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를 멍 때리며 보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열등감>을 소재로 글을 쓰고 있다. 경험을 근거로. 현재 충북발전연구원 사회문화부에서 일하고 있다.
일요일 저녁6시쯤 시작하는 MBC문화방송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경쟁을 통한 옥석 가리기 즉 생존자와 탈락자의 구분이 특징으로 보인다. 사실 각기 다른 장르이지만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가수들의 열창을 7곡이나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로서 대단한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 중에 삽입되는 가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두려움도 있다’이고 아울러 ‘눈물이 난다’ 등이다. 마지막, 두려움, 눈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의 기저는 곧 긴장감이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WTO체제 이후 어느 분야나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연적인 과정이지만 방송 그리고 재미와 즐거움이 핵심인 연예프로그램에서 공개적이면서도 예측이 불가능한 아울러 청중의 취향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한 평가가 주축인 프로그램은 한국의 방송사에서도 보기 드문 파격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세계 각국의 방송 프로그램 트렌드를 반영하더라도 말이다. 아무튼 이러한 점 그리고 PD의 교체, 탈락 번복 등등을 통해 지난 몇 개월간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상당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한 것도 사실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제작이 단순히 기획자 몇 사람에 의해서 그 성격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미디어사회학적 견지에서 보았을 때 한편의 프로그램은 기획자 개인의 가치관은 물론 경영진의 경영철학, 사회 전반의 이념적 특성 등등 거의 모든 요소들이 관여를 하는, 즉 전골요리처럼 채소에서부터 육류까지 다 포함하는 복합적이고도 종합적인 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이 갖는 경쟁을 통한 생존이라는 개념은 김재철 사장으로 대표되는 문화방송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내재된 가치의 표출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경쟁이라는 구도가 재미를 유도하려고 하고 그런 점에서 일정부분 성공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인 MBC 문화방송이 문화적이지 못하게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혹은 WTO체제의 특성들을 시청자들의 주말 저녁에 강조하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불편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적이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생존’이라는 내재된 가치의 표현
사실 경쟁이란 결국 참가자 모두에게 긴장감을 유발하며 이 긴장감은 불안감을 생성한다. 그래서 참가자들 대부분이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한 키워드가 두려움이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정확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라성과 같은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일반인들과는 달리 절대로 긴장을 안 할 것 같은, 따라서 여유만만 해야 하는 가수들이 탈락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도 떨고 있네’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탈락한 가수를 보면서 그럴 줄 알았다거나 잘됐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혹시나 가학성 성격장애가 아닌지 생각해보자.
이러한 감정의 불안전한 교차들은 하루가 지난 월요일, 즉 내일이면 또 다시 경쟁 사회로 돌아가야 되는 직장인의 일상에 주말조차도 경쟁과 불안감에 노출이 되어야 하는가하는 생각에 나는 불편했다.
또한 대중문화란 결국 각기 다른 취향문화의 총합일 텐데 사람들의 취향을 양적으로 취합해서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에 근거해서 탈락자를 정하는 방식이 과연 기회의 균등함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더욱이 장르별로 차이가 나는 수용자들의 팬덤(fandom) 현상도 고려한 것일까. 즉 로큰롤과 같이 관중이 환호하게 하는 노래와 발라드와 같은 조용히 감상하는 태도가 평가에 동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이 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이 프로그램이 마치 지자체장의 투표나 대통령 선거와 같은, 고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어야하는 것일까. 그냥 오락프로그램인데 왜 즐기는 것이 안 되는 것일까. 왜 페스티벌이 안 되고 콘테스트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떠나서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너무도 불공정함과 편파성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얼룩지고 위장전입과 불법적인 갖가지 군 면제 등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불공정한 행태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표출한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그냥 즐기지 못함은 우리의 문화, 우리의 환경의 탓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편안한 주말을 선물하는, 공영방송 MBC문화방송의 보다 문화적인 역할은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가수들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편안하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