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나기정 씨 대표로 거론, 이 지사는 아직도 ‘장고 중’
“사무처장 문화행정 전문가 영입해야” 문화예술계 여론비등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충북문화재단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충북도는 오는 11월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지만,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더 빨라질 수 있는 조건은 대표이사 선임이다. 지금이라도 대표를 선임하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외부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도 누가 대표가 되느냐이다. 지난 5월 대표 선임과 이사회 임시이사회를 마치고 창립총회를 앞둔 시점에 강태재 대표 학력문제가 불거지면서 문화재단은 엉망진창이 됐다. 이 일로 강 대표는 사퇴했고, 창립총회는 몇 달째 미뤄지고 있는 것.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서둘러 출범시키는 것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된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게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상으로 지금쯤은 대표 선임과 조직구성 등에 관한 공론이 이뤄질 때가 됐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정렬 道 문화여성환경국장은 “11월 출범을 목표로 현재 진행중이다. 대표가 선임되고 창립총회를 하면 출범까지 한 달이면 된다. 대표는 누가 될지 나도 모른다. 지사께서 장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문화재단 대표로는 도종환 시인과 나기정 전 청주시장, 모 대학 총장을 지낸 모 교수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최종 낙점자가 누가 될지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단에서 문화예술을 기획·운영·참여·네트워크화 하면서 그동안 官주도였던 문화예술을 민간운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문화재단은 문화협치를 실현하는 방법이자 과정이다. 문화협치란 문화라는 영역을 민관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뜻이다. 문화영역에서 통치의 기능을 최소화하고 일반 대중들이 문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 바로 문화협치의 목표.

▲ 충북도가 충북문화재단 출범을 11월로 잡고 있다. 현재 관건은 대표이사 선임. 대표선임과 아울러 조직구성 등 뼈대를 세워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문화의 달 공연.

충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늦게 문화재단을 설립하는데다 열악한 재정형편 때문에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경기도는 이미 2008년에 재단 기금이 1000억원을 넘어섰고, 인천시도 500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충북은 현재까지 182억원을 모았고, 이시종 지사는 오는 2014년까지 총 253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문화예술인들에게 배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항간에서는 아직도 문화재단 이사들이 몇 백억원대의 기금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예산은 기금이자 6~7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충북도 설명이다.

그러나 사무처장을 道 문화예술과장이 겸직하도록 돼있는 점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관주도였던 문화예술을 민간차원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사무처장의 역할이 크다. 그런데 공무원이 이 직을 수행하면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게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말이다. 이 때문에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고 마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화행정 전문가를 사무처장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충북문화재단 대표, 누가 오르내리나
도종환-전국구 시인, 지명도 높고 개혁적
나기정-문화에 관심 많고 예총·민예총 아우를 사람

도종환 시인...전국구 시인, 지명도 높고 개혁적
현재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로 거론되는 사람은 도종환 시인과 나기정 전 청주시장 등이다. 도 시인은 충북 문화예술계 대표적인 인물로, 나 전 시장은 재직당시 ‘문화시장’으로 불리며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점 때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외 모 대학 총장을 역임한 모 교수도 거론되고 있다.

도 시인은 전국구 시인으로 이미지가 깨끗하다. 충북민예총에서는 문화재단 대표로 도 시인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문화예술과 인문학적 지식이 높고, 합리적이면서도 개혁적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민예총 일을 해왔지만, 문화재단 대표가 되면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충북민예총 쪽의 말이다.

도 시인은 이름 만으로도 상징성이 있다. 때문에 중앙과의 교류 내지 지원을 끌어오는 데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화재단 대표는 비상근 명예직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활동을 하면서 문화재단 일도 할 수 있다. 이런 점도 도 시인의 활동을 보장해주는 점이다. 현재 그는 한국작가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모 인사는 “청주시 문화정책이 문화산업 쪽으로 가지 않았는가. 문화재단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문화산업진흥재단이 돼버렸다. 문화예술은 어디가고 산업이 중심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충북도 문화재단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문화재단 대표는 순수한 문화예술인이 돼야 하고, 문화예술인이 중심축을 잡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도종환 시인은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사리사욕이 없고, 이 자리를 이용해 뭔가 해보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도 시인을 저항시인으로 분류해서 이미지가 너무 강하며 민예총 쪽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꺼려하는 시각도 있다.

나기정 전 시장...문화에 관심많고 예총 민예총 아우를사람
그리고 나기정 전 시장은 ‘문화시장’이라는 닉네임도 있고, 크게 비토세력이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나 전 시장은 청주시장 퇴임 후 미래도시연구원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지역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현재는 고문이다. 역대 청주시장 중 나 전 시장이 문화쪽 일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청주의 자랑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직지의 날과 직지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인쇄출판박람회·항공엑스포 등의 축제를 만들었다.

모 씨는 “나 전 시장은 예총·민예총이라는 두 줄기를 하나로 통합하고 문화재단을 이끌어갈 수 있는 분이다. 지역통합 차원에서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침체돼온 문화예술계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갈 역동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를 바라는 젊은층에게는 별로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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