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이 살았다는 옥룡설산·침대열차에서의 낯선 밤
차마고도에 관한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3
비가 내리면 호수가 된다는 남벽해 초지를 지나 샹그릴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가는 곳마다 룸다와 타루초가 눈에 띈다. 샹그릴라는 제임스 힐튼이 쓴《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가공의 장소이다. 쿤룬산맥의 서쪽 끝자락에 숨겨진 장소에 소재하는 신비롭고 평화로운 계곡,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외부로부터 단절된 히말라야의 유토피아로 묘사되었다.

샹그릴라 사람들은 평균적인 수명을 훨씬 뛰어넘어 거의 불사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에서 우리는 서양사람들의 상상에서 우러난 동양에 대한 이국적 호기심을 볼 수 있다. 소설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시간이 흐르면서 샹그릴라는 지상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천국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북인도와 티벳 사이에 있는 히말라야의 몇 군데가 소설 속의 장소라는 주장도 생겨나고 중국은 2001년에 운남성의 중전을 샹그릴라라고 개명하고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개발하고 있다. 너무 기대가 커서였을까. 샹그릴라 고성은 짝퉁 티벳사원과 거대한 마니차 외에는 볼 것이 없었다.

우리는 투덜거리며 리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리장에 온 것은 옥룡설산에 가기위해서다. 옥룡설산은 중국 서부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고산으로 아직 그 어느 누구에게도 정복된 적 없는 처녀 산이다. 이 산은 해발고도가 5596km, 길이 35km, 너비가 12km나 되며 주봉을 비롯한 13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옥빛용이 누워 있는 듯 하다하여 옥룡설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손오공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신비롭고 아름답다. 옥룡설산 기슭에서 중턱 쪽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곳이 있다. 이곳이 바로 금수곡이라고도 불리는 운삼평이다.
동양의 알프스라 불리는 운삼평 평원은 푸른 하늘과 만년설, 원시림이 어울려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운삼평을 내려오면 람월곡이 있다. 이곳은 샹그릴라의 백수대를 모방하여 인공적으로 만든 곳으로,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옥색 물빛깔이 장관이다. 저녁식사 후 잠시 쉬었다가 쿤밍으로 가는 밤기차를 탔다. 라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다.
샹그릴라에서 바로 비행기를 탔으면 좋았을 텐데…. 쿤밍에서 라싸 가는 비행기는 손님이 있을 때만 샹그릴라에 내리기 때문에 샹그릴라에서 라싸로 가는 티켓은 예매하지 않는다고 하여 오던 길을 거꾸로 내려가게 된 것이다. 살짝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덕분에 처음 타보는 침대열차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라싸는 평균고도가 3650㎞ 이다. 고산병 위험이 있으므로 특별히 주의해야한다는 가이드의 당부가 있었다. 아! 하늘이 정말 예술이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고지적응을 위하여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최소 3일간은 음주, 샤워, 운동금지란다. 머리 감는 것도 금지라니. 어제도 밤기차 타고 오느라 샤워를 못했는데 몸이 근질거린다.
다음날 아침 일찍 바코르 광장으로 갔다. 팔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해서 바코르라 불리우는 이곳은, 티베트 라싸의 중심이자 티베트인들의 삶의 중심이 되었던 곳으로 옛 티벳 사람들이 라싸를 간다고 하면 이 곳 바코르 광장으로 간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조캉사원, 티베트인들의 영적 중심 
광장 한 편으로는 사원을 중심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을 코라를 돈다고 한다. 코라를 도는 것은 세상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기도하는 것으로 이곳에서는 여행자라 할지라도 반드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야하며 운이 좋으면 먼 길을 오체투지로 이곳에 도착한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티베트인들 사이로 총을 든 푸른 제복의 사나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혹시라도 티베트 인들이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라도 일어날까봐 감시하는 무장군인들이다.

이곳은 현재는 인도로 망명중인 달라이 라마가 실제로 거주했던 곳으로, 홍궁과 백궁으로 나누어져있으며 정치와 불교를 동시에 주관하는 곳이기도 하다. 포탈라 궁은 모든 티베트 인들의 마음의 중심이라 해서인지 입장절차도 까다롭다.
하루 입장제한이 있어 전날 미리 예약증을 발급받고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입장해야 한다. 검색대를 지나 궁에 들어서는데 수백 개의 계단이 아득하다. 머리는 점점 더 묵직해져 오고 속이 뒤집어져 토할 것 같다. 쓰러지다시피 호텔로 돌아와 들어 누워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