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양봉농가 벌 전시차량에 '배설물' 세례

청주권 최대 중고차매매단지인 청주시 흥덕구 미평동 청주자동차매매단지에서 판매되는 2000여대의 차량들이 벌의 배설물(이하 벌똥) 때문에 수난을 맞고 있다.

자동차매매단지 인근 3~4가구의 양봉 농가 벌통에서 나온 백만여 마리의 벌들이 활동을 하면서 분비물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부시게 광을 내놓은 고급 승용차들도 보닛과 지붕, 유리 할 것 없이 온통 좁쌀 만한 황갈색 벌똥을 뒤집어쓰면서 온통 누런 빛이다.

이 때문에 미평중고차단지내 중고차 딜러들은 요즘 울상이다.

중고차 딜러들은 구입해 온 차량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점검하고 수리한 뒤 마지막으로 광을 낸다.

사람으로 치자면 아픈 곳이나 상처 난 곳을 말끔하게 치료하고 화장을 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렇게 정성들인 화장 위에 수많은 벌똥이 떨어지는 것이다.

벌이 작다고 벌똥의 질()까지 얕봐서는 큰코다친다.

그 위력은 이미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잘 나타나 있다.

인터넷포털 검색창에 '벌똥'을 치면 '차에 묻었을 경우 어떻게 지우냐'는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자동차 동호회나 지식공유 사이트에 모여 벌똥 피해를 막기 위해 고민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자동차 외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리막 코팅을 해도, 광택제를 듬뿍 발라놔도 벌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애당초 벌똥을 맞지 않는 방법이 최선이지만 만일 차량에 묻었다면 굳기 전 닦아내야 한다.

벌똥은 약산성이기 때문에 차량 도장면을 녹이며 침투해 결국 철판까지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양봉협회 이상철 연구소장은 "동물이나 새, 곤충 등 모든 생물의 배설물은 요산이기 때문에 약산성"이라며 "이 때문에 벌똥도 차량 등의 도장면이나 철판 등을 부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똥이라고 주장하는 분비물 중 상당수가 벌이 아닌 다른 곤충의 분비물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결국 이곳 중고차 딜러들은 자신들의 차량이 벌똥으로 뒤덮이자 매장과 가장 가까운 양봉 농가와 흥덕구청을 찾아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30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양봉 농가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날아다니는 벌을 통제할 방법이 없고 합법적인 농가라서 양봉을 못하게 할 법적인 규제도 없는데 피해자가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방법을 찾고는 있지만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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