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국회 개원 63년…충청권 국회의장 1명도 없어
차기 민주당 다선, 본인 4선 전제 조심스런 낙관론

Mr.홍, 벌써 국회의장을 말하다

▲ 홍재형 국회부의장이 차기 국회의장 도전을 선언했다. 19대 당선과 민주당 총선승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의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전국에서 홍 부의장이 처음이다.
수치화된 통계에서 3% 규모의 충북을 얘기할 때는 액세서리처럼 충북 홀대론이 따라붙는다. 비근한 예로 장·차관이 몇 명 있는가는 흔히 정권의 충북프렌들리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그러나 국무총리를 들고 나오면 역대정권은 예외 없이 충북을 무시했다. 건국 이래 단 한 명도 충북 출신 국무총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총리는 15명이나 됐고, 부산·경남은 물론이고 인근 충남도 8명에 이른다. 충북이 홀대라면 광주·전남은 박해(?)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 전남 총리는 1명, 반사적으로 전북은 7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이밖에 충북과 도세를 겨루는 강원은 2명, 제주는 1명의 총리가 나왔다.

국무총리는 그렇다 치고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충청권 전체가 불모지다. 어찌된 일인지 1948년 5월31일 제헌국회가 열린 이래 올해까지 63년이 흐르는 동안 충청권에서 배출한 국회의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역대 21명의 국회의장 중에는 영남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과 북한 출신이 7명, 호남 출신은 3명, 강원도 1명 순이었다.

사실 ‘1인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나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놓고 지역안배를 논하는 것 자체가 지역주의로 지탄받을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 분야에 있어서 이처럼 극명하게 지역차별을 드러내는 지표도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재형(민주당·청주상당) 국회부의장이 ‘이제 충청권 최초 국회의장을 만들 때’라며 내년 총선 출마 선언과 함께 4선 고지를 점령하고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홍재형 의원실은 ‘민주당 당원용’을 전제로 홍 부의장의 국회의장 도전을 기정사실화한 유인물을 제작, 배포했다.

국회의장은 의회 다수당의 몫인데,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이 다수 의석을 점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물론 홍재형 부의장이 내년 총선에 나설지, 또 총선에서 거둘 성적표도 예측할 수 없다. 더불어 언론기사를 샅샅이 검색해도 벌써부터 의장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없다.

과연 충북은 홍재형의 어깨 위에 국회의장 도전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경제부총리라는 공직경력을 바탕으로 3선(現)에 국회 예결위원장, 부의장을 거친 노(老) 정객의 마지막 꿈일까? 집중 조명해 봤다.<편집자>

관문 1
19대 통과해야 4선인데?

충청출신 국회의장은 전무했지만 국회부의장은 충북 출신만도 5명에 이른다. 충북 출신 첫 부의장은 3대 최순주(1954·자유당·영동) 부의장이다. 최 부의장은 이기붕 의장 시절 이 의장을 대신해 늘 의사봉을 잡았으며 그 유명한 ‘사사오입’ 개헌을 선포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정권연장을 보장한 인물로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된다. 이어 9대 이민우(1976·신민당·청주), 16대 김종호(2000·자민련·괴산), 17대 이용희(2006·민주당·옥천), 18대 홍재형(2010·민주당·청주)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조선은행총재 출신으로 자유당 권력을 등에 업고 초선 부의장을 지낸 최순주를 제외한 나머지 부의장들은 일단 선수(選數)에서 홍재형 부의장보다 못할 게 없었다. 이민우, 김종호는 6선이었고, 이용희 전 부의장은 현역 5선이다. 이에 반해 홍 부의장은 현재 3선, 19대 총선에 당선돼도 4선에 불과하다. 역대 국회의장 선출에 있어서 다선 프리미엄이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 의원의 도전은 못 오를 나무를 올려다보는 격이다.

현 18대를 기준으로 최 다선은 7선의 조순형 의원(자유선진당)이다. 이어 6선은 박희태 현 국회부의장 등 4명이 있으나 모두 한나라당이다. 5선은 모두 6명인데 민주당은 김영진, 김충조,박상천 등 호남중진 3명이 포함돼 있다. 홍 부의장과 실질적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현재의 4선과 3선이다. 4선은 전체 20명 중 민주당이 6명이고 3선은 42명 가운데 17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4선 중 거물 정치인은 문희상, 이미경, 정세균 등이 있다. 3선 중에는 강봉균, 박병석, 원혜영, 이강래, 추미애 등이 눈에 띈다.

그러나 홍 부의장과 측근들은 다선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국회부의장 당내 경선에서 홍 부의장이 5선의 호남중진 박상천 의원을 제쳤던 것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당시 홍 부의장은 이미경(4선) 의원까지 출마한 3자 경선에서 1차 32표로 박상천(30표), 이미경(20표) 의원을 눌렀고, 박 의원과 벌인 결선투표에서 39표로 동률을 이뤘으나 생일이 빨라 승리를 거뒀다.

홍재형 부의장은 먼저 “여태까지 충북에서는 의장에 출마한 인물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와 오송 등 청주를 포함한 중부권의 앞날을 생각할 때 이제는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야할 때가 됐다. 나이와 경력 모두 의장에 적합하다고 본다. 민주당이 1당이 된다면 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홍 부의장은 또 “4선에 성공한다면 다선 경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대표 출신에 5선인 박상천 의원도 부의장 경선에서 누르지 않았나. 더구나 내년 총선에서는 다선이 대부분인 호남에 대한 공천 물갈이 바람이 불 것이다. 여건은 괜찮다”고 전망했다.

