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백곡면 ‘자연환경생태건축연구소’···사무실·주택·전시장·체험방이 한 곳에

연구소임을 알리는 팻말
‘자연환경생태건축연구소’. 이 연구소가 김준봉 중국 북경공업대 교수(53)의 집이다. 그런데 예상했듯 단순한 집이 아니다. 개인 주택인가 하면 강의실이고, 전시장이고, 작업실이다. 그 만큼 복합적이다. 집은 부부가 사는 주택과 강의실겸 국제온돌학회 사무실, 전시장 겸 서재, 황토체험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 울타리 안에 가정집과 업무용 공간, 교육장까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충북 진천군 백곡저수지를 지나 석현리로 들어가자 말로만 듣던 ‘자연환경생태건축연구소’라는 팻말이 나왔다. 집을 찾지 못해 주유소에서 물어보자 직진하라는 답이 금방 돌아왔다. 백곡면에서는 이 연구소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한 눈에도 범상치 않은 공간으로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학회 사무실·주택·전시장·황토체험방이 일렬로 연결돼 있고 마당 한 쪽에는 실험실이 있다. 그리고 옆에는 짓다 만 정자가 있었다.

김 교수는 중국 대학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연세대 건축도시공학부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거기에 국제온돌학회 회장 일까지 하고 있다. 그는 지난 88년 서울에서 진천으로 내려왔다. 수도권을 벗어나 가장 가까운 시골마을이 진천이라 오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터를 잡은지 20년이 넘었다. 연구소 안의 건물들은 모두 김 교수 자신이 지은 것이다. 온돌의 세계화에 힘쓰는 만큼 온돌방이 여러 개다. 학회 사무실 옆 쪽방과 전시장, 황토체험방이 온돌로 돼 있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온돌로 시작해 온돌로 끝났다. 그는 재미도 있지만, 사명감으로 일을 한다고 했다. 나 자신도 온돌문화를 잃은 채 아파트에서 살다 김 교수 덕분에 다시 한 번 온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김준봉 교수의 연구소는 주택, 강의실겸 국제온돌학회 사무실, 전시장 겸 서재, 황토체험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 울타리 안에 가정집과 업무용 공간, 교육장까지 갖추고 있다.

온돌로 시작해 온돌로 끝난 인터뷰
김 교수는 “진천에 내려와 일 많이 했다. 군단위에 건축설계사가 없던 시절이라 진천군내 공장·교회·축사·사무실·아파트 등 1000개 이상 건물 설계를 했다. 이 집은 작업실겸 가정집인데 시간을 두고 하나 하나 지었다. 우리 집에서 학회와 전통온돌기술자 과정반도 연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활동폭은 정말 넓다. 그는 “벌여 놓은 일이 많다”며 웃었다. 전시장겸 서재는 전통온돌놓기와 친환경 생태주택 흙집짓기 체험학교에 왔던 수강생들이 지은 집이다. 천장 대들보에는 2008년 체험학교 참가자들이 지었다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 곳에서 벽난로 온돌이라는 신기한 것을 보았다. 벽난로와 온돌이 하나로 연결된 것인데 김 교수를 비롯한 온돌학회 회원 등 여러 사람들이 개발한 것. “벽난로에 불을 지피면 이 열이 온돌로 전달된다. 그러면 벽난로를 끌 때쯤 온돌이 뜨거워지고 그 덕에 방이 따뜻해진다. 앞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보급할 예정”이라는 게 김 교수 말이다. 그를 따라 황토체험방으로 가자 한 쪽에는 침대가 놓여 있고, 한 쪽은 온돌 그 자체의 모습이다. 그는 이 곳을 ‘찜질방’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후끈 후끈 열이 났다. 여름에는 습도를 낮춰 시원하게 해주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주는 온돌방이야말로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그 무엇이다.

마당 한 쪽에 있는 짓다만 정자 역시 바닥은 온돌이다. 수강생들이 짓는 중이라고 했다. 한옥의 핵심인 온돌을 정자에 도입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김 교수의 집에서 이런 과정들이 모두 이뤄지는 만큼 마당이 특히 넓다. 4마리의 개는 김 교수를 졸졸 따라다녔다. 주인은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개 밥을 주고 마당 구석구석을 치웠다. 할 일이 많은 그는 며칠 후 해외출장을 다녀온 뒤 전통온돌기술자 과정 제 4기를 시작한다. 온돌이 하루빨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김준봉 교수는 누구?
중국 북경공업대 교수·국제온돌학회장, 온돌관련 책 여러권 펴내

김준봉 교수
중국 북경공업대 교수·연세대 건축도시공학부 객원교수·동북아 도시주거환경연구소장·국제온돌학회장. 김준봉 교수의 프로필은 화려하다. 거기에 건축사·전통온돌기술자 1급·건축기사 1급·조경기사 1급 자격증을 땄다. 책도 여러 권 펴냈다. ‘흙과 불의 과학적 만남’ ‘김준봉 교수의 세 번째 이야기-뜨근뜨근 온돌’ ‘자랑스런 우리의 문화유산, 온돌 그 찬란한 구들문화’ ‘온돌문화 구들만들기’ ‘다시 중국이다’ ‘중국유학, 그 모든 것을 알려주마’ 등.

이 책 제목만 훑어봐도 그가 천착하고 있는 분야를 알 수 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충북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94년 중국 연변과학기술대를 설계하면서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중국에서 ‘중국속 한국 전통민가’라는 책을 펴냈다. 중국에 남아있는 우리나라 민가를 연구한 것인데 핵심은 온돌이다. 이 때부터 온돌연구에 매진해 왔다. 온돌을 세계적으로 이슈화해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는 게 나의 목표다.”

김 교수는 지난 2002년 국제온돌학회를 만들어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외국에서 우리나라 온돌이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온돌 종주국인지 모르고 있고, 일본·독일 제품이 오히려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온돌은 과학성·건강성·친환경성에도 불구하고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조차 발전적으로 전수되지 못하고 아파트의 폭풍에 밀려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새마을운동 이후 온돌이 대대적으로 사라졌고 아파트 보급 이후 더 많이 없어졌다. 지자체에서 나서 온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돌벽난로.

온돌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할 말이 너무 많다. 온돌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영어 학술지를 만들고, 국제온돌학회 주최로 전통온돌기술자 1급 과정반을 운영하고 있다. 온돌기술자과정은 지난 2009년 시작해 현재까지 100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그는 “온돌문화를 체계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기술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이 분야에 관한 무형문화재와 장인을 선정하고 기술자를 선발해야 한다. 온돌 종주국에 이런 제도조차 없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고로 김 교수는 김준권 판화가의 동생이다.

야외에 지어놓은 아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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