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행사·조명희 문학관 건립 추진 등 ‘삐그덕’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 진천지회(이하 진천예총)와 한국문인협회 진천지부(이하 문인협회)가 지역을 위한 화합은 망각한 채 불협화음에 대한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어 지역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인협회, 음악협회, 국악협회, 연예예술인협회, 미술협회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진천예총은 지난 1월 한국예총의 승인을 어렵게 받고 4월2일 초대회장 취임식 및 축하공연 등을 가졌다.

▲ 민족주의 극작가 포석 조명희 선생을 기리는 포석 공원이 진천읍 벽암리에 위치해 있다. 공원에는 조명희 선생 문학비도 세워져 있는데 최근 진천문인협회가 조명희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취임식에 문인협회는 참석하지 않아 회장선출 문제(본보 2010.6.10일자 등 보도)로 인한 앙금이 가시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후 5월 14일 화랑공원 일원에서 열린 진청예총의 첫 공식대회 ‘제1회 생거진천 전국 백일장 및 그림그리기 대회’를 놓고 첨예한 대립관계로 치닫고 있다.

문인협회 입장은 ‘생거진천전국백일장’ 대회를 5년째 심혈을 기울여 전국대회로 키워왔고 진천군민백일장도 매년 개최되고 있는 마당에 같은 명칭의 전국백일장을 여는 것은 문인협회를 무력화 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격앙된 반응이다.

예총 첫 행사 후 폭발

나순옥 진천문인협회장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같은 이름의 백일장을 개최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떻게 문인협회가 없이 백일장을 개최하겠다는 생각을 예총에서 할 수 있느냐”며 분노하면서 “이것은 의도가 있든 없든 자질의 문제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또 “문인협회에서 백일장을 전국대회로 정착시키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아느냐”며 “이런 문제를 전화나 한 두 번의 회의로 개최를 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철호 진천예총 사무국장은 “예총 출범 후 아무런 행사도 없다는 주위의 지적에 따라 회원 단체 간에 회의를 갖고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인데, 문인협회 쪽은 수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행사가 공고 되고 난 뒤 군을 통해 문인협회에서 항의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고 말했다.

노규식 진천예총 회장은 “연락이 되질 않아 문인협회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되다보니 빚어진 것”이라면서 “첫 행사를 급하게 추진하다가 벌어진 일로 전혀 의도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 측은 드러난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며칠 전 두 회장 간 전화연결이 되었지만 “핑계만 대고 만나려 하지 않는다”, “이제와서 아쉬운 게 있으니까” 등 각기 상반된 해석을 하면서 감정 대립만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엄한 중재자 나설 때

이와 관련해 당선되기 전까지 진천문인협회 사무국장을 지낸 진천군의회 김윤희 의원은 “회장 선출 뒤 양측 간의 화합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었는데 백일장 문제가 또 터져 안타깝다”면서 “진천예총으로 단결돼 화합 발전해야 되는 것은 맞는데 언제 중재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인협회가 지난해 12월 21일 ‘조명희문학관 건립을 위한 발의문’을 채택하고 진천군을 통해 충북도에 5억 원의 건립기금을 신청했지만 전액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17년째 진천에서 열리는 ‘조명희문학제’ 개최도 문인협회에서 못하고, 예술문화 단체와의 화합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문인협회가 문학관 건립을 주도하는 것이 시기적으로나 모양새로도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신도 문인협회 일원이라면서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이제는 백일장이든 문학관 추진이든 예총 산하 단체 간에 도와가며 단합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먼저 예총 회장이 가입단체 회장들을 찾아다니면서라도 화합을 시도해야 된다”고 일침했다. 이어서 그는 “포석회와 동양일보가 주도하는 조명희문학제도 당연히 문인협회가 주최해야 되지만 단체 간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쯤 지역화합을 위해서라도 군 등 주위에서 중재에 나서 압박을 가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포석 조명희 선생을 기리는 포석회(회장 박양규)는 동양일보와 함께 조명희문학제를 주최해 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진천군, 포석회, 문인협회, 동양일보의 관계자들이 모여 조명희문학제 주최 문제에 대한 토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동양일보는 주최는 하지 않고 학술제 개념의 행사에만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나 포석회 박양규 회장은 “포석회에 문인들이 많이 참여해 문학제를 주최하면 될 것”이라고 밝혀 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것을 경계했다. 현재 진천 포석회는 문인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정치적 인물이거나 이름 좀 알려진 지역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매년 중국 연변에서도 조명희문학제가 열리는 데 지난 6월21일 열린 제10회 대회에는 한국에서 진천 포석회원, 조명희 선생 유가족, 군 관계자 등 15명이 참석하고 돌아왔다. 한편 중국 연변 대회를 주최한 현지 포석회는 대부분 현지의 조선족 문인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