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청주대 건축학과 교수

청주지역에도 구도심인 성안동 주변에 오래된 한옥이 산재해 있다. 특히 청주읍성 남문 밖 남문로 2가동과 남주동, 동문 밖 문화동과 서운동 쪽에 밀집해 있다.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일대에 50여년 이상 된 한옥은 400여동에 이른다. 이들 중 간이한옥을 비롯해 상업 용도를 제외하면 주택용도의 전통한옥은 200여동에 이른다.
1976년에 발행된 ‘청주시지’에 의하면 “청주시의 주택지는 서울, 부산, 대구 등의 대도시와 달리 과거 전통적인 한식 주택가 및 일본인 주택가가 뚜렷이 형성되지 않았으며, 도심부를 중심으로 외측으로 하류주택, 중류주택, 상류주택 순으로 대상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라 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청주는 서울, 전주와 달리 전통한옥, 일식 및 서양식 가옥의 분포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었다.
올 여름에 학생들과 서운동과 석교동에 현존하는 한옥을 실측 조사했다. 1991년에 처음 조사를 하고 나서 20년 만에 다시 한 것이다. 당시에는 남문 밖 남문로 2가동과 남주동, 동문 밖 문화동을 조사하였는데, 지금은 도로도 개설되고, 원룸형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이 들어서 그 많던 한옥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현존하는 청주 도시한옥에는 대부분 노인부부나 독거노인들이 살고 있다. 공가와 폐가로 남아 있는 것도 간혹 보인다. 목조인 한옥이 그나마 현존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1990년대 이후 발생한 도심공동화 현상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2006년에 입안되어 곧 바로 시행될 예정이었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계획’이 지나친 아파트 물량의 공급 및 건설경기 불황으로 말미암아 시행되지 못한 것도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목조와 흙벽으로 이루어진 한옥은 내 외부 공기흐름이 원활하여 건강에 유익한 거주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여 좋으나, 겨울에는 외풍 때문에 생활하는데 인내심을 요한다. 그래서인지 외부에 유리문과 단열재를 덧대든가, 입식부엌, 내부화장실, 바닥난방, 수납공간을 두어 사용하고 있다.
돌이켜 보건대, 공동체의식의 사라짐은 한옥의 사라짐에서 연유한 것 같다. 밀집한 한옥 군에는 예전부터 주민들이 함께하는 모임공간이 있었고 길과 대문 앞, 그리고 마당에서 이웃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청주시에서도 한옥마을을 조성한다고 한다. 도심외곽에 새로운 한옥마을을 건립하기에 앞서서, 원도심 내에 현존하고 있는 많은 한옥에 우선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청주의 도시한옥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와 같이 몸채에 안방, 대청, 건넌방이 일렬로 나란하고, 부엌과 찬방이 안방에 내달아있는 ‘ㄱ’자 형태를 취하면서, 길 쪽으로 작은 방과 창고를 둔 ‘一’자 형태의 행랑채가 부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하나하나의 한옥들이 남북방향의 도로 변을 중심으로 선형의 군락이 이루고 있는 것, 또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청주 도시한옥이 지닌 지역적, 생활적, 도시공간구조적 특징을 토대로 기존 한옥을 그린 홈, 노인 홈으로 개조하거나 3~5층 규모의 한옥공동주택(혹은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탈바꿈하고, 나아가 옛길과 마당 등 예전의 관습적 삶의 행태를 담아낼 수 있는 창조적 미래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오는 11월 마감되는 ‘2011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진화하는 한옥’에서 아파트보다 한옥에서 사는 것이 생활의 편의성이나 건강 면에서 월등하다는 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