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정경부장

한범덕 청주시장은 앞으로 혼자 있는 집무실이나 이동하는 차 안에서 더욱 바빠질지도 모른다. 직원들이 문자메시지로 보내온 업무보고를 일일이 확인하고 직접 답장을 적어 지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문자메시지로 보고받고 지시하는 최초의 단체장이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한 시장의 엄지손가락도 시정을 챙기는 중요한 업무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한 시장이 11일 열린 주간업무보고회의에서 간부 공무원들에게 아주 이색적인 주문을 했다. “스마트폰 등이 발달해 이를 활용한 즉각적인 보고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전화를 이용한 구두 보고는 상황에 따라 받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보고도 많이 활용하라”고 한 것.

단체장 집무실 앞에 결재 판을 든 직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행사 참석 등 외부 일정이 많은 단체장이 집무실에 머무는 짧은 시간에 결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재 순서를 기다리다 급한 손님이라도 오면 또다시 지루한 줄서기가 계속된다.

심지어 어떤 지자체는 ‘OO시부터 시장(군수)님이 결재를 할 예정이니 결재 받을 직원은 집무실로 오시기 바랍니다’라는 단체장 결재시간을 알리는 청내 방송을 하기도 한다. 소중한 업무시간을 낭비하는 대표적 사례이며 그 시각 방문한 민원인은 담당 공무원이 결재를 끝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권위주의 문화가 팽배하던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고 하지만 단체장과의 대면 협의가 필요한 사안 등 아직도 이 같은 결재 방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이 탈 권위 행보로 유명세를 타곤 하지만 이른바 ‘문팅 보고’는 히트작이라 할 수 있다. 올 해 나이 예순인 한 시장이 집무실 책상에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직원들과 문팅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푸웃!’하고 웃음이 난다.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돋보기를 사용할 수도 있을 테고 두툼한 엄지손가락을 놀리다 보면 몇 번이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기도 할 터다. 그만큼 ‘문팅’과 기성세대 특히 공직사회는 쉽게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문팅 보고’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한 시장의 탈 권위와 고정관념을 깨는 조치에 박수를 보낸다. 충북도나 시군 할 것 없이 모든 지자체들이 소셜네트워크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종 정책홍보와 여론 수렴에 SNS가 톡톡히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젊은 감각을 과시할 수 있어 젊은층과의 소통에도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공직사회 내부에는 SNS가 끼어들 자리가 많지 않다. 인터넷 결재가 보편화 됐지만 민간 기업 뒤따라가기에 바빴고 아직도 일부 단체장과 간부 공무원들은 종이 서류에 직접 사인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한 시장이 ‘문팅 보고’를 주문한 만큼 머지 않아 그 효용이 입증될 것이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복잡한 내용의 결재는 불가능하겠지만 간단한 보고나 업무연락 정도로도 시간을 낭비하는 비효율은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한 시장의 말 대로 스마트폰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무척 다양해졌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전화도 있다.

이것들을 잘 활용하면 전국 최고의 ‘얼리 어답터’ 단체장이 충북에서 탄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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