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정경부장

6월도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벌써 에어컨을 켜나, 그래도 찜통더위인데 7월까지는 못 기다리지. 사무실 냉방을 두고 설전이 오간다. 때 이른 더위에 냉방을 하자니 눈치 보이고 안 하자니 직원들 불만이 터진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에 가까워 진다고 한다. 여름철의 경우 40도에 육박하면서 습도가 높아 짜증이 가득하다.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금새 싸움이 벌어질 것만 같다.

장마가 시작됐다니 더운 날씨야 간간히 비가 식혀주겠지만 풀리지 않는 이런저런 일들로 찌푸려진 얼굴은 무엇으로 펴야할지 모를 일이다.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한 여름 뙤약볕을 쬐며 반 값 등록금 실현을 외쳐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 값 등록금은 최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어느새 정부와 여당은 슬그머니 발을 빼고 물러나고 있고 그럴수록 반 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반 값 등록금은 올 여름 치솟는 수은주 만큼이나 학생과 학부모, 서민 모두를 짓누를 갑갑한 숙제가 되고 있다.

지역으로 좁혀도 당장 도민들을 시원하게 할 소식이 마땅치 않다. 지역 정치권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10개월도 남지 않아서인지 연일 치고 받고 싸운다. 여당은 야당 도지사가 진보성향의 측근들만 기용한다고 때린다.

최근에는 충주대와 철도대 통합을 선거 때에는 찬성해 놓고 이제 와서 찬물을 끼얹느냐고 몰아붙이고 있다. 야당 또한 병 든 소 불법 도축에 연관된 시의원의 사퇴와 중국 유학생과 이들이 다니는 대학을 폄훼했다며 여당 소속 도의원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올렸는데 1억원을 대출 받아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은 친구는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푸념을 늘어 놓는다.

아내가 작성하는 가계부를 곁눈질로 봐도 그렇고, 출근해 지역신문을 들여다봐도 그렇고 소위 쿨한 소식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경기에서 이겨야 그나마 기쁠까.

누군가는 이런 푸념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충고할지 모른다. 그나마 반 값 등록금을 주장할 수 있게 돼 좋고, 정치권이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다행이고, 대학 통합을 통해 지역발전을 꾀하는 것이며, 1억원 대출을 받아 새 집을 샀으니 행복하지 않냐고. 마치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원효대사처럼.

하지만 정치권이나 지자체, 사회지도층이 절대 다수 서민들에게 이같은 선지자적인 사고를 요구하기에는 너무 뻔뻔하지 않을까. 서민들에게 찜통 더위에 답답함 까지 선사한 장본인들이 바로 그네들일 테니 말이다.

덥고 추운 날씨야 당장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이라도 시원해 질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를 바란다. 반 값 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생과 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고 뜻있는 정치인들이 쏟아져 서민들의 대변자가 되고, 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이 술술 풀리는 여름.

정치인은 마음의 독기를 빼야하고 기업인은 마음의 욕심을 버려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올 여름에는 반드시 시원한 소식 한 두가지 쯤은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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