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지난 주말 내내 장맛비가 거셌다.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바람도 많이 불었다. 비와 바람에 모든 것이 휘청거리는 듯 했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노라니 그들이 생각났다.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고공크레인 위에 있는 그녀와 비닐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 비바람에 어떻게 잘 버티고 있을지 걱정이다. 나는 편안하게 비를 바라보며 감상에도 젖을 수 있지만 그들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트위터를 한다. 언제부턴가 트위터는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아니 나에게 세상 곳곳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라디오다. 트위터에는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이 있다. 올드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무엇이든 함께하자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한진중공업 김진숙 노동자가 하는 말을 보는 곳도,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용역과 경찰에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곳도 트위터다.

고공크레인 위의 김진숙도 트위터를 한다.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어떻게 해고되었는지, 왜 고공크레인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지, 그 높은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세상에 알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친구가 되어 함께 분노하고 그녀를 걱정한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6월12일 희망버스가 그녀를 향해 전국에서 출발했다. 고공농성은 6월28일 현재 174일째다.

마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러나 트위터를 보니 어용노조가 발표한 것이고,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주류 언론과 트위터가 실상을 어떻게 전하는지 극명하게 대비된다.

유성기업 사태도 그렇다. 파업은 정당했으나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고, 용역들을 고용해 노동자들을 향해 차를 돌진하고, 두들겨 패기도 했다.

그런데 경찰은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정도 트위터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그들이 비닐하우스에 모여 살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투쟁기금이 빠듯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희망커피를 보내자는 운동도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언론은 노동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그들이 왜 파업을 벌이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당연한 권리인 파업을 해도 시민불편을 강조하면서 기업의 논리를 대변해주는 게 보도공식처럼 되어버렸다. 노동자의 이야기엔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도 점점 거칠어졌다. 고공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져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도 언론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한다. 그러나 트위터의 움직임은 언론도 움직였다. 보수언론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진보언론에서는 노동자 김진숙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했다. 지역에서도 빛 같은 보도들이 있었다. 청주MBC 시사프로그램에서 유성기업 노조 문제를 다뤘으며, 충청리뷰도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반가운 시도다.

노동 문제는 바로 우리들의 삶의 문제다. 일부 파업을 벌이는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 노동자의 권리고, 노동운동의 역사다. 왜 모두들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마는 것인가. 삶의 문제에 당당히 맞서야 하질 않나.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아픈 사람들이 나오지 않게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다 정말 버림받을지도 모른다.

희망커피를 보내고 희망버스를 타는 게 전부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 버스를 타고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2차 희망버스는 7월9일에 출발한다. 그런데 말이다. 트위터에서 전해지는 소식에 자꾸 불안해진다. 노동자들이 밧줄로 몸을 묶고 크레인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지금 트위터에는 기자가 왜 필요하냐, 언론은 뭐하는 거냐,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을 지켜달라는 사람들의 말들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 나의 눈물도 흐른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