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장마 산사태피해 왜 많을까

최근 물폭탄이 쉴 틈 없이 전국에 쏟아졌다. 장마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엄청난 양의 폭우가 이어진 것이다.

산사태가 발생하고 주택이 파괴되거나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예년과 달리 산사태가 많이 발생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내린 비의 양이 많다고는 하나 올해 유독 산사태가 많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장마가 국지성 집중호우의 형태를 띤 점을 꼽았다.

◇ 국지성 집중호우

국지성 집중호우는 매우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현상이다. 시간당 30~50mm의 장대비가 내리며 많게는 100mm까지 내린다.

이럴 경우 어느 때보다 산사태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로 산의 표토가 단단해질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땅이 물러 있는 상태에서 또 비가 내리면 나무가 심어져 있어도 표토가 흘러 내려 산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충북도 산림녹지과 마승근 산지관리팀장은 "계속 비가 내리면서 땅이 젖은 상태에서 흙이 흘러내려 산사태가 발생한다"면서 "물을 먹은 흙이 계속 비를 맞아 그렇다. 이럴 경우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마사토'로 이뤄진 산

마사토로 이뤄진 산에서도 산사태가 많이 발생한다. 마사토는 화강암이 풍화돼 생성된 흙이다.

마사토의 경우 일반 흙보다 입자가 커 식생이 잘 자라지 못하고, 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이 내리지 못한다. 이런 지반에 집중호우가 오면 표토가 흘러 산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 정만희 산림관리과장은 "산사태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집중호우가 마사토로 이뤄진 산에 내리면 산사태가 많이 일어난다"며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의 산 중 마사토로 이뤄진 산이 적다"고 말했다.

◇ 경사 급한 산과 활엽수림

산림청은 우리나라 산의 특성에서 산사태 원인을 보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17일 우리나라 산은 경사가 급하고 풍화암 지대가 많아 집중호우 시 산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산사태는 일반적으로 강우량 200mm 이상이거나 1시간당 비의 양이 30mm 이상일 때 전국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산사태는 급경사지보다는 중간 정도 경사를 지닌 산지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오목한 지형의 경사면 길이가 긴 산지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장맛비로 주택이나 암자 등의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 지난 11일 목숨을 빼앗은 충남 서천군 장항읍 원수리 산사태는 서모씨(81) 주택의 뒷산에서 발생했다. 지난 10일 대전 중구 대사동 보문산 자락에서 일어난 산사태도 중간 정도의 경사를 지닌 야산에서 발생했다.

이와 함께 뿌리가 깊이 박히는 활엽수림보다 얕은 침엽수림에서 산사태가 더 많이 발생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앞으로 태풍이 상륙하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니 산사태 위험지 주변 주민들은 경보나 주의보에 귀를 기울이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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