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재 친환경으로, 기타 치기 위해 완벽 방음장치 설치 특별한 집
이 사람이 사는 집 / 박종호 씨의 ‘마록산방’


그는 “우리집은 모두 친환경소재로 지어졌다. 황토흙에 천장은 편백나무, 처마는 낙엽송, 거실은 원목을 썼다. 그래서 그런지 새집증후군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거실조명도 간접조명으로 했고 주방에는 LED 등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따로 마련한 온돌방은 화산석을 구들로 썼고, 2층도 1층과 마찬가지로 같은 소재를 사용했다고. 2층은 세를 놓을 수 있게 3개의 방을 독립적으로 설계했다. 각각 방과 주방, 목욕탕, 거실이 있다.

기타경력 35년, 독주회까지 연 실력파
주변사람들은 풍류라면 빠지지 않는 사람이 박 씨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기타 실력은 알아준다. 고등학교 시절인 지난 76년 기타를 만지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36년째다. 공주사범대 기타써클인 ‘칸타빌레’ 1기인 그는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클래식기타독주회 ‘고목에 피는 꽃’ 연주회도 열었고 그동안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평택 피어선대학교 기타과에 합격한 제자도 있다. 충주여고 재직중에는 ‘아마빌레’라는 기타반을 만들어 제자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기도 했다.

기타를 목숨처럼 여기는 그가 집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자신의 방이다. 화산석으로 구들을 깐 온돌방에서 기타를 칠 수 있게 방음장치를 완벽하게 한 것이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게 자신만의 방을 만들어 아무 때나 기타를 칠 수 있다는 것.
그의 소망은 이 집에서 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휘영청 달이 밝은 매월 보름날에 보름달음악회를 열 것이다. 동네사람, 친구 누구든 와도 좋다. 이 집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다. 열린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다.” 거실 한가운데 오디오를 놓고 인터뷰 중에도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는 그는 음악매니아였다. 조금 더 나아가 송대저수지에서 작은음악회를 해도 좋을 듯 하다. 그의 기타 소리를 듣는다면 심금을 울리는 선율에 아마 단번에 반할 것이다.
집 앞에는 호젓한 산책길과 저수지까지…
“청원군에서 뭘 자꾸 설치하려고 해서 걱정” 하소연
박 씨는 이 오솔길을 자신이 만들었다며 자랑스레 안내했다. 그는 “선인 말씀에 사람이 다니면 길이 만들어진다고 했지만, 길이 없으면 누군가가 만들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 한 삽씩 흙을 떠서 오솔길을 만들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이제는 심심찮게 사람들이 오솔길을 다닌다”고 했다.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나무로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시켜 놓은 것이 그런대로 오솔길같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길다운 길이 되겠지. 그런데 요즘 박 씨에게 걱정거리가 생겼다. 청원군에서 이 아름다운 저수지에 뭔가를 설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이 곳은 공원이다. 운동시설 설치, 나무식재, 황토 포장 등을 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공원으로써의 시설을 요구했다”며 “5억원의 예산이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며칠 전 검토중이라고 했던 공무원은 “어제 25일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씨는 “이 곳은 호수이자 저수지, 생태공원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끌벅적한 공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둬야 한다. 이 곳에는 청둥오리와 고라니가 살고 운 좋으면 고니도 찾아온다. 이런 생물들을 위해서라도 자연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내가 환경지킴이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원이라면 운동시설부터 하고 보는 자치단체의 행정은 문제가 있다. 공원의 성격을 파악한 뒤 꼭 필요한 경우만 해야 하는데 주택가도 아닌 한적한 곳에 운동시설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이 저수지 주변도 아파트단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것도 아니다. 호젓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두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박 씨 집 쪽이 아닌 큰 길가 쪽으로 가자 이 곳에는 이미 큰 주차장과 벤치가 있고 나무데크로 산책길까지 조성돼 있다. 그런데 더 많은 시설을 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