 예술가가 공공근로를 활용한 공공미술프로젝트라는 점이 눈에 띈다.

공간 꾸며도 활용방안 없어

그런데 공간을 꾸며도 활용계획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지하도의 활용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살기좋은도시만들기협의체에서 도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펼친바 있다. 당시 청주민예총은 ‘지하도 문화적 활용을 위한 개선방안’을 제안해 4등을 했다. 상당공원 사거리 지하도는 리모델링을 통해 벽면 갤러리와 상설 무대제작을, 용암동 사거리는 전시공간과 바닥시설을 제안했다. 신흥고 앞에는 영상시설 및 덕성초 주변에는 무대장치와 도서비치용 책걸이, 체험용 테이블 의자 설치 등을 주장했다.

시간대와 지하도 성격에 따라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제시했다. 전체적으로 벽면 갤러리는 시민들이 상설 전시 어린이 작품전, 우리가족 사진전, 잘 만든 숙제 전을 개최하는 것. 바닥놀이는 초등학생이 직접 공간을 장식하고, 바닥 퍼포먼스는 어머니회에서 구연동화 장기대회 및 마술대회를 여는 것이다. 도서관 및 체험장 운영은 상설적으로 열린 도서관 컨셉으로 책을 만들어 전시하고, 청주지도를 만들어 보는 특별 체험프로그램이다.

각 공간마다 1억원 내의 예산을 잡았지만 이 또한 진행되지 못했다. 2009년 당시 2억 5000만원을 배정했지만 의회에서 삭감된 것이다. 김기현 청주민예총회장은 “지하도는 공간과 공간을 잇는 매개 역할을 한다. 이 공간의 활용도에 따라 사람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지하도 활용을 통해 청주시를 차별화된 예술도시로 가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리부서와 운영주체가 걸림돌

올 초 시청 내 직원 모임인 녹색수도 미래연구팀에서도 지하도 활용방안이 검토됐다. 시설 개선을 통해 향후 벽면갤러리, 홍보시설, 바닥 퍼포먼스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예산 159억원을 잡았다. 이 예산은 지난 2007년 ‘용암동 농협사거리 지하보도 개선공사 실시설계용역’으로 잡았던 금액이다. 당시 용암 1동 바르게살기 위원장 김영복 씨의 건의로 실시설계 용역까지 들어갔고 2007년 8월 주민설명회까지 열었지만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주민들이 아나바다 장터를 일회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시 공간 설치 시 활용도에 비해 구조 개선에 따른 사업비 과다 소요, 시설물 유지 관리 및 화재 발생 위험성, 보행자 도로로 24시간 운영할 부서 및 단체 부재 등을 이유로 또 다시 무산됐다.

김동호 국장은 “공공의 공간을 주민공간으로 환원한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 지하공간을 양성화하지 않으면 범죄의 공간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지하공간이 갤러리나 주민들의 장터공간으로 활용되려면 시설 관리문제가 어김없이 문제로 나온다. 이 또한 주민들이 책임을 지고 운영하도록 하면 된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을의 미래를 그림으로 그리고 전시회를 연다든지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주민에게 공간을 주고 스스로 기획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이 모 씨 또한 “시설 유지 관리만 얘기하면 영원히 지하도는 암흑의 공간이 될 것이다. 시설정비는 최소한으로 하고, 주민들의 아나바다 장터를 열거나 아마추어동호회들의 경연장 등 공모를 통해 사업 예산을 지원하면 된다”고 동의했다.

“홍대프리마켓, 청주 지하도에서 펼치자”
하이브캠프 아트상품 판매…흥행 가능성은 높다
조송주 기획자 “청춘을 끌어들일 코드 있어야”

▲ 조송주 하이브 캠프 기획자
안덕벌에 위치한 예술가 그룹 하이브 캠프의 1층 전시공간 ‘톡톡’에서는 지금 핸드메이드 아트숍을 매주 월, 수, 목,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고 있다. 목판 드로잉 작품과 병뚜껑 배지, 수제 다이어리, 팔찌, 머리띠, 수제 인형 등 예비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전시중이다. 이번 작품들은 지난 5월부터 김성심 작가의 지도로 아트상품 만들기 20강좌를 진행해 완성된 것이다. 참여대상은 청주대와 서원대 미술 전공 대학생들이다.

조송주 하이브캠프 기획팀장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아트상품을 만들어 팔기로 했다. 외국인들이 옛 연초제조창 전시장만 둘러보고 이곳까지 건너오지 않아 히트를 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10월 7일 안덕벌 예술제 기간에 ‘아트마켓’을 열어 주민들에게 작품을 팔아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고.

서울 홍대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다. 홍대라는 독특한 문화자원이 ‘예술장터’를 열면서 그 자체로 문화이벤트가 된 것이다. 지금은 일상예술센터에서 프리마켓을 진행하며 사전에 신청을 받아야만 좌판을 펼칠 수 있다. 인디밴드 공연과 작가의 작품이 절묘한 궁합을 이루면서 프리마켓 자체가 성공한 아트 상품이 됐다.

그렇다면 지하도에서 이러한 ‘프리마켓’이 성공할 수 있을까. 조송주 팀장은 “홍대프리마켓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코드가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 지자체가 지하도를 활성화시키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령 입구에 양쪽 문을 만들어 지역의 밴드들에게 공간을 허하고 한 달에 한번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열 때 시각 예술가들이 벌이는 프리마켓을 집어넣는다면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운영 주체가 상시적으로 ‘거주’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공간을 원하는 지역의 아마추어 동호회 및 예술가들에게 공모를 받고, 그들이 원하는 형태로 시설 지원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괄적으로 공간을 재활용하는 것은 예산낭비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주민들과 전문가 그룹이 만나 공간을 꾸밀 수도 있고, 아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지원이 이뤄진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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