동료인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도 “다선이 의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17대 임채정 의장이 4선이었다. 공직경력까지 고려하면 중량감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관문 2
계파 없고 정치성향 흐릿한데?

홍재형 부의장의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던지는 또 하나의 물음표는 계파가 없고 정치적 성향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적이 없지만 달리 보면 동지도 없는 게 홍 부의장을 둘러싼 당내 역학관계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래서 더욱 유리하다’는 게 홍 부의장 측의 자체 분석이다.

홍 부의장은 “부의장 경선 때도 계파 없이 싸워서 이겼다. 사실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계파가 없고 갈래가 많다. 그래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실 관계자도 “계파가 없는 게 장점이다. 모든 의원들과 두루두루 원만한 등거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위관료 출신이라 여당성향에 보수적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모르는 소리다. 민주당으로 오면서 보이지 않는 야성이 필요할 때마다 강하게 드러났다. ‘충북은 작기 때문에 강하게 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다. 2009년 10월 충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 의원이 당시 정우택 지사를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던 것을 기억해 보라”고 주문했다.

노영민 의원도 이에 대해 직설화법으로 거들었다. 노 의원은 “홍재형 대세론을 지금부터 제기해도 이르지 않다”고 전제한 뒤 “의장선거에 있어서만큼은 계파가 없는 게 좋은 거다. 적이 없어야 편하다. 그리고 노영민이 밀면 된다”고 큰소리쳤다. 노 의원은 또 “당에서도 인격적으로 신망이 있다. 일부 의원들 속에서 벌써부터 적임자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관문 3
손학규 대표와는 밀월관계?

내년은 총선과 대선, 양대 선거가 있는 해다. 4월 총선은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자, 나아가 대선 결과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정권교체 여부도 관심사지만 어느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가도 대선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국회임기 4년 동안 의장은 전·후반기 2명이 나온다. 홍 부의장은 19대에 진출할 경우 당연히 전반기 의장에 도전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후반기를 노릴 수 있다. 후반기 의장은 대선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예측 불가다. 이에 반해 전반기 의장은 만약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민주당 대권후보 1순위이자 현 당 대표인 손학규 대표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홍 부의장과 도내 국회의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대목이다. 손학규 대표의 충북프렌들리는 이미 알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손 대표는 2007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떨어진 뒤 2년 동안 충주에 칩거한 과거가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18일 증평에서 열린 민주당 충북도당 체육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충북에서 어느 당이 이기느냐에 따라 역대 정권이 바뀌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충북의 모든 지역구를 차지한 다음 집권하게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손 대표는 또 충북에 대해 ‘반(半) 고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홍 부의장을 국회의장으로 만들어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부의장은 손 대표의 지지에 대해 아직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는 대표의 낙점이 자칫 반대 세력을 결집시킬 수도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의장은 “지금 그런 얘기를 꺼낼 게 뭐가 있느냐”면서도 “손 대표는 충북 의원 누구와도 가깝다. 손 대표가 대통령까지 가면 충북 총리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노영민 의원은 한 술 더 떠 “최근 손 대표와 홍 부의장, 나 그리고 다른 중진까지 있는 자리에서 중진 의원이 홍재형 부의장을 의장 감으로 추켜세우더라. 덕담 치고는 분위기가 진지했다”고 전했다.

이제까진 철저히 가설이었다
정우택이라는 고개를 넘어야

▲ 홍재형 부의장의 국회의원 도전은 일단 19대 당선에서 시작된다. 한나라당의 벽을 넘어야하는데 상대 후보로 부각되는 정우택 전 지사(사진)는 누구에게도 부담스러운 도전자다.
이제까지 쓴 홍재형 부의장의 국회의장 도전은 19대 당선과 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전제로 한 철저한 가설이었다. 일단 홍 부의장은 19대 총선에서 이겨야지만 살아 움직여 생물이라는 정치판에서 아무도 그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 후보군으로는 정우택 전 지사, 오장세·이대원 전 충북도의회 의장, 윤의권 전 상당구 당협위원장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현재 앞서가는 것은 정 전 지사다. 정 전 지사는 지사 퇴임 후 확실한 친박(親朴)으로 돌아와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전위조직인 국민희망포럼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전 지사는 또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12일 현재 충청권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은 모두 2석인데, 충청과 호남을 안배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과 지역의 언론이 일제히 정 전 지사를 주목하는 것은 홍 대표와 각별한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정 전 지사는 15대 국회에서 홍 대표와 함께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하면서 친구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안상수 대표 체제에서도 충청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당시 홍준표 최고위원의 추천을 받았다는 것.

그러나 정 전 지사는 11일 담담하게 전화인터뷰에 응했다. 정 전 지사는 “언론에서 보고 알 뿐 나는 모른다. 누구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바깥에서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다만 충청권을 맡긴다면 할 일이 있다. 당에서도 선거를 치러야하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내가) 담당해야할 역할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라고 짧게 응답했다.

홍 부의장과 정 전 지사가 직접 맞대결을 펼쳤던 적은 없다. 정 전 지사의 국회의원 지역구가 중부4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도청이 상당구에 있고 직전 지사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또 과거 논두렁 선거의 경험에서 익힌 발로 뛰는 전략에다 강한 네거티브 언변도 눌변의 홍 부의장에게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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