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동에 500만원 일괄 지원했지만 3년 전 예산 전면 중단
산남동 ‘두꺼비생명한마당축제’ 등 성공한 축제 지원해야
왜 실패했나
그간의 마을축제가 실패한 이유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시민참여예산제도가 활성화 안 된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축제가 직능단체 등 몇몇 마을 유지들의 참여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한 동장은 “부족한 사업비를 순수하게 동에서 충당해야하니 적잖이 부담됐다. 보통 축제를 열 때 2~3000만원이 필요했다. 주민 스스로 축제를 꾸리는 게 아니라 동 차원의 또 다른 사업으로 진행됐다. 축제가 다가오면 동 직원들은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직능단체들을 쫓아다니며 돈을 걷었다. 그러면 동네축제라는 이유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돈을 내놓았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다보니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용상 시의원은 “그동안 마을문화에 대해 고민이 부족한 상황에서 축제가 경쟁적으로 열렸고, 시가 돈을 지원하면서 불을 붙였다. 이마저도 지원이 계속됐다면 축제로 자리매김했겠지만 갑자기 중단하면서 모든 성과들이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마을의 전통을 억지로 찾으려 하고, 촌락공동체에서 하던 축제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용상 의원은 “도시마을의 축제는 마을의 전통을 만들어 간다는 인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마을의 인적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지리적 여건을 적절히 활용해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문화예술전문가들의 조언과 단체들의 적극적인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축제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시너지는 공동체 정신의 함양이다. 박철완 분평동장은 “축제가 열리면 사람들이 모이고 시정에 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된다. 현대사회는 그런 특별한 계기가 없이 사람들을 모으기가 힘들다”며 “잘 되는 축제는 선별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평동의 경우 원마루 축제를 자생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 11회째를 맞이한다. 해마다 행사를 해오던 것에서 지난해부터 격년제로 바꾸었다. 축제비용 마련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박 동장은 “축제를 열 때 비용마련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주민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길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에서 예산을 일괄 지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청주시가 동네축제를 따로 지원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자치가 활성화되면 동네축제 및 동네신문 발간 등을 통해 가장 확실한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성공한 축제를 지원해 발전모델을 만들어내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산남동 축제의 성공 키워드는 ‘환경’과 ‘자치’
올해로 8회째…환경운동이 곧 마을의 자산으로
산남동 ‘2011 두꺼비생명한마당’행사는 청주에서 자생력을 갖고 진행되고 있는 가장 성공한 동네축제다. 두꺼비처럼 느리게 소통하자는 정신은 벌써 8회를 이어갔다. 올해 5월에 열린 행사는 연 인원 5000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올해 주제는 ‘두꺼비와 공존하는 녹색도시 만들기’. 2003년 두꺼비 살리기 운동을 진행해 온 환경운동의 역사는 곧 축제의 키워드가 됐다. 올해 두꺼비생명한마당 축제는 산남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자발적 협의체인 산남두꺼비생태마을주민협의회, 원흥이생명평화회의가 민관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진행됐다.
축제를 기획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몫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공존 선언 발표문과 줄댕기기행사, 300여명 지역주민들이 마을 느리게 걷기 등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검찰청 앞 다리에서 출발해 계룡, 현진에버빌아파트 사이의 보행자도로를 지나 산남천을 따라 올라와 푸르지오 아파트 앞에서 다시 검찰청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고 산남천을 지날 때면 산남천이 1급수로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천을 정화시키는 흙 공 800여개를 던졌다.
제3회 두꺼비 그리기 대회, 주민이 주인공이 된 공연행사도 다채로웠다. 이밖에 야외영화 상영제, 체험부스 등 웬만한 지역축제를 뛰어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러한 두꺼비생명한마당 축제는 주민 분담금과 상가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산남동 주민자치위원, 주민협의회, (사)두꺼비친구들 등 주최 측에서 각각 300만원씩을 내놓고 산남동통장협의회, 상인연합회, 아파트부녀회연합회 등 직능단체 및 자생주민 조직 등이 십시일반 행사비를 거든다. 이밖에 부족분은 산남동 상가의 후원으로 메워진다. 따라서 잘 되는 축제에는 지자체의 재정적·물